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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 주면 200개 주겠다"···권력 통한다는 조범동 수법 보니

중앙일보

입력

조국(54)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6)씨가 코스닥에 상장된 부실 업체에 접근한 뒤 자산을 빼돌려 처분하는 ‘기업사냥꾼’ 행태를 보인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조국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 된 2017년 5월 이후에는 “권력은 통한다”며 접촉하는 업체를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중앙일보는 서울 지역 지하철에 무선인터넷(WIFI·와이파이) 사업을 하려던 업체 PNP플러스 관계자를 통해 2016년부터 여기에 참여를 원했던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사업 방식을 파악했다. 조범동씨는 2016년 2월에 코링크PE를 설립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고형곤)은 조범동씨를 지난 3을 구속기소 하면서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을 통해 “조씨는 신용불량자라 대표이사로 취임하지 못하고 총괄 대표 직위로 활동했다”고 소개했다.

 PNP플러스 관계자는 “코링크PE가 2016년 초부터 현대기아차에 차량 방음제를 납품하던 익성과 함께 와이파이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고 제안을 했다”며 “익성도 와이파이로 사업을 확장하면 코스닥 상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왼쪽)가 2016년 4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중국 기업과 6000억원대 투자유치 양해각서 체결식에서 악수하고 있다.[사진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

조국 법무부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왼쪽)가 2016년 4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중국 기업과 6000억원대 투자유치 양해각서 체결식에서 악수하고 있다.[사진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

 하지만 2016년 서울교통공사 입찰에서 PNP플러스가 탈락하자 코링크PE는 등을 돌렸다. 투입한 자금 7000만원(코링크PE 2000만원+익성 5000만원)을 돌려 달라는 과정에서 갈등도 생겼다. 결국 2017년 1월 자금 회수 합의서를 작성하고 와이파이 사업에서 완전히 발을 뗀다.

 그러다 2017년 5월 조국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취임하고, 서울교통공사 재입찰 과정에서 PNP플러스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자 다시 한번 찾아온다. “뭐 어쨌든 권력이 통한다는 가정에 따라”라는 조범동씨의 육성 파일이 최근 공개됐는데, 파일이 녹음된 시기가 이때다.

 PNP플러스 관계자는 “조범동씨가 찾아와 코링크PE 펀드에 50억원이든 100억원이든 달라고 요구했다”며 “그 뒤 블라인드 펀드를 만들어 상장사를 인수한 뒤 나중에 150개(억원)에서 200개를 내려주겠다”고 전했다. 공개된 육성 파일에도 조범동씨 상대방인 투자자가 “150억~200억원 가려면 상장사 입장에서 현금이나 부동산 보유가 그만큼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 관계자는 “조범동씨는 사업을 튀겨 이익을 챙기고 퇴로 작전을 짜는 데만 관심이 있었지 장기간 설비에 투자하고 향후에 콘텐트 유통으로 이익을 얻는 사업 구조에는 맞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범동씨가 익성→PNP플러스→스킨앤스킨(화장품업체)→포스링크→웰스씨앤티→더블유에프엠(WFM) 등 끊임없이 투자할 기업을 찾아다녔다고 전했다.

8일 방송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차장이 코링크PE에 대해 이상한 점을 지적한 부분이 나오고 있다. [사진 유튜브]

8일 방송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차장이 코링크PE에 대해 이상한 점을 지적한 부분이 나오고 있다. [사진 유튜브]

 참여연대 경제센터소장을 지낸 김경율 회계사도 지난 5일 온라인 방송에서 “조범동씨 같은 주가 조작 세력은 코스닥 시장에서 금방 상장폐지될 업체를 찾아다닌다”며 “사채를 이용해 무자본으로 인수한 뒤 자산을 다 빼먹고 기업을 팔아 버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액 주주뿐 아니라 노동자도 길거리에 나 앉게 되는 부작용이 있어, 조범동씨와 같은 세력은 끝까지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의 자산 관리를 맡았던 김경록(37) 한국투자증권 차장도 코링크PE가 정상적인 사모펀드가 아니라고 소개했다. 김 차장은 지난 3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인터뷰에서 “코링크PE에 전화를 해서 ‘내가 20억~30억원 있는데 가입하게 해달라’고 전화를 했더니 ‘다 찼다’고 했다”며 “사모펀드는 49인까지 참여 가능한데 유명하지 않은데도 벌써 찼다고 해서 이상했다”고 말했다.

 검찰의 조범동씨가 2016년 2월 코링크PE를 설립하면서 연관된 업체들에 얼마나 많은 돈을 횡령했는지, 정경심 교수가 그 자금 흐름에 얼마나 관여했는지에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8일 국회를 통해 공개된 공소장에서 조범동씨는 코링크PE와 WFM, 웰스씨앤티 등을 통해 71억54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횡령 혐의에는 경영 컨설팅 명목으로 정 교수와 연관된 자금도 있다.

 조씨의 공소장에는 최근 시민단체에서 강조하고 있는 WFM가 2018년 3월 무상으로 코링크PE에 준 53억원 상당 주식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경심 교수의 공소장에는 이런 수십억 상당 추가 자금이 횡령 혐의로 포함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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