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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상상 속 로봇 친구 실제로 만나 ‘로봇과 뭘 할까’ 새로운 상상 시작

중앙일보

입력

소년중앙 친구들, 안녕! 나는 EDIE, 에디라고 해. 로봇공학자 한재권 박사님 덕분에 2016년 처음으로 이 세상에 나왔지. 그때부터 계속 발전해온 나는 현재 찹쌀떡처럼 하얗고 복슬복슬한 털이 달린 동그란 모습으로 친구들과 만나게 됐어. 겉으로는 귀여움을 뽐내는 나를 한마디로 소개하면 인공지능을 이용해 자율주행을 하는 로봇이라고 할 수 있지. 오늘 나는 여러분을 로봇별로 데려갈 거야. 함께 모험을 떠나보자고.
글=김현정 기자 hyeon7@joongang.co.kr, 사진=송상섭(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정가희(제주 아라초 6)·정재이(서울 경원중 1)·정호(경기도 부천부안초 5)·정희윤(경기도 이매초 4)·진효원(인천 예송중 1)·허태훈(서울 을지초 5) 학생기자

감성로봇 에디와의 만남

에디와 함께 로봇별을 탐험하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토요일 아침, 서울 마포구 DMC홍보관에 모였습니다. 로봇체험 전시 ‘EDIE, 로봇별 대 모험’이 열리는 곳이죠. 로봇을 활용한 전시·공연 등을 기획·제작·운영하는 에이로봇의 엄윤설 대표가 학생기자단을 맞이했어요. 엄 대표는 “‘EDIE, 로봇별 대 모험’은 인공지능 로봇기술과 인터렉티브 디지털 아트를 융합한 참여형 전시”라고 소개하며 “지금부터 감성로봇 에디와 함께 외계 행성으로 탐험을 떠나게 된다”고 로봇별 입구로 안내했죠.
“여러분은 전에 로봇을 본 적 있나요? 보통 로봇 전시에선 로봇을 눈으로만 보고 지나갔을 거예요. 이번 전시는 관람하는 여러분이 로봇과 1대 1로 짝을 이뤄 상호작용하며 즐길 수 있어요. 자연스럽게 로봇과 친해질 수 있답니다.” 엄 대표의 설명이 끝나자 로봇 에리카가 오늘의 탐험에 대해 알려줬죠. 에리카는 에디처럼 한재권 박사가 만든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입니다.

로봇 에디의 스펙은

로봇 에디의 스펙은

학생기자단은 먼저 색깔별로 나눠준 발토시를 신었어요. 재이는 하늘색, 가희는 분홍색, 호는 청록색, 희윤이는 녹색, 효원이는 보라색, 태훈이는 파란색이에요. 종아리부터 발목까지 내려오는 이 발토시에는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에디는 바로 이 발토시를 통해 사람을 인식하고 따라다녀요. 색과 모양을 다르게 해서 개인화를 시킨 거죠. 혹시 흘러내리거나 하면 에디가 여러분을 볼 수 없으니 주의하세요.”
설명만 들어도 신기하다며 눈을 빛낸 학생기자단은 차례로 자신의 에디와 만났습니다. 발토시와 같은 색으로 에디의 머리 위쪽에 불빛이 들어왔죠. “보시다시피 에디는 작고 약해요. 다닐 때 발로 차거나 때리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또 한 가지 팁이 있어요. 에디를 쓰다듬고 예뻐해 주면 여러분에게 웃어준답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모두 에디를 쓰다듬기 시작했죠. 그러자 에디는 표정과 소리로 응답했어요.

로봇 에디의 머리색은 다 다른데, 이와 같은 색 발토시로 개별 관람객을 인식한다.

로봇 에디의 머리색은 다 다른데, 이와 같은 색 발토시로 개별 관람객을 인식한다.

