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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8년 후 한국, 세계 최초 자율주행 시대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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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 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전기차를 시승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 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전기차를 시승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8년 후 한국을 세계 최초 자율주행으로."

문재인 정부가 15일 발표한 '미래차 전략' 캐치프레이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는 2024년까지 자율주행 '레벨4(운전자 개입 없는 자율주행)'를 위한 제도를 마무리하고, 2027년 고속도로 등 전국 주요 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이루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2024·2027' 자율주행 로드맵으로 착착 진행하면 세계 최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경기 화성시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산업 국가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2030년 신차 중 30%를 친환경차로 채울 것"이라며 "이를 위해 규모의 경제에 도달할 때까지 정부 보조금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또 "성능검증과 보험·운전자 의무 등 자율주행 관련 제도를 2024년까지 정비하고, 3년 후 통신·정밀지도·교통관제·도로 등 인프라를 갖춰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래차 시대는 우리가 추격자가 되지 않아도 된다. 기술 선도국이 될 기회"라며 "20230년 미래차 경쟁력 1등 국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소재·부품에 2조2000억원을 투자하며, 민간부문을 합해 총 60조원을 투입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자율주행 도로는 차량과 도로 인프라가 상호 소통하는 'V2I(Vehicle-to-Infrastructure)'를 뜻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로드맵은) 정부가 V2I를 할 테니, 민간은 자율차 기술개발과 상용화 도입시기를 앞당기라는 것"이라며 말했다.

자동차업계에는 우려와 반색이 교차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정부 발표에 맞춰 2025년까지 자율주행 부문에 총 41조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지난해 초 발표한 5년(2018~2022년)간 23조원보다 총 18조원이나 늘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이 R&D(연구개발) 투자를 1년에 5조원, 10년이면 50조원 넘는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며 “어떻게 배분할지 두고 봐야겠지만 여력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부의 로드맵이 흔들림 없다면 자율주행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라며 "기술 개발보다 제도·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아 더디었던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 참석, 수소트럭, 수소청소차 제막식에서 정의선 현대차 수석 부회장과 대화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 참석, 수소트럭, 수소청소차 제막식에서 정의선 현대차 수석 부회장과 대화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전문가들은 장밋빛 비전보다는 당장 제도 개선이 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의 경우 애리조나주 등에선 수천대의 자율주행 차가 도로에서 테스트 중이다. 그에 반해 한국은 임시 허가를 받은 80대가 운행 중이다. 기본적으로 포지티브(허용하는 것 외 금지) 규제를 적용하다 보니 신규산업에 대해선 폐쇄적일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또 자율주행 기술은 주행 기록 등 데이터가 경쟁력이지만, 국내 업체는 걸음마 단계다. 특히 레벨4는 빅데이터가 필수다. 구글 웨이모 등 해외 자율주행업체가 인공지능(AI)과 연계한 데이터 축적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고속도로에서 한시적으로 테스트 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세종·원주 스마트시티 등에서 레벨3(조건부 자율주행)을 운용할 수 있도록 시범구역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5년 후 자율주행 사고책임·보험 등 관련 법률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난관은 많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레벨4가 현실화되면 자율주행차는 법적 인격체로 봐야 한다. 제도뿐만 아니라 각 개인의 인식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 등 자율주행 선진국보다 기술은 3~4년, 제도는 6~7년 뒤처져 있다"며 "전반적으로 포지티브 규제(허용하는 것 외 금지)에서 네거티브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걸림돌을 얼마나 걷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올해 초 추진 전략을 발표한 수소 충전소 구축만 해도 전국 지방자치단체 곳곳에서 각종 규제를 이유로 들어 구축에 난항을 겪고 있다.

난관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은 가야만 하는 길이다. 이호근 교수는 "구글 자율주행차도 테스트 과정에서 사망사고가 났지만, 블루오션이라는 점을 알기 때문에 미국 정부도 자율주행차의 일반도로 시험운행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은 현재 기술로도 가능하다. 지금도 부분 자율주행이 가능한데 5G 기술도 발달하면서 관련된 인프라까지 깔리면 사고율 제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가 데이터 축적 등 준비가 덜 돼 있는 상태에서 먼저 규제부터 풀면 해외 업체에 시장을 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이날 미래 모빌리티(Mobility·이동성) 협업 생태계 전략인 '현대 디벨로퍼스' 출범했다. 커넥티비티(연결성) 차와 정비망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외부에 개방하는 오픈 플랫폼으로 스타트업·중소기업과 손잡고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또 2021년 자율주행 '레벨3' 차량을 출시하고, 3년 후 시내 주율주행이 가능한 레벨4 차량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15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15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이날 "도로 위 자동차를 넘어 도심항공·라스트마일 모빌리티와 로봇 등 다양한 자동차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달 세계 3위권의 자율주행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 앱티브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기로 발표했으며, 내년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나선다.

김영주·김효성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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