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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위암환자 희망,세계 최초 유전자 맞춤 신약 썼더니 석달 더 생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지연 교수(왼쪽)가 위암 맞춤형 치료를 설명하고 있다.[사진 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지연 교수(왼쪽)가 위암 맞춤형 치료를 설명하고 있다.[사진 삼성서울병원]

말기 위암환자에게 희망이 생겼다. 삼성서울병원 연구진이 말기 환자의 유전체를 분석해 8가지 항암 신약을 골라서 투여했더니 생존 기간이 석 달 늘어난 사실을 확인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지연·김승태·강원기 교수, 병리과 김경미 교수, 소화기내과 이혁 교수 공동 연구팀은 전이성(말기) 위암 환자의 유전체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 치료를 했더니 이런 효과가 났다고 15일 밝혔다. 유전체 기반 맞춤 치료 효과를 입증한 것은 세계 처음이다.

연구팀은 2014년 3월~2018년 7월 삼성서울·동아대·경상대·창원삼성·가천대·이화여대 등 6개 병원에서 1차 항암 치료를 마친 말기 위암환자 772명의 유전자와 단백질을 분석했다. 이들은 1차 항암치료에 실패해 병의 차도가 없거나 악화하는 환자다. 이 중 715명의 유전체 분석에 성공했고 이들의 유전자 변이를 따졌다. RAS·TP53·PIK3CA 등 암 관련 8가지 유전자의 변이를 확인했는데, 한 가지라도 나온 환자가 105명이었다.

이들에게 임상시험 중인 표적항암제 8가지 신약 중 맞는 것을 투여했다. 변이가 나타난 유전자에 맞춰 신약을 투여했다. 가령 Met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는 사볼리티닙을 투여하는 식이다. 환자에게 어떤 약이 효과 있을지 수많은 후보 약물을 한 번에 시뮬레이션하는 우산형 임상시험(Umbrella trial) 방식이다. 미국의 암 치료 기관인 MD앤더슨이 2008년 도입했다.
나머지 환자 중 2차 항암치료가 필요하거나 치료가 가능한 317명에게는 기존 치료법대로 약물을 투여했다.

비교 결과, 기존 방식 치료 환자의 생존 기간은 6.9개월이었다. 생존 기간별로 줄을 세웠을 때 정중앙에 해당하는 환자다. 우산형 임상시험 환자는 9.8개월이었다. 병이 더는 악화하지 않은 무진행 생존 기간도 각각 3.8개월, 5.7개월이었다.

위암이 간에 전이된 모습.[중앙포토]

위암이 간에 전이된 모습.[중앙포토]

김경미 교수는 "면역항암제에 반응이 없던 위암 환자 일부가 우산형 임상시험 후 면역항암제 치료 대상 기준인 PD-L1 단백질이 나타나는 비율이 증가했다"면서 "면역기능을 깨우는 효과를 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를 총괄한 이지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전체, 면역 염색, RNA 시퀀싱 등의 여러 가지 암 표지자를 한 번에 분석해 이들 토대로 맞춤 치료를 했고,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입증한 것"이라며 “국내 의료진의 힘으로 국내 병원에서 이런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유전체 분석을 총괄한 김경미 교수는 “위암은 매우 복잡한 암으로 다양한 분석 기법이 동원해야 환자 병세가 좋아진다”며 “앞으로 환자 개인별 암 분석이 더 정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암학회 학술지인 캔서 디스커버리(Cancer Discovery, IF 26.4) 최근호에 실렸다. 지난달 네이처(Nature) 온라인 뉴스에서 '혁신적 연구성과'로 소개됐다.

신성식 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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