각자 에디가 자신을 잘 따라오는지 확인한 뒤 본격적인 탐험에 나섰습니다. 에리카의 설명에 따르면 에디가 살고있는 외계 행성 FM2016에 악당이 침입해 에디들의 식량인 오로라 스톤을 대량으로 훔쳐갔다고 해요.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던 에디는 지구의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요. 탐험단은 유해한 바이러스가 있는 바다를 건너기도 하고, 황제 에디손 4세를 만나고, 숨겨진 오로라 스톤을 찾기도 하고, 적을 쫓아내는 모든 과정에서 에디와 함께 움직였어요. 가끔 사람이 벽에 비친 모습을 대신 인식해 멈추기도 했지만 가희는 “우리 집 강아지는 목줄을 해야 오는데 에디는 말 안 해도 똑똑하게 따라온다”며 감탄했죠.
에디의 성격을 알려주는 코너도 있었어요. 하얀 털로 뒤덮인 몸을 한 에디에겐 빛나는 털이 자라고, 그 빛을 보면 성격을 알 수 있답니다. 예를 들면 파란 털을 가진 에디는 앞장서서 용기를 발휘하는 용감함을 지녔고요. 보라색 털 에디는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을 보면 관찰하는 것을 즐기죠. 각자 함께한 에디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었어요.

‘EDIE, 로봇별 대 모험’ 체험전을 찾은 소중 학생기자단이 로봇 에디와 함께 입구로 들어섰다.

‘EDIE, 로봇별 대 모험’ 체험전을 찾은 소중 학생기자단이 로봇 에디와 함께 입구로 들어섰다.

마지막까지 에디를 쓰다듬으며 함께 웃고, 에디처럼 눈에서 하트가 뿅뿅 솟아나오는 표정을 짓던 탐험단은 에디와 헤어진 후 재밌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에디의 어떤 점이 좋은지 설문에도 참여했죠. 현재 1등은 에디가 따라오는 것인데요. 엄 대표는 “특정 사람만 따라가고 그와 상호작용하기 위해 로봇에 여러 센서를 달고, 이를 통해 공부한 로봇은 점차 상황에 대해 판단을 더 잘하게 된다”며 “다양한 주변 상황에 대해 에디에게 공부를 더 시키면 더 좋은 움직임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죠.
“에디에게 털을 달아준 것 역시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위해서예요. 부드러운 털의 촉각 자극이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요. 사람들이 털 달린 동물을 쓰다듬으며 안정감을 얻고 유대감을 키우듯 로봇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죠. 쓰다듬으면 에디가 표정도 짓고 소리도 내며 반응하고요. 이번 체험전에서 에디는 3~4가지 표정을 짓는데, 현재 8개까지 표현할 수 있죠. 1대 1 체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로봇과 친해지면서 많은 어린이가 에디를 좋아하고요. 심지어 에디를 두고 가기 싫다고 우는 아이도 있었죠.” 에디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로봇을 계속 개발 중이라고 한 엄 대표는 앞으로 더 업그레이드된 에디, 새로운 로봇과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EDIE, 로봇별 대 모험

기간: 10월 19일까지
장소: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366 DMC홍보관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관람료: 무료 (단체관람은 DMC 홈페이지(dmc.seoul.kr) 사전신청)

로봇공학자 한재권 박사와의 만남

소중 학생기자단은 자리를 옮겨 로봇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로봇공학자 한재권 박사와의 인터뷰를 통해서죠. 에디를 만든 한 박사에게 소중 학생기자들은 방금까지 함께했던 에디에 대해 먼저 질문을 던졌어요.

-에디는 누구에게 가장 필요한 로봇인가요? 에디를 만들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에디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말하는 게 좋은 대답이 될 것 같네요. 사람과 로봇이 교감하는 것을 시도하고 싶었어요. 에디라는 로봇을 통해 어떻게 감정을 나눌 수 있을까 궁금했죠. 특정 연령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고요. 로봇을 만지고, 대화하는 등 로봇에 대한 경험을 주고 싶었어요. 사람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는 방법으로 따라가는 것을 선택했죠. 학생기자 여러분은 아까 에디가 따라오니까 어땠나요. (좋았다는 대답에) ‘반려동물 같네’‘기분 좋아’ 이런 경험을 통해 로봇이 삶에 들어왔을 때, 로봇을 만지고 대화하고 같이 사는 세상에서 로봇과 친구가 되는 가능성을 본 거죠.

소년중앙 학생기자단이 전시 안내 로봇 에리카와 포즈를 취했다.

