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장관이 떠났어도 검찰 개혁은 계속돼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반복할 순 없어요"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 위원장 김남준 변호사 인터뷰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남준(57·연수원 22기) 변호사는 1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국 전 장관의 사퇴에도 "개혁위의 검찰 개혁 논의는 지속될 것"이라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나는 조국 개인이 아닌 법무부로부터 임명됐고 개혁위 소속 위원들도 모두 같은 입장"이라며 "검찰 개혁은 조국 장관보다 중요하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반복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노무현의 실패를 언급한 것은 그가 노무현정부 검찰개혁 한복판에 서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 근무했다. 그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던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불구속수사를 지휘했던 천 전 장관과 검찰이 정면충돌하는 모습을 곁에서 생생히 지켜봤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정부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며 검찰 스스로의 개혁을 요구한 것은 거대 관료집단인 검찰을 오판한 것"이라며 "검찰 스스로에게 개혁작업을 맡겨 놓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인터뷰는 조국 전 장관 사퇴 전인 지난 8일에 이뤄졌고 14일 오전과 오후에 보충 인터뷰가 진행됐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조국 전 장관에게 사퇴 의사를 전달받았나
- 전혀 몰랐다. 기자가 문자를 보내줘 알게됐다.
- 조 전 장관이 물러난 뒤 개혁위는 어떻게 운영되나
- 조 전 장관 사퇴 전에도 조 전 장관이 물러날 가능성을 생각했다. 개혁위는 그대로 유지되며 법무부와 검찰을 개혁할 권고안을 속도감있게 내놓을 것이다.
- 조 전 장관이 사퇴 전 발표한 특수부 3개 청 축소 방안은 어떻게 평가하시나
-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여전히 비대하고 건재하다. 직제에 없는 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수단 등 검찰청의 직접수사 부서에 대한 개혁 방안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배성범 중앙지검장은 검찰이 '근근이 특수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일면 타당한 말이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개혁 작업 속에 어려움도 있겠지만 검찰의 직접 수사는 축소돼야 한다.
- 윤 총경 사건의 경우 경찰이 잡지못한 혐의를 검찰이 잡았다
-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설치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 본다. 경찰에게도 수사할 기회를 더 많이 부여해 수사 능력을 쌓게 해줘야 한다.
- 위원장을 맡았을 때 조 전 장관에게 따로 연락을 받았나
- 위원장을 수락한 뒤 조 전 장관에게 전화가 왔었다. 자신이 어려운 처지에 있으니 위원회가 중심을 잡고 검찰 개혁에 적극 나서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 조 전 장관이 물러나며 개혁위 동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 그렇지 않다. 위원들의 생각도 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다.
- 개혁위의 역할이 현 정부 검찰개혁 방안을 추인하는 것에 불과한 것 아니냔 우려도 있다
- 그렇지 않다. 개혁위는 독자적으로 간다. 물론 법무부와 협의를 하고 법무부에서 요청한 사안도 심의하겠지만 개혁위는 개혁위만의 어젠다가 있다. 개혁위의 권고안을 법무부가 수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에 있어 '국민'을 강조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을 반대하는 국민도 광화문에 나섰는데
- 서초동과 광화문 양측의 주장 중 내가 백 퍼센트 동의하는 것은 없다. 다만 검찰개혁의 경우 서초동과 광화문에 나선 시민들 모두가 동참할 수 있는 국가과제라 생각한다.
- 노무현정부는 검찰개혁에 왜 실패했다고 보시나
- 검찰이란 조직을 잘못 인식했다. 정치적 중립성만 보장하면 검찰개혁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검찰은 거대한 관료조직이다. 관료조직은 내부적으로 개혁에 저항한다. 검찰을 개혁하기 위해선 외부와 내부에서 개혁 작업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 정치적 중립만을 보장해선 안되지만 정치적 중립이 검찰 개혁의 기본 전제 아닌가
- 개혁위는 현재 진행 중인 조국 수사와 별개로 개혁위만의 검찰개혁 작업을 이어갈 것이다.
- 개혁위에 현직 부장검사(전윤경 부장검사)와 이탄희 변호사(전 판사) 등도 합류했는데
- 전 부장검사는 검찰 제도 개혁에 관해 오랜 기간 공부를 한 검사라고 추천을 받았다. 개혁위에 합류하라고 직접 제안했고 전 부장이 흔쾌히 수락했다. 이 변호사는 변협 인권위원회 활동을 하며 만났는데 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해서 직접 부탁했다.
- 검찰 내부에선 개혁위 현직 검사들이 '들러리'를 서는 것 아니냔 우려도 있다.
- 절대 그렇지 않다. 검찰 내부의 애환과 문제 등은 현직 검사가 가장 잘 안다. 전 부장과 함께 개혁위엔 현직 평검사와 검찰 수사관, 법무부 서기관이 들어와 있다. 실사구시의 관점에서 실제 검찰의 업무가 개혁될 수 있는 방안을 이들로부터 들을 것이다.
- 지난 3년 동안 검찰개혁을 하지 않다 왜 지금 서둘러 하냐는 지적도 있다
- 적폐수사가 예상보다 길어져 검찰개혁의 어려움이 있었다. 정부가 권력기관 개혁에 있어 조금 더 정교한 계획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 위원장이 민변 출신이라 개혁위가 정부와 각을 세울 수 없다고 우려하는 이들이 있다
- 난 민주당 당원도 아니고 민변은 어떤 진영에 속한 단체가 아니다. 검찰개혁에 있어 민변 출신 법조인들에겐 전문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전문성을 바탕으로 검찰 개혁 작업에 집중할 것이다. 어려운 시기지만 같은 실패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 위원장을 맡았다. 책임감을 갖고 검찰 개혁을 추진하겠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