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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무더위 탓에 올림픽 마라토너는 새벽 6시부터 달린다

중앙일보

입력

2020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2015년 발표한 주경기장 조감도. 대부분의 육상경기가 땡볕 아래 열릴 수 있어 무더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AP=연합뉴스]

2020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2015년 발표한 주경기장 조감도. 대부분의 육상경기가 땡볕 아래 열릴 수 있어 무더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AP=연합뉴스]

도쿄 여름올림픽이 약 9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무더위 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0일 전면을 할애해 도쿄 올림픽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제목은 ‘사상 최고로 더운 올림픽에 도쿄가 긴장하고 있다’(온라인판), ‘도쿄 올림픽 예보: 덥고 덥고 또 덥다’(지면)로 달았다.

도쿄올림픽은 내년 7월24일 개막해 8월9일 폐막 예정이다. 1년 중 도쿄가 가장 무더울 때다. NYT는 도쿄발로 보도한 이 기사에서 지난 10년간 도쿄의 8월 평균기온은 28도라며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인해 여름올림픽의 개최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가 첫 여름올림픽을 개최했던 1964년 당시 도쿄의 8월 평균 기온은 26.6도였다고 전하면서다. NYT는 “도쿄올림픽 조직위가 수백만 달러를 들여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며 “일부는 돈만 많이 들고 효과도 별로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여름올림픽의 특성상 야외에서 열리는 경기가 많은데,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열기가 더해지면 조직위의 대책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마사 다카야 대변인은 이에 대한 중앙일보의 질의에 “NYT의 지적에 대한 개별 코멘트는 어렵다”면서도 “다양한 아이디어로 더위 대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여름 일본 전국에 폭염이 쏟아지며 일사병과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6명 발생한 가운데 도쿄(東京) 긴자(銀座)에서 행인들이 양산을 쓴 채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여름 일본 전국에 폭염이 쏟아지며 일사병과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6명 발생한 가운데 도쿄(東京) 긴자(銀座)에서 행인들이 양산을 쓴 채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우려가 특히 큰 종목은 마라톤이다. 달궈진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42.195㎞를 뛰어야 하는데다 기온ㆍ습도까지 높아 선수들의 기록은 물론 체력 저하가 우려된다. 이에 도쿄 조직위 측은 마라톤 경기 시작 시간을 새벽으로 당겼다. 마사 다카야 대변인은 "새벽 6시 스타트로 확정했다"고 전했다. 조금이라도 햇볕이 덜 뜨거울 때 경기를 치르겠다는 의도다.

64년 도쿄 여름올림픽은 지금보다 기온이 낮았음에도 8월이 아닌 10월에 열렸다. 여름올림픽으로선 이례적이다.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협의한 결과다.

내년엔 왜 그렇게 하지 못할까. 돈이 문제다. NYT는 “도쿄 조직위 측이 10월 개최도 고려했으나 IOC와의 협의 끝에 일정을 (7~8월 개최로)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 배후엔 IOC의 주요 수입원인 중계권료를 지불하는 미국 NBC 방송이 있다. 9~10월에 예정된 NBA 플레이오프 등 중계를 놓칠 수 없다는 이유가 컸다는 게 NYT의 설명이다. 스포츠 하한기(夏閑期)에 해당하는 7~8월에 올림픽을 중계할 수 있기를 NBC 측이 강력 희망했고, IOC와 도쿄 조직위가 이를 받아들여 7~8월 개최를 확정했다는 것이다. 중계권 관련 협상에 관여해온 딕 파운드 IOC위원은 “미국 방송업계에 의해 사실상 좌지우지되는 것”이라고 NYT에 전했다.

2020 도쿄올림픽 공식 마스코트를 디자인한 다니구치 료(오른쪽)가 마스코트의 3D 모델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EPA=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 공식 마스코트를 디자인한 다니구치 료(오른쪽)가 마스코트의 3D 모델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EPA=연합뉴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NYT에 “주요 스포츠 경기들이 겹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고 설명했으나 NYT는 “올림픽 업계를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다른 말들이 나온다”고 전했다. 올림픽 유치 전문 컨설턴트인 테렌스 번즈는 NYT에 “NBC가 원하는대로 (일정도) 정해진 것”이라며 “IOC의 공식 입장은 다르겠지만 실상은 NBC가 사실상 원하는 것을 얻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중동 카타르의 수도 도하 역시 2020 여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었으나 더위로 인해 일찌감치 포기했다. 당시 도하 유치위원회는 “미국 방송업계 때문에 여름올림픽을 9~10월로 조정할 수가 없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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