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브루]마라톤에는 '2시간 벽' 말고 '10분 벽'도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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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기자

<브루차트> : 데이터브루가 여러분들이 몰랐던 이야기를 한장 차트로 설명해 드립니다.

여자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 브리지드 코스게이. [AP=연합뉴스]

지난 13일이었죠. 케냐의 여자 마라토너 브리지드 코스게이(25)가 여성의 한계로 여겨졌던 2시간 15분 벽을 최초로 깼습니다.

남녀 마라톤 연도별 최고 기록 분석

코스게이는 시카고 마라톤에서 2시간14분04초 기록하며 2003년 폴라 래드클리프(영국)가 기록한 2시간15분25초를 1분21초 앞당겼습니다.

빨간색이 아프리카 국가.

하루 전인 12일에는 남자 마라톤에서 기록이 탄생했습니다. 일리우드 킵초게(35·케냐)가 주인공이었는데요. 오스트리아 빈 프라터공원에서 열린 ‘INEOS 1:59 챌린지’에 출전한 킵초게는 1시간59분40초를 기록했습니다. 그는 '인간의 한계' 서브2(42.195㎞ 풀코스를 2시간 이내 주파하는 것)를 처음으로 달성한 선수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록은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이벤트 대회인 데다 페이스메이커가 돌아가며 맞바람을 막아주는 등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규정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현재 남자 마라톤 '공인' 세계기록은 킵초게가 지난해 9월 베를린 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1분39초입니다.

킵초게는 이번 이벤트 레이스를 마친 뒤 “인간에게 불가능한 게 없다는 걸 알리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공인 대회에서 2시간을 돌파하는 선수의 탄생은 이제 시간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래프를 봐도 알 수 있듯이 마라톤 세계기록은 빠르게 단축되고 있습니다.

2001년 이후 시즌 최고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모두 아프리카 국가 출신이었는데요. 신체조건이 마라톤에 최적화된 아프리카 선수들이 대거 등장해 경쟁하면서 기록 단축 속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현재 2시간 5분 이내 기록을 보유한 선수는 50명인데 모두 아프리카 출신입니다. 에티오피아 34명, 케냐 15명, 바레인 1명(모로코 출신)인데요. 2시간 3분 이내 기록보유자도 5명입니다. 공인 대회에서 서브2 달성이 높은 후보들입니다.

여자 마라톤에서 아프리카 선수들이 정상권에 진입한 건 남자 선수들보다 약 10년 정도 늦었습니다. 남자보다 9년 늦은 2010년부터 시즌 베스트 기록을 모두 아프리카 선수들이 달성했는데요.

남녀 마라토너 기록 차이가 얼마나 줄어들지도 관심입니다. 2003년 레드클리프가 2시간15분25초를 기록할 당시 남자 세계기록은 2시간4분55초였습니다. 남녀 세계기록 차이는 10분30초였는데요.

이후 남자부의 경우 신기록이 꾸준히 나왔지만 여자는 16년 동안 정체기를 겪었습니다. 10분 30초까지 줄었던 남자와의 차이를 더는 좁히지 못했는데요. 1985년부터 남녀 시즌 최고기록 차이의 평균값은 15분 23초였습니다. 이번에 코스게이가 세계기록을 경신하면서 현재 남녀 세계기록 차이는 12분25초로 다시 줄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