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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만든 소중한 설탕, 왜 나쁜 음식으로 몰고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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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58)

식물은 우리가 몸에 나쁘다(?)는 설탕 등 단순당을 왜 만들까. 인간을 적으로 알고 퇴치의 목적으로? 천만에. 인간을 살리기 위한 시혜로 알고 감사해야 할 정도다. 당연히 식물이 스스로 살아가기 위한 방편으로이지만 포도당, 설탕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은 실로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인간 등 지구상의 모든 동물은 식물이 만들어 준 포도당 없이는 살지 못한다. 모두가 기피하는 설탕도 포도당에서 나왔고 우리가 먹는 식용유도 단백질도 다 포도당에서 비롯됐다. 그럼 왜 만들고 어떻게 만드는지 살펴보자.

지구상의 모든 동물은 식물이 만들어 준 포도당 없이는 살지 못한다. 모두가 기피하는 설탕도 포도당에서 나왔다. [사진 pxhere]

지구상의 모든 동물은 식물이 만들어 준 포도당 없이는 살지 못한다. 모두가 기피하는 설탕도 포도당에서 나왔다. [사진 pxhere]

식물은 동물과 달리 물과 햇빛과 이산화탄소(탄산가스) 미네랄만 있으면 생명체에 필요한 모든 물질을 만들어 쓴다. 광합성, 탄소동화작용을 알지 않나? 우선 물을 빨아들여 햇빛의 힘으로 이를 광분해한다. 이 햇빛을 모으는 곳이 엽록체(chloroplast)이고 그 속에는 각 파장의 빛을 흡수하는 색소가 들어있다.

가장 많고 대표적인 것이 엽록소, 즉 클로로필(chlorophyll)이다. 이 클로로필이 어떤 파장의 빛을 모아 포토시스템(광반응)에서 물을 쪼갠다. 그러면 H₂O분자는 전자(H, e-)와 산소(O)로 분해된다. 산소는 바깥으로 내뿜어 생명체가 이용하게 하고 전자는 암반응이라는 기구(캘빈회로)에서 CO₂(이산화탄소)를 환원하는데 쓴다. 이산화탄소가 6개를 수소로 환원하여 만든 게 포도당이다.

이렇게 만든 포도당은 생체 내 모든 유기물질의 재료로 쓰인다. 이른바 단백질, 지방, 핵산, 섬유소, 비타민 등의 전구체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포도당을 많이 붙여 에너지의 저장형태로 만든 게 전분이고, 식물체의 형태 등을 지지하게 하는 것이 섬유소 등 구조다당이다. 구조다당(셀루로스, 키틴, 헤미셀루로스 등)이나 저장다당(전분, 이눌린 등)도 식물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하다.

그럼 단맛 나는 물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지구상에 있는 감미성분은 무수히 많다. 보통은 탄수화물이 많지만 드물게는 이상한 구조를 가진 것도 있다. 단백질에는 모넬린이 있고 감초, 양파 등에는 이상한 구조를 가지는 것이 있으며 인간이 합성한 사카린, 아스파탐, 자일리톨 등 인공감미료도 있다. 왜 식물이 포도당과 설탕 이외에 단맛 나는 이런 요상한 물질을 만드는 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

식물이나 과일에 단맛을 내는 것은 대개 설탕, 포도당, 과당 등 3종류이다.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이 한 개씩 붙어있는 올리고당이고 이들 3가지 당은 보통 모든 과일, 벌꿀, 수액 등에 존재한다. 과일의 단맛은 그 종류에 따라 감미성분의 조성이 천차만별이다. 예로서 망고, 복숭아는 거의 설탕이고 포도는 포도당과 과당이 거의 같은 비율로 들어있다. 벌꿀도 포도당과 과당이 약 1:1의 비율인데, 이는 꽃 속의 설탕을 벌이 물어다 효소로 잘라서 보관한 것이다. 고로쇠의 단맛, 단풍나무 수액을 졸여서 만든 메이플시럽도 거의 설탕이다.

