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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배신, 악몽 부르나···IS 수용소서 785명 무더기 탈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에 우려하던 일이 일어났다.

쿠르드는 시리아 정부군과 손잡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 대원 가족 억류 수용소에서 785명이 탈출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쿠르드족이 통제하는 시리아 북부에 대한 터키의 공습이 시작된 지 나흘째인 12일(현지시간) 친터키 성향의 시리아 반군들이 터키 접경도시인 텔아비야드에서 무장한 채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쿠르드족이 통제하는 시리아 북부에 대한 터키의 공습이 시작된 지 나흘째인 12일(현지시간) 친터키 성향의 시리아 반군들이 터키 접경도시인 텔아비야드에서 무장한 채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터키군은 지난 9일 시리아 북동부에 있는 쿠르드족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격퇴하겠다며 '평화의 샘' 군사작전을 시작했다.
작전 닷새 만에 2개 도시를 점령했고 이 과정에서 IS 대원 친인척 억류 수용소인 '아인이사 캠프'를 포격했다. 이 혼란을 틈타 수백 명이 탈출한 것이다. 이곳에는 수천 명이 구금돼 있었고, 이들을 감시하는 일은 쿠르드족의 몫이었다.

IS 세력이 부활할 것이란 우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내 미군 철수를 선언한 이후 꾸준히 제기돼왔다.
미군의 철수와 미 정부의 방관으로 쿠르드족이 터키의 공격을 받을 경우 IS 부활은 시간 문제란 지적이었다. 그만큼 IS 격퇴에 쿠르드족이 세운 공이 컸다. '동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난과 함께 '결국 미국 안보에 해가 될 것'이란 비판이 쏟아진 이유였다.

터키군이 9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작전에 들어갔다. [로이터=연합뉴스]

터키군이 9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작전에 들어갔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방관 아래 터키 정부는 쿠르드를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터키 측은 YPG가 자국 내 쿠르드노동자당(PKK)와 연계해 터키의 안보를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쿠르드족 분리 독립의 싹을 애초에 잘라내겠단 뜻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라스 알-아인 등 2개 도시와 쿠르드족 주요 수송로인 고속도로 등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위협도 터키에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터키를 비난하고 나선 유럽 국가들을 겨냥한 말이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시리아민주군(SDF)은 터키의 공격이 계속될 경우 IS 수용소를 지키는 일을 더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SDF 측은 "IS 수용소가 아닌 도시와 주민들을 보호해야 할 때"라며 "터키가 일으킨 전쟁은 IS를 부활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아인이사 캠프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수용소에서도 계속 탈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SDF는 시리아 내전에서 IS 격퇴에 큰 역할을 한 민병대들의 연합조직으로 쿠르드족이 핵심 세력이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는 시리아 내 미군 철수를 계획대로 실행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이날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시리아에 있는 미군 1000명을 가급적 안전하고 신속하게 대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르드족은 시리아 정부군과 손을 잡았다. 총구를 겨눈 사이였던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과 터키군 침공을 함께 막기로 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시리아 북동부의 쿠르드 당국이 이날 시리아 정부와 함께 국경 지대를 따라 군대를 배치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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