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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LGD 사장, 첫 e메일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LG디스플레이가 지난 29일 준공식을 연 중국 광저우 OLED 팹. [사진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지난 29일 준공식을 연 중국 광저우 OLED 팹. [사진 LG디스플레이]

지난달 최고경영자(CEO)를 전격적으로 교체한 LG디스플레이의 구조조정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이 부임 후 처음으로 지난 14일 회사 임직원에게 공개 e메일을 보냈다. 임원 25%를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한 직후다.

“구조혁신, OLED 전환 가속도 내야”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은 이틀 전인 지난 14일 e메일을 통해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다”고 밝혔다. e메일에서 그는 LG디스플레이의 당면 과제 3가지를 제시했다. ▶구조 혁신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하는 일 ▶WOLED의 대세화와 함께 확실한 수익기반을 확보하는 일 ▶POLED사업을 정상궤도에 진입시키는 일 등이다.

LG디스플레이 새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된 정호영 LG화학 사장. [사진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새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된 정호영 LG화학 사장. [사진 LG디스플레이]

WOLED는 LG의 대표 상품인 TV용 대형 OLED를 뜻한다. LG디스플레이는 화이트(White) 기판에 적색ㆍ녹색ㆍ청색(RGB) 컬러필터를 붙여 백라이트 없이도 스스로 빛을 내는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2013년 TV용 OLED 패널을 포기했던 삼성과 달리 LG는 화이트 기판을 응용한 WOLED 방식을 채택, 지금껏 수율(생산품 대비 결함 없는 제품 비율)을 90% 선까지 끌어올렸다.

LG는 액정(LCD) TV와의 경쟁에서 OLED를 지속해서 밀어붙여 시장 대세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POLED는 LG디스플레이의 약점으로 평가받는 중소형 OLED를 뜻한다. LG디스플레이는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중소형 OLED 시장 진입이 경쟁 업체보다 상대적으로 늦었다. 이 때문에 LCD 시절 누렸던 애플의 주요 벤더 지위를 삼성디스플레이에 내줬다.

LCD 치킨게임 이후 수익성 악화

정 사장은 “이런 과제들을 속도감 있고 강도 높게 추진해 나가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회사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회사의 주력 생산품인 LCD 업황이 중국과의 치킨 게임으로 인해 악화하면서 LG디스플레이의 생존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취지다.

올해 들어 LG디스플레이는 1분기(1~3월)에 1320억원, 2분기(4~6월)에는 368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3년 전 4만원 선을 넘봤던 LG디스플레이 주가도 현재 1만4300원 선에서 머무르고 있다.

정 사장은 LG 내 대표적인 재무 전문가로 꼽힌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 LG화학 등 계열사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했다. 지난 9월 16일 부임한 이후 일주일도 안 돼 임원진 면담 절차에 들어갔다. LG디스플레이의 연말 인사 폭도 클 것으로 보인다. C 레벨 임원 일부도 교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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