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토핑 층층이 쌓은 칼로리 폭탄? 그게 딥디시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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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전지영의 세계의 특별한 식탁(13)

미시간 호수와 맞닿아 있는 고층 건물과 바람의 도시, 시카고. 시카고의 이미지를 한 단어로 말하면 ‘블루(Blue)’ 이다. 청아한 느낌의 미시간 호수, 높고 단아한 현대식 건축물과 도시의 뒷골목을 메우는 블루스와 재즈 선율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파란색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시카고는 상시 열리는 축제와 도시 내 박물관 등 여러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하다. 블루스와 재즈, 가스펠과 라틴 음악 페스티벌도 수시로 열린다. 차가운 바람과 건물들로 채워진 도심 사이로 흐르는 재즈와 블루스의 선율을 따라 시카고의 유명한 딥디시 피자를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시카고 현대식 건물과 차가운 바람, 도심 사이로 흐르는 재즈와 블루스는 시카고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사진 전지영]

블루시티 시카고의 대표 음식

현대식 건물과 차가운 바람, 도심 사이로 흐르는 재즈와 블루스는 시카고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시카고의 대표 음식으로는 시카고식 딥디시 피자를 꼽을 수 있다. 시카고 현지인에게 가장 유명한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딥디시 피자라고 한다. 본래 피자는 이탈리아의 나폴리에서 탄생했지만, 제나로 롬바르디가 1905년 뉴욕에서 처음으로 피자 전문 식당을 열자 미국 대표 음식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미국의 피자 업체들은 거대한 자본을 등에 업고 세계 시장으로 진출했다.

이탈리아식 피자보다 미국식 피자는 도우가 두껍고 토핑이 푸짐하다. 피자에 관한 시카고의 자부심은 미국에서 처음 피자 식당을 선보인 뉴욕에 뒤지지 않는다. 시카고식 피자는 반죽을 강조하는 유럽식과 달리 두꺼운 토핑이 주가 되어 ‘딥디시(Deep Dish)’ 피자라고 불린다. 딥디시 피자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이탈리아에서 근무한 미군 병사가 제대 후 바에서 일하면서 만든 피자를 원조로 한다. 시카고식 딥디시 피자는 이탈리아식 피자 맛을 유지하면서도 좀 더 풍부한 재료를 사용해 만들었다.

두꺼운 토핑과 치즈로 한조각만으로도 한끼 식사로 거뜬한 시카고식 딥디시 피자는 시카고의 쌀쌀한 날씨에 추위를 이기기에 적합한 음식이다. [사진 Giordano pizza chicago]

두꺼운 토핑과 치즈로 한 조각만으로도 한 끼 식사로 거뜬한 시카고식 딥디시 피자는 시카고의 쌀쌀한 날씨에 추위를 이기기에 적합한 음식이다. 얇게 편 반죽인 도우에 소스, 토핑, 치즈를 얹어 굽는 일반 피자와는 달리 시카고식 딥디시 피자는 도우에 치즈를 먼저 올린 뒤 토핑과 소스를 더해 굽는다. 치즈와 토핑이 가득해 한 조각만으로도 한 끼 식사로 거뜬한 시카고식 딥디시 피자는 쌀쌀한 날이면 더욱 생각난다.

두꺼운 도우에 푸짐한 토핑

시카고식 딥디시 피자는 빵을 발효시킨 후에 깊은 그릇에 굽는데, 빵 두께가 2~3cm로 굉장히 두꺼운 편이다. 일단 깊은 그릇에 굽고 그릇에 맞춰 움푹한 도우에 속 재료를 몽땅 채워 넣고 굽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소스도 질척거릴 정도로 많이 사용하고, 토핑을 도우를 가득 채울 정도로 채워 넣고 그 위에 모차렐라 치즈를 팬을 메울 정도로 뿌린다.

치즈를 먼저 넣고 위에 토핑을 채우는 방식과 토핑을 채운 뒤 위를 치즈로 덮는 방식이 있다. 심지어 층층이 치즈와 소스를 겹쳐 바르기도 한다. 그 외에도 아예 모든 재료를 섞어 채우고 굽는 방식도 있다. 두께가 두껍고 토핑이 흘러내리기 때문에 이탈리아식 피자처럼 들고 먹긴 힘들고 주로 포크와 나이프로 먹는다. 이탈리아 피자보다도 훨씬 토핑과 치즈가 많이 들어가서 깊고 풍부한 맛이 난다. 그만큼 칼로리도 많이 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는 동안 시카고는 산업 발달로 번영을 맞이하게 됐다. 불타버린 도시를 재건하기 위해 새로운 노동자들과 정착자들이 몰려들었다. 1930년대의 대공황 이후 시카고 경제계와 정치계에 파고든 강력한 범죄 조직으로 인해 범죄 도시의 이미지를 갖게 됐다.

시카고는 산업이 발달하면서 특히 생산직 노동자가 밀집한 도시가 됐다. 대부분 노동자는 미국 남부의 노예 후손이거나 19세기 유럽에서 유입된 사람들이었다. 최근에는 동남아시아와 동유럽에서 이주해오는 사람들도 있어 더욱 복잡해졌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면서 미국 내에서 인종차별이 가장 심한 지역이라고 비난받기도 했던 시카고. 중노동에 시달리던 이주민 노동자들이 한 끼 식사라도 많은 열량을 섭취하기 위해 시카고 딥디시 피자와 얇게 썬 햄을 넣은 이탈리안 비프 샌드위치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