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떠나도 檢에 개혁 못맡겨···노무현 실패 반복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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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와 관련된 입장을 밝히기 위해 브리핑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와 관련된 입장을 밝히기 위해 브리핑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장관이 떠났어도 검찰 개혁은 계속돼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반복할 순 없어요"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 위원장 김남준 변호사 인터뷰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남준(57·연수원 22기) 변호사는 1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국 전 장관의 사퇴에도 "개혁위의 검찰 개혁 논의는 지속될 것"이라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나는 조국 개인이 아닌 법무부로부터 임명됐고 개혁위 소속 위원들도 모두 같은 입장"이라며 "검찰 개혁은 조국 장관보다 중요하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반복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전격적으로 사의를 밝힌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를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격적으로 사의를 밝힌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를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노무현의 실패를 언급한 것은 그가 노무현정부 검찰개혁 한복판에 서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 근무했다. 그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던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불구속수사를 지휘했던 천 전 장관과 검찰이 정면충돌하는 모습을 곁에서 생생히 지켜봤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정부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며 검찰 스스로의 개혁을 요구한 것은 거대 관료집단인 검찰을 오판한 것"이라며 "검찰 스스로에게 개혁작업을 맡겨 놓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와 관련된 입장을 밝히기 위해 브리핑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와 관련된 입장을 밝히기 위해 브리핑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인터뷰는 조국 전 장관 사퇴 전인 지난 8일에 이뤄졌고 14일 오전과 오후에 보충 인터뷰가 진행됐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조국 전 장관에게 사퇴 의사를 전달받았나
전혀 몰랐다. 기자가 문자를 보내줘 알게됐다.
조 전 장관이 물러난 뒤 개혁위는 어떻게 운영되나
조 전 장관 사퇴 전에도 조 전 장관이 물러날 가능성을 생각했다. 개혁위는 그대로 유지되며 법무부와 검찰을 개혁할 권고안을 속도감있게 내놓을 것이다. 
조 전 장관이 사퇴 전 발표한 특수부 3개 청 축소 방안은 어떻게 평가하시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여전히 비대하고 건재하다. 직제에 없는 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수단 등 검찰청의 직접수사 부서에 대한 개혁 방안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배성범 중앙지검장은 검찰이 '근근이 특수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면 타당한 말이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개혁 작업 속에 어려움도 있겠지만 검찰의 직접 수사는 축소돼야 한다.
지난달 3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제2기 법무. 검찰 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 김남준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제2기 법무. 검찰 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 김남준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윤 총경 사건의 경우 경찰이 잡지못한 혐의를 검찰이 잡았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설치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 본다. 경찰에게도 수사할 기회를 더 많이 부여해 수사 능력을 쌓게 해줘야 한다. 
위원장을 맡았을 때 조 전 장관에게 따로 연락을 받았나
위원장을 수락한 뒤 조 전 장관에게 전화가 왔었다. 자신이 어려운 처지에 있으니 위원회가 중심을 잡고 검찰 개혁에 적극 나서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조 전 장관이 물러나며 개혁위 동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 않다. 위원들의 생각도 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다.
개혁위의 역할이 현 정부 검찰개혁 방안을 추인하는 것에 불과한 것 아니냔 우려도 있다
그렇지 않다. 개혁위는 독자적으로 간다. 물론 법무부와 협의를 하고 법무부에서 요청한 사안도 심의하겠지만 개혁위는 개혁위만의 어젠다가 있다. 개혁위의 권고안을 법무부가 수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노무현정부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강정구 교수 불구속 지휘를 둘러싼 검찰총장 사퇴 등에 대한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던 모습. [중앙포토]

노무현정부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강정구 교수 불구속 지휘를 둘러싼 검찰총장 사퇴 등에 대한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던 모습. [중앙포토]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에 있어 '국민'을 강조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을 반대하는 국민도 광화문에 나섰는데
서초동과 광화문 양측의 주장 중 내가 백 퍼센트 동의하는 것은 없다. 다만 검찰개혁의 경우 서초동과 광화문에 나선 시민들 모두가 동참할 수 있는 국가과제라 생각한다. 
노무현정부는 검찰개혁에 왜 실패했다고 보시나
검찰이란 조직을 잘못 인식했다. 정치적 중립성만 보장하면 검찰개혁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검찰은 거대한 관료조직이다. 관료조직은 내부적으로 개혁에 저항한다. 검찰을 개혁하기 위해선 외부와 내부에서 개혁 작업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정치적 중립만을 보장해선 안되지만 정치적 중립이 검찰 개혁의 기본 전제 아닌가  
개혁위는 현재 진행 중인 조국 수사와 별개로 개혁위만의 검찰개혁 작업을 이어갈 것이다. 
개혁위에 현직 부장검사(전윤경 부장검사)와 이탄희 변호사(전 판사) 등도 합류했는데  
전 부장검사는 검찰 제도 개혁에 관해 오랜 기간 공부를 한 검사라고 추천을 받았다. 개혁위에 합류하라고 직접 제안했고 전 부장이 흔쾌히 수락했다. 이 변호사는 변협 인권위원회 활동을 하며 만났는데 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해서 직접 부탁했다.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누에다리 인근에 설치된 경찰 펜스를 사이에 두고 '제8차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아래)와 '문재인 퇴진, 조국 구속 요구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누에다리 인근에 설치된 경찰 펜스를 사이에 두고 '제8차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아래)와 '문재인 퇴진, 조국 구속 요구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내부에선 개혁위 현직 검사들이 '들러리'를 서는 것 아니냔 우려도 있다. 
절대 그렇지 않다. 검찰 내부의 애환과 문제 등은 현직 검사가 가장 잘 안다. 전 부장과 함께 개혁위엔 현직 평검사와 검찰 수사관, 법무부 서기관이 들어와 있다. 실사구시의 관점에서 실제 검찰의 업무가 개혁될 수 있는 방안을 이들로부터 들을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검찰개혁을 하지 않다 왜 지금 서둘러 하냐는 지적도 있다 
적폐수사가 예상보다 길어져 검찰개혁의 어려움이 있었다. 정부가 권력기관 개혁에 있어 조금 더 정교한 계획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위원장이 민변 출신이라 개혁위가 정부와 각을 세울 수 없다고 우려하는 이들이 있다
난 민주당 당원도 아니고 민변은 어떤 진영에 속한 단체가 아니다. 검찰개혁에 있어 민변 출신 법조인들에겐 전문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전문성을 바탕으로 검찰 개혁 작업에 집중할 것이다. 어려운 시기지만 같은 실패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 위원장을 맡았다. 책임감을 갖고 검찰 개혁을 추진하겠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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