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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공부 왜 하냐 물으면 우는 고교생...그게 한국 교육 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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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 공모전에서 고교생으로는 최초로 대상을 차지한 노정석 군.

브런치 작가 공모전에서 고교생으로는 최초로 대상을 차지한 노정석 군.

스타작가 김민섭이 선택한 고3 저자 노정석 인터뷰 

"어느 날 친구한테 너는 왜 공부를 하냐고 물었더니 갑자기 서럽게 울기 시작했어요. 지금껏 별 생각 없이 주어진 대로 공부해왔는데 갑자기 그렇게 물어보니 쌓인 게 터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공부의 목적을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친구가 그 친구 말고도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열심히 살지만 목표를 찾을 수 없고, 불확실한 미래가 불안을 키우는 삶. 학창시절 공부의 목적을 찾지 못한 아이는 그대로 자라 목적 없이 일하는 어른이 된다. 불안은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나른한 말투로 상대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그는 지난달 책 『삼파장 형광등 아래서』를 출간한 노정석(18·대구 계성고 3) 군이다.

그는 매일 밤 학교 정독실에서 써내려간 에세이와 시, 일기로 제 6회 브런치북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노 군의 글은 공모전 심사위원이었던『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김민섭 작가의 마음을 울렸다. 김 작가는 자신이 세운 출판사 ‘정미소’의 첫 책으로 노정석의 글을 선택했다. 스타 작가가 선택한 신예가 궁금해 TONG이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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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브런치북 공모전 첫 고교생 대상 수상자 

고교생이 책을 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원래 글쓰기를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수행평가 때문에 매주 한 편씩 글을 써야 했어요. 그렇게 꾸준히 쓰면서 칭찬도 받고, 그러다 보니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죠. 나중에는 카카오 브런치에 학교생활에 대한 글을 꾸준히 올렸는데, 우연히 공모전에서 수상하면서 김민섭 작가님을 만나 책까지 내게 됐네요.
책 제목은 무슨 뜻인가요?
삼파장 형광등은 우리 학교에서 심화반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형광등이에요. 처음 심화반에 들어갔을 때는 삼파장 형광등을 보며 특권의식 같은 걸 느끼기도 했죠. 그런데 그 아래서 공부를 하다 보니 아이러니하더라고요. 결국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햇빛인데, 학교에서 기대를 거는 학생들은 어두운 방 안에 갇혀 인공 조명 아래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게 이상했죠. 삼파장 형광등은 한 때 허영에 휩싸여 자만했던 저이기도 하고, 그런 걸 제공해준 저의 모교이기도 하고, 전체를 아우르는 대한민국 입시제도를 상징한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책 <삼파장 형광등 아래서>

책 <삼파장 형광등 아래서>

고3이고,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는데.
교육학을 전공하고 싶은데, 이 분야의 경우 미국 대학의 연구가 앞서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미국 대학 위주로 원서를 넣고 있습니다.
교육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수업시간에 덴마크 교육시스템에 관한 영상을 봤는데, 거기 나오는 민중 학교나 고등교육 시스템이 우리나라와는 너무도 달라 보였죠. 학창시절을 자유롭게 보내는 덴마크 학생이 부러웠어요. 동시에 우리는 왜 저런 교육을 받을 수 없는 건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결국 교육을 바꾸려면 제도가 바뀌어야 하고, 제도를 바꾸려면 선진 교육 시스템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죠.
한국 교육의 문제점은 뭘까요?
좋은 취지를 가진 제도도 평가라는 시스템이 지배하는 학교에서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요. 예를 들어 학교에서 지필 평가 비중이 줄고 수행평가 비중이 늘어난 데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는데, 학교는 어떻게든 학생의 순위를 매겨야 하잖아요. 그런데 수행평가 점수로 줄을 세우려면 공정성 문제가 생기는 거죠. 결국 수행평가 점수는 만점 아니면 1~2점 감점에 그치고, 반대로 비중이 줄어든 지필 평가에서는 전보다 더 치열하게 소수점 단위 점수 경쟁이 벌어지게 됐죠. 현재의 입시제도가 건재하고, 이를 위한 줄 세우기 문화가 이어지는 한 어떤 교육 제도를 도입해도 쉽게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았어요.
수업에서 느낀 문제는 없었나요?
학생들은 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문학작품을 읽고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해설집을 찾고 있어요. 문학을 예술작품이 아닌 분석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니 공부 과정에서 문학의 의미나 가치를 찾기 어려워요.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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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개인이 타고난 재능을 끌어내는 거요. 자기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발견하게 하고, 그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게 교육의 목표죠. 그런데 우리는 학생들에게 점수를 매겨 기준을 넘는지 판단하거나, 친구들과 비교해 학습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비교하고 있어요. 이런 경쟁 구도가 계속되면 아무래도 교육의 본질에 다가가기 어렵겠죠.
그럼 학교가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나요?
저는 학교라는 공간이 이론적으로는 학생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온전히 길러내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학생은 물론 학교를 떠난 친구들까지도 포괄해서 꿈을 찾을 수 있도록 진로 탐색과 자기계발을 권장하는, 그런 학교가 되면 좋겠어요.
책을 누가 읽었으면 좋겠어요?  
학생들이 의외로 친구들과 깊은 대화를 나눌 시간이 많지 않거든요. 그래서 제가 쓴 글과 일기를 읽으면서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고등학생과 소통한다고 느꼈으면 좋겠고, 같은 생각을 하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위로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렇지만 학생들이 책에 별로 관심이 없기도 하고, 여유도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무래도 학부모님들이 많이 읽어주실 거라 생각해요. 그렇다면 제 책을 통해 자녀들이 평소에 학교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고3을 위로하는 글들, 말들, 이 나라에 차고 넘치지만,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은 많이 없는 듯합니다. 제 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힘든 이유는 사실 공부 때문이 아니라, 공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라고, 두렵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_『삼파장 형광등 아래서』 본문 중.

그의 책을 읽는다 한들, 그가 교육학을 전공해 한국으로 돌아온다 한들 달라지는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경쟁은 계속될 것이고, 학생들은 공부할 이유를 찾기도 전에 책상 앞에 앉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아마 그들이 답을 얻을 때까지 조용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일지 모른다.

글·영상 김대원 PD kim.daewon1@joongang.co.kr
촬영보조 박율수 인턴
TONG TV 영상 더보기 www.youtube.com/tong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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