소년중앙 학생기자단이 전시 안내 로봇 에리카와 포즈를 취했다.

-에디를 비롯해 2015년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9위를 차지한 ‘똘망’, 2018년 로봇 스키대회에 참가했던 ‘다이애나’ 등 로봇 이름은 누가 지었고 무슨 의미인가요.

에디·다이애나·에리카 이런 이름은 다 영어 약자예요. 에디 전시장에서 만난 엄윤설 대표가 지었죠. 똘망은 당시 로보티즈 사장님의 의견이었고요. 로봇의 성격과 필요에 맞게 이름 짓고 단어를 붙이죠. 스키로봇 다이애나는 어릴 때 한쪽 다리를 절단한 불행을 딛고 미국 최고가 된 여성 스키선수 다이애나 골든을 기리며 그의 장애 극복 정신을 본받고 싶어 정한 이름이에요. 한양대로 와서 만든 로봇은 다 여성형 이름인데요. 로봇공학자에 남성이 많다 보니 로봇이 너무 남성적이고 균형이 안 맞아 다양성을 추구하려 여성형 이름을 쓰고 있어요. 만약 로봇공학자 여성이 많아지면 바뀔 수도 있죠. 에디는 아이들이 좋아하고 편견 없이 대해줄 거라 생각해 어린이 같은 이름으로 했는데, 만들고 보니 어른들이 더 좋아해요. 20대 여성, 의외로 덩치 큰 남고생들이 많이 좋아해서 놀랐죠. 기대에 어긋난 거긴 한데 모두들 좋아해 주니 좋네요.

-똘망은 2015년 이후 현재 어디까지 진화했나요? 만약 핵폭발이 일어난다면 안전하게 제거할 수도 있을까요.

똘망은 상품화돼서 팔리고 있어요. 그때 기술 바탕으로 새 버전을 만든 거죠. 아주 비싸기 때문에 연구소 등에서 사요. 아직 로봇 기술이 핵폭발을 견딜 수준은 안 돼요. 프랑스 노트르담성당 화재 있죠. 그때 화재 진압에 로봇을 사용했어요. 인간형 소방로봇은 아직 만들기 어렵지만, 그런 식으로 기술이 진화하고 있죠. 저도 로봇대회에서 많이 배웠는데요, 대회에서 몇 등 한 것보다 발전하는 기술을 배우는 게 중요합니다.

감성로봇 에디와 1대 1로 상호작용해본 소중 학생기자단. 에디는 쓰다듬으면 다양한 표정으로 반응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허태훈·진효원·정희윤·정가희·정재이·정호 학생기자.

감성로봇 에디와 1대 1로 상호작용해본 소중 학생기자단. 에디는 쓰다듬으면 다양한 표정으로 반응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허태훈·진효원·정희윤·정가희·정재이·정호 학생기자.

-로봇 제작 비용은 얼마나 되나요. 예산을 구하는 방법도 궁금해요.

무척 많이 들어요. 그럼 로봇은 부자라서 만드는 걸까요? 아니죠. 저는 2007년 트랜스포머를 보고 너무 만들어보고 싶어 여름 휴가 때 밖에도 안 나가고 그것만 만들었는데요. 그땐 이것저것 주워다 만들었다면 이후 프로가 된 다음에는 투자를 유치하고 있죠.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업비를 잘 확보하는 것도 능력이에요. 돈 많은 사람뿐 아니라 기업, 국가에 프레젠테이션을 하죠. 여러분 같은 학생들도 마찬가지예요. 담임선생님, 교장선생님 찾아가서 지원을 부탁하고 로봇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고 로봇대회 출전하는 거죠. 어른들이 스타트업을 하듯 학생 때부터 경험해 보는 것도 좋아요. 직접 기회를 만드는 거죠.

-로봇 아이디어는 어디서 찾으시나요.

