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폴, 한글 로고에 자전거 로고까지 바꿨다
삼성물산의 글로벌 패션브랜드 빈폴(beanpole)이 출시 30년 만에 ‘한국화’한다. 한국 전통 문양을 빈폴 제품·매장 등에 적용한다. 빈폴은 1989년 론칭한 국내 1위 캐주얼 패션(casual fashion) 브랜드다.
삼성물산은 15일 인천 일진공장에서 ‘빈폴 다시쓰다(rewrite)’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물산은 “한국적 정서·문화·철학을 빈폴 브랜드에 접목해서 브랜드를 개선(renewal)한다”고 발표했다.
빈폴이 브랜드 개선을 시작한 건 올해가 브랜드 론칭 30주년이기 때문이다. 빈폴은 출범 당시 미국의 캐주얼 패션 브랜드 폴로 랄프로렌을 벤치마킹했다. 때문에 빈폴의 매장·이미지는 폴로 랄프로렌 등 미국 브랜드와 크게 차별화하기 어려웠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삼성물산은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빈폴 브랜드 개선을 위한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물산(당시 제일모직)은 지난 2003년 정구호 디렉터가 본인의 이름을 본 딴 여성복 브랜드 ‘구호’를 인수한 적이 있다.
‘빈폴 다시쓰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빈폴의 세계화다. 빈폴은 30주년을 맞아 폴로 랄프로렌 등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하면서 중국·베트남·북미·유럽 등지에서 세계 패션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한국적 디자인으로 세계 공략” 야심
아이러니하게 정구호 디렉터는 ‘한국화’가 ‘세계화’로 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프로젝트 모토를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로 잡았다. 빈폴에 한국의 문화·자긍심을 담고, 이를 매장·서비스에 접목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빈폴의 대표적인 상징인 ‘자전거 로고’를 변경한 부분이다. 빈폴은 지난 1993년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라는 광고카피로 유명하다. 덕분에 앞바퀴가 크고 뒷바퀴가 작은 하이휠자전거를 사람들은 아예 ‘빈폴 자전거’로 인식할 정도다.
빈폴은 앞바퀴가 큰 자전거의 디자인 골격은 유지했지만 바퀴살을 없애고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또 자전거에 타고 있는 사람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영국 신사를 연상케하는 톱해트(top hat·높고 상부가 평평하며 테두리 넓은 챙이 달린 서양모자)을 쓴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있었지만, 이제는 캡모자(cap·머리 모양에 맞게 납작하게 제작하고 앞부분에 챙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다. 자전가 탑승자의 체격·머리스타일·탑승각도도 달라졌다. 덕분에 자전거 로고를 보면 상대적으로 젊고 활동적인 남성이 떠오른다.
매장도 달라진다. 빈폴은 1960~1970년대 한국 건축물의 특징을 살린 신개념 매장을 선보인다. 빈폴이 특히 이 시기에 주목한 건 1960~1970년대가 한국 정서와 서양 문물이 조합했던 시기라서다. 마루·나무·천장·유리·조명 등 근·현대 한국 가정집·아파트 건축 양식을 현대적으로 바꿔서 빈폴 의류의 디자인과 접목했다.
한글서체 로고도 새롭게 도입했다. 삼성물산은 빈폴 전용서체를 제작하고 빈폴의 자음(ㅂ·ㅍ)을 독창적인 체크패턴으로 디자인했다. 한국 꽃(오얏꽃)을 상징화한 디자인과 1970년대 색상을 접목한 디자인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다. 이밖에도 친환경적인 소재를 활용한 문구·필기구·향초 등을 빈폴 브랜드로 꾸준히 개발할 계획이다.
박남영 빈폴사업부장(상무)은 “30주년을 맞아 빈폴 브랜드 재탄생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계획했다”며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하는 밀레니얼 세대(millenials)와 소통하고, 한국적 독창성을 토대로 글로벌 사업 확장의 초석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