식물은 동물과 달리 물과 햇빛과 이산화탄소(탄산가스) 미네랄만 있으면 생명체에 필요한 모든 물질을 만들어 쓴다. 이렇게 만든 포도당은 생체 내 모든 유기물질의 재료로 쓰인다. [사진 pixnio]

식물은 동물과 달리 물과 햇빛과 이산화탄소(탄산가스) 미네랄만 있으면 생명체에 필요한 모든 물질을 만들어 쓴다. 이렇게 만든 포도당은 생체 내 모든 유기물질의 재료로 쓰인다. [사진 pixnio]

그러면 왜 식물은 이런 설탕을 만들까? 살아가기 위한 방편이다. 우선 과일과 꽃 속의 단맛은 자손을 퍼뜨리기 위한 수단으로다. 꽃 속의 설탕은 수분(受粉)을 위한 것이고 과일 속의 당(설탕, 과당, 포도당)은 자손(씨)을 퍼뜨리게 하는 유혹물질이다. 벌이나 나비, 새나 동물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막대한 대가를 치르는 생존수단으로 말이다. 단 사탕수수 속에 있는 설탕은 수분(受粉)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싹틀 때 이용하려고 저장해 둔 연료이다. 대부분의 식물은 에너지의 저장형태로 전분을 선택했는데, 왜 사탕수수는 전분이 아닌 설탕의 형태로 저장하는지는 아직 그 이유가 밝혀져 있지 않다.

참 이상한 것이 있다. 잎에서 합성한 포도당을 체관을 통해 다른 기관으로 운반할 때는 왜 포도당이 아닌 설탕으로 전환해서 할까? 잎에서 만든 포도당의 반은 과당으로 바꾸고 이를 포도당에 붙여 설탕으로 만든 후 다른 부위로 보낸다는 것 말이다. 이렇게 운반된 설탕은 다시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되고 과당은 다시 포도당으로 전환되어 에너지로 쓰이게 된다. 또는 전분이나 셀룰로스로, 혹은 수많은 종류의 유기물을 만드는 재료가 되기도 한다. 왜 포도당인 아닌 설탕의 형태로 운반하는지의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나 아직 확실히 밝혀진 건 없다.

이른 붐 나무의 체관에 구멍을 뚫고 호스를 꽂아 받아낸 수액이 고로쇠이고 메이플시럽이다. 단맛의 대부분이 설탕이다. 목화의 여물지 않은 열매, 즉 솜이 한창 만들어지고 있는 단계의 ‘다래’라는 것을 따먹으면 단맛이 난다. 또 억새 같은 식물이 꽃이 피기 전, 즉 삐삐라는 것을 뽑아 단맛으로 까먹은 기억도 있다. 이는 포도당을 무수히 연결하여 섬유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미처 연결하지 못한 포도당의 단맛이다. 가시나무의 찔레도 마찬가지. 구황식품으로 먹은 소나무의 속껍질 송기의 단맛도 거의 설탕이다.

설탕은 나쁘고 벌꿀이 좋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설탕에 대해 당뇨를 걱정하지만 사실 인슐린의 분비를 유발하는 것은 설탕의 반쪽인 포도당이다. [사진 pxhere]

설탕은 나쁘고 벌꿀이 좋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설탕에 대해 당뇨를 걱정하지만 사실 인슐린의 분비를 유발하는 것은 설탕의 반쪽인 포도당이다. [사진 pxhere]

그런데 과거 그 귀하고 고가였던 설탕이 왜 요즘은 기피 대상이 됐을까. 값싸고 흔하고 맛이 좋아 많이 먹어 탈을 낸 결과일까. 그럴 가능성이 높다.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되어 흡수된다. 벌꿀은 벌이 꽃에 있는 설탕을 효소로 미리 포도당과 과당으로 소화시켜 놓은 것이다. 소화를 거치면 다르지 않다. 고로 설탕은 나쁘고 벌꿀이 좋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설탕에 대해 당뇨를 걱정하지만 사실 인슐린의 분비를 유발하는 것은 설탕의 반쪽인 포도당이다. 과당은 당부하가 없다.

그러나 요즘은 과당이 또 비난의 대상이 됐다. 포만감을 주지 않고 포도당으로 전환되어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간에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또 지방으로 전환되어 비만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있다. 과학적 근거가 없다. 만약 그렇다면 과당이 많은 과일이나 벌꿀, 아가베시럽 등도 나쁜 음식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나 간의 노고를 걱정한다면 오히려 술을 끊어야 하지 않나.

설탕이 혈당을 급격히 올려 나쁘다고 하는 데 이도 당뇨 환자에게나 해당하는 얘기다. 실제 설탕의 반쪽은 혈당수치와 관계없는 과당이다. 결국 문제는 먹는 양이지 종류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당뇨의 발병원인은 당류의 소비량이 아니라 비만율과 유전적인 요인과 관련이 크다. 설탕을 적게 먹어도 비만율이 높아지면 당뇨가 증가하고, 설탕의 소비가 많아도 비만율이 낮으면 당뇨는 적다. 건강을 위해서는 총 식사량을 조절하고, 적당한 운동, 절제된 생활태도가 중요하다. 특정 음식만을 문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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