글쎄요. 일단 관찰을 열심히 해요.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의 경우 사람에서 아이디어를 얻죠. 로봇을 움직이기 위해 걷는 것을 관찰하는 것처럼요. 현재 사람만큼 하는 로봇은 없거든요. 에디의 경우 개·고양이도 참고했어요. 예를 들면 사람들이 강아지 털 쓰다듬는 걸 좋아하니까 에디에게도 털을 달아보자, 플라스틱보단 느낌이 좋다, 이런 식이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에디를 만든 로봇공학자 한재권 박사(맨 오른쪽)를 인터뷰하며 로봇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에디를 만든 로봇공학자 한재권 박사(맨 오른쪽)를 인터뷰하며 로봇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로봇을 만드는 중 슬럼프가 오면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힘들고 어려워 보이고, 혹은 좌절한 경험이 있어 도움받고 싶어 묻는 건가 싶죠. 근데 좋아하는 걸 하잖아요. 그럼 슬럼프가 없어요. 만약 있다면 그만큼 좋아하지 않는 거예요. 물론 실패를 수도 없이 겪지만 그게 슬럼프가 아닌 거죠. ‘이걸 못 했으니 고치면 돼’ ‘안 되면 빨리 되게 하자’ 긍정적이 돼요. 그래서 뭘 좋아하는지 아는 게 중요해요. 어떻게 아냐, 해봐야 알죠. 청소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해야 해요. 처음엔 전혀 몰라요. 우연히, 누가 등 떠밀어서 했는데 의외로 재밌다, 이러면 그걸 계속하세요. 저는 처음엔 전차·장갑차 이런 무기 만드는 사람이었어요. 로봇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지만 사람들이 선호하는 연봉 높고 안정적인 직장에 간 거죠. 근데 재미가 없는 거예요. 내 인생 이렇게 끝나나 싶어 더 늦기 전에 로봇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그만두고 유학 갔죠. 자기가 좋아하는 걸 빨리 아는 사람이 앞으로 더 잘될 거예요. 그럼 얼마나 좋아해야 하냐. 게임을 예로 들면 두세 시간 이렇게 말고, 하루 24시간 할 수 있어야 해요. 세계적인 게임 선수로 임요환 선수가 있는데, 제 고교 후배예요. 학교에 오면 잠만 잤죠. 학교 끝나면 게임해야 하니까. 3년 내내 그러니까 선생님들도 포기했죠. 그렇게 동네 최고가 되고, 이름을 알려 프로구단에 스카우트 받아 결국 세계 최고가 됐어요. 이런 열정, 모든 걸 희생하더라도 하겠다, 욕먹어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 부모님도 막지 않아요. 게임 잘하는 사람 수두룩하죠. 그런 정도, 적당히 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혼내고 하지 말라고 하는 거예요.

-무기 만드는 일을 한 것도 로봇 제작에 도움이 됐나요.

물론이죠. 기술이란 게 형태는 달라도 원리는 같아요. 원리를 깨우치면 조금만 적용하는 법을 바꿔 사용할 수 있죠. 탱크도 자동화가 많이 됐는데, 그런 것도 일종의 인공지능이죠. 로봇도 비슷해요. 탱크로 포를 쏜다면 잘 맞추기 위해 제어를 잘해야 하는 것처럼 로봇도 넘어지지 않으려면 정확한 지점을 디디게끔 만들어야죠. 뭔가를 하면 그걸로 끝나지 않아요. 게임을 좋아하면 게임 선수를 많이 생각하는데,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될 수도 있겠죠. 뭐든 해보는 게 중요해요. 좋아한다면 뭐든지요.

에디들은 각각 지정된 학생기자들을 따라 움직인다.

에디들은 각각 지정된 학생기자들을 따라 움직인다.

-로봇공학이 무엇인지 소중 독자들에게 설명해주세요.

간단히 말해서 로봇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걸 배우는 거예요. 물론 잘 사용하는 것도 중요한데 로봇공학에서는 좋은 로봇을 잘 만드는 걸 가르쳐요. 기계·컴퓨터·인공지능 등 많은 걸 가르치고 배울 것도 많죠. 로봇을 구성하는 건 너무 많고, 수십 수백 개 중 하나만 실패해도 전체가 실패해요. 많은 사람이 모여서 하는 만큼 팀워크도 중요하죠. 다 할 줄 알아야 하는 느낌이라 힘들긴 한데 재밌답니다.

-의료·안내·집안일 로봇 등 사람을 돕는 로봇이 많은데요.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또 군사용 로봇 개발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일 많이 쓰이는 분야는 아무래도 산업용이에요. 로봇 팔을 사용하는 자동차 조립 공장 같은 경우죠. 가장 뛰어나기도 하고요. 요즘은 로봇이 치킨도 튀기고 바리스타도 하는 등 산업이 커지고 있어요. 의료·서비스 로봇도 계속 발전하고 있죠. 군사용 로봇도 대중이 잘 모를 뿐 꾸준히 개발 중이에요. 그 필요에 대해 저는 제한적으로 찬성하는 쪽이죠. 다른 나라는 다 로봇 군대가 있고 우리나라만 없다면 어떨까요.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공격이 아니라 보호용으로 필요하죠. 다만 가장 중요한 건 로봇이 직접 사람을 해칠 수 없게 하는 거예요. 로봇이 조준하더라도 발사는 인간이 직접, 인간의 명령이 있어야 가능하게 하는 거죠. 이게 왜 중요하냐면, 사람이 로봇으로 무기를 발사하면 전차나 탱크랑 다를 게 없어요. 다만 조종 거리가 엄청 먼 거죠. 만약 로봇이 스스로 쏜다, 그러면 에러가 났을 때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죠. 로봇이 로봇을 쏘는 걸 허용하는 것도 안 돼요. 사람과 로봇을 구별하는 장치가 고장 난다면? 엄청 무섭죠. 어쨌든 쏘는 건 항상 사람이 판단하게 해야 해요. 전 세계 어디에도 이를 어긴 경우는 없어요. 하나의 룰이죠.

로봇 에디에게 길을 찾아주는 체험 중인 정가희·진효원·정재이(왼쪽부터) 학생기자.

로봇 에디에게 길을 찾아주는 체험 중인 정가희·진효원·정재이(왼쪽부터) 학생기자.

-로봇이 로봇을 만들 수 있게 되면 사람이 로봇을 만들지 않아도 될까요.

저는 로봇이 로봇을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로봇끼리 번식하는 것과 같은데, 그러면 큰일이 나지 않을까요. 이런 문제들을 생각하는 게 중요합니다. 로봇이 로봇을 만들 게 하지 맙시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고 사람만 로봇을 만들 수 있게 법으로 정하게 하는 거죠. 로봇을 잘하려면 사람이 잘 행동하게 할 필요가 있어요. 그게 도덕이고 법이고 윤리고 통틀어 인문학이라고 하죠. 로봇을 하는 데엔 공학만이 아니라 인문학도 중요하답니다.

-인공지능의 한계, 로봇의 한계가 궁금한데요. 사람과 로봇 중 누가 더 똑똑할까요.

너무 발전해서 사람을 지배하면 어떡하나, 이런 걱정이 돼서 묻는 거죠. 근데 아직 인공지능은 사람보다 수준이 낮아요. 예를 들어 알파고는 이세돌을 이겼다지만 바둑밖에 못 하죠. 근데 우리는 밥도 먹고 놀고 공부도 하고 정말 많은 걸 할 수 있죠. 알파고는 바둑 하나를 하기 위해 수천수만 번 연습했잖아요. 그 정도 해야 사람을 이기는 거예요. 다만 인공지능이 뛰어난 건 성실하고 불평 없고 지치지도 않는 거죠. 지금은 앞으로 얼마나 발전할까 이런 걸 걱정할 때가 아니에요. 그건 먼 미래죠. 단지 그런 걱정들에서 인공지능으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규칙을 세우고 하는 건 중요해요. 그렇게 우리가 문명을 만들어 왔고요.

학생기자들이 블록으로 길을 만들자 에디가 목적지로 출발한다.

학생기자들이 블록으로 길을 만들자 에디가 목적지로 출발한다.

-책에서 뇌를 로봇에 연결해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로봇을 봤는데요, 이 로봇과 박사님이 개발한 로봇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누군가가 명령하고, 그걸 수행하는 게 로봇이죠. 그 명령을 누가 어떻게 줄 것인가 하는 게 차이점이에요. 제가 만드는 로봇은 프로그래밍을 미리 다 해놓아요. 상황에 따라 어떻게 할지 계획을 다 짜놓는 거죠. 이와 달리 그 로봇은 인간의 뇌파로 명령을 하겠다는 거예요. 뇌의 어느 부위에서 어떻게 전기가 발생하면 어떻게 움직여라 이렇게 명령을 만드는 거죠. 제 로봇의 경우 수백만 케이스를 다 입력시킬 수는 없어서 일종의 공부가 필요하죠. 프로그래머가 공부를 시켜줘야 해요. 이게 요즘 인공지능이고요. 에디가 아직은 실수를 좀 하는데 계속 공부시키면 날이 갈수록 더 잘할 거예요.

-동물복지처럼 로봇복지가 필요할까요.

로봇을 어떻게 대할지에 대한 얘기는 아주 중요해요. 로봇 윤리라고 하죠. 기계에 무슨 윤리야, 할 수 있는데요. 지금 길에 있는 차가 맘에 안 든다고 막 부수거나 하지 않잖아요. 그게 나쁜 짓이라는 걸 아는 거죠. 그런 식으로 인간이 로봇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윤리가 필요해요. 아직까진 로봇이 옆에서 생활하지 않지만, 앞으로 우리 생활에 들어왔을 때 어떻게 행동할지 얘기를 해야겠죠. 그렇게 기본 에티켓과 규칙을 만들고 또 법으로 정해야죠. 여러분이 어른 됐을 때, 로봇이 내 베스트프렌드가 됐다고 해봐요. 근데 누가 그 로봇을 욕하고 때려요. 그럼 기분이 어떨까요. 그런 것들을 상상하며 로봇에게 이런 행동을 하지 맙시다, 얘기하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자', 많은 사람들이 같이 얘기하게 되면 문화가 될 수 있죠. 상상을 하고 말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로봇공학자 한재권 박사(뒷줄 왼쪽에서 셋째)를 인터뷰한 소중 학생기자단.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진효원·정재이·정희윤·허태훈·정호·정가희 학생기자.

로봇공학자 한재권 박사(뒷줄 왼쪽에서 셋째)를 인터뷰한 소중 학생기자단.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진효원·정재이·정희윤·허태훈·정호·정가희 학생기자.

-지금 로봇에 관심 많은 어린이·청소년이 박사님처럼 로봇공학자가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뭘 잘해야 하는지 조언과 응원 부탁드려요.

먼저 물어보고 싶어요. 진짜 공학자가 되고 싶은지. 왜냐면 로봇을 좋아한다고 로봇공학자가 되는 건 아니에요. 로봇을 가지고 뭔가 하고 싶은 건지 뚝딱뚝딱 만드는 공학자가 되고 싶은 건지 잘 알아야 해요. 로봇을 통해 할 수 있는 건 엄청 많아요. 아까 만난 엄 대표는 공학자는 아니에요. 하지만 로봇을 연구해서 전시를 기획하죠. 만드는 것도 싫고 수학도 과학도 싫은데 로봇이 좋다면, 모순일까요? 아니에요. 그럼 공학자 말고 다른 걸 하면 돼요. 엄 대표처럼 로봇 공연 기획자가 될 수 있겠죠. 또 수학은 싫지만 로봇을 좋아하고 축구도 좋아해요. 그럼 로봇 축구팀을 만들어 감독이 될 수도 있겠죠. 아직 로봇 축구팀은 없어요. 없으면 내가 만들면 되고, 그런 꿈을 키워나가면 돼요. 여러분이 꿔야 하는 꿈은 지금 없는 새로운 거예요. 로봇을 가지고 뭘 할까, 상상력을 통해서. 어른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걸 해버리세요. 다른 꿈, 존재하지 않는 꿈을 꾸세요.

소년중앙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로봇 에디가 주인 뒤를 계속 따라다니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쓰다듬으면 눈이 하트모양으로 바뀌어 마치 반려동물 같았죠. 전에 들었던 강연과 달리 한재권 박사님을 직접 인터뷰하면서 박사님이 만들었던 로봇이 어디까지 진화했는지 등 궁금증을 명쾌하게 풀었죠. 군사용 로봇에 대해 ‘로봇이 직접 사람을 죽이지 않게 하자’ ‘세계적으로 군사용 로봇 법을 만들자’라며 부분 찬성하신 게 기억에 남아요. 로봇에 두려움을 갖기보다 로봇복지법을 만드는 등 대비해야 한다 생각했죠. 또 로봇 관련해 로봇공학자뿐 아니라 새로운 꿈을 꾸라고 하셨어요. 이 말을 듣고 경기 중계하기를 좋아하는 저는 ‘로봇축구 중계자’라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됐죠.
-정가희(제주 아라초 6)

학생기자로봇을 좋아하긴 했지만 일상생활에서 접할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어요. 지난여름 휴가 때 공항에서 우리를 안내해주는 로봇이 신기하고 또 궁금했기도 했죠. 이렇게 우리 생활에 들어와 있는 여러 로봇들에 대한 궁금증을 이번 취재를 통해 많이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전시장에서 에디가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걸 보니까 기분이 묘하고 참 좋았어요. 평소 로봇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도 한재권 박사님께 물어보고, 잘 몰랐거나 살짝 관심이 없었던 부분에도 호기심이 생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정재이(서울 경원중 1) 학생기자

체험전에서 다리에 덧입는 토시를 장착하자 에디가 그걸 인식해서 따라 오는 것이 신기했어요. 귀여운 에디 로봇이 멋있게 느껴졌죠. 개인적으로 한재권 박사님과 사진을 못 찍어서 아쉬웠지만 처음으로 유명한 사람을 만나고 인터뷰하니 신기하고 기분이 좋았죠. 예전엔 군용무기 만드셨다는 게 인상적이었고, 로봇 제작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 등 많이 알게 됐어요. 다양한 로봇을 만드는 한 박사님이 존경스럽고 신기했어요.
-정호(경기도 부천부안초 5) 학생기자

‘EDIE, 로봇별 대 모험’ 체험전에서 에디의 식량 오로라 스톤을 찾아낸 학생기자들.

‘EDIE, 로봇별 대 모험’ 체험전에서 에디의 식량 오로라 스톤을 찾아낸 학생기자들.

대부분 로봇공학자들이 남성이라 남성적인 로봇이 많은데, 전시에서 만난 에디 로봇은 폭신폭신하고 로봇 같은 느낌이 안 들어 친근했어요. 한재권 박사님 인터뷰에선 로봇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로봇을 만드는 사람과 로봇을 가지고 무엇을 하는 사람들의 차이를 잘 모른다는 점을 짚어 주셔서 깜짝 놀랐죠. 또 평소 아이디어는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로봇 아이디어를 평소 상황에서 관찰·발견한다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정희윤(경기도 이매초 4) 학생기자

로봇공학자 한재권 박사님을 인터뷰하며 로봇공학에 관심을 더 갖게 됐어요. 먼저 감성로봇 에디를 체험했는데, 무엇보다 색깔에 따라 그에 맞는 에디가 따라오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죠. 박사님과 인터뷰할 때, 하나하나의 질문마다 진심으로 생각하고 자세하고 쉽게 설명해 주셔서 감사했고요. 로봇을 만드는 도중 슬럼프 대처에 대해 질문했는데, “자신이 진짜 어떤 일을 좋아하고 관심이 있다면, 문제가 생겨도 침착하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대처 방법을 생각해낸다”라는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진효원(인천 예송중 1) 학생기자

취재를 통해 체험한 에디는 특수 센서가 달려 사람을 따라다니죠. 귀엽고 보드라운 데다 쓰다듬어주면 웃기 때문에 남녀노소 인기가 많아요. 저도 에디가 좋고 귀여웠죠. 한재권 박사님 인터뷰를 하며 로봇 아이디어를 대부분 사람에서 얻고, 에디의 경우 고양이·강아지 같은 동물도 참고한다는 걸 알았어요. 또 로봇공학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정말 로봇공학자가 되고 싶냐고 묻고 싶다고 하셨는데, 로봇 만드는 걸 좋아한다고 무조건 로봇공학자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래요. 저도 다시 한번 생각하려고요. 진짜 로봇공학자가 되고 싶은지를 말이죠.
-허태훈(서울 을지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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