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내려오고 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높은 산에서 낮은 땅으로. 며칠만 있으면 동네 가로수도 노랗게 물들겠지만 조금 특별한 단풍을 만나고 싶다면 주목하시라. 한시적으로 개방하는 숲길, 서둘러 예약한 사람만 볼 수 있는 수목원 등 5곳을 소개한다.
①홍천 은행나무 숲
강원도 홍천군 내면에 자리한 홍천 은행나무숲이 10월 한 달간 일반인에게 개방된다. 원래 숲은 개인 사유지다. 1985년 유기춘씨가 위장병을 앓던 아내를 위해 물 좋고 공기 좋은 이곳에 자리 잡았다. 아내의 쾌유를 기원하며 한 그루 두 그루 심던 은행나무가 어느새 2000그루가 넘었다. 2010년부터 10월 한 달간 일반인도 숲을 구경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올해는 아직 은행나무 잎은 초록빛이 채 빠지지 않았다. 이달 하순이 돼야 절정의 노랑을 뽐낼 것으로 보인다.
②베어트리파크 단풍낙엽 산책길
세종시 베어트리파크는 이달 12일부터 11월 10일까지, 약 한 달간 ‘단풍낙엽 산책길’을 개방한다. 평소엔 자연보호를 위해 출입을 제한하는 특별한 장소다. 산허리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도록 조성된 산책길은 은행나무와 느티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 단풍과 낙엽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왕복 40분 정도 걷는 코스다. 올해는 산책길 곳곳에 포토존을 설치했다. 인스타그램 사진 이벤트에 응모도 할 수 있다. 입장권, 식사권, 인형 등을 선물로 제공한다.
③화담숲 단풍축제
경기도 광주 화담숲은 이달 12일부터 11월 3일까지 단풍축제를 진행한다. 화담숲의 최고 자랑거리는 400여종에 달하는 단풍나무다. 내장단풍을 비롯해 털단풍, 중국단풍, 노르웨이단풍 등 온갖 단풍이 있어 여느 숲이나 수목원보다 화려한 가을 색 잔치가 펼쳐진다. 완만한 산책길 주변에 억새와 구절초, 참취 등 가을 야생화도 어우러져 있다. 단풍축제 기간 주말에는 예약자에 한해 입장할 수 있다. 화담숲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④남이섬 단풍선
경기도 가평 남이섬은 이달 12일부터 11월 10일까지 ‘단풍선’을 띄운다. 단풍철을 맞아 특별히 일찍 운행하는 배다. 이른 아침 물안개 낀 북한강을 가르며 가을 운치를 만끽할 수 있다. 남이섬 단풍은 화려하기로 명성이 높다. 계수나무, 단풍나무뿐 아니라 벚나무, 자작나무, 메타세쿼이아가 짙은 가을 풍경을 빚는다. 서울 송파구에서 가져온 은행나무 낙엽을 깐 ‘송파은행나무길’도 빼놓을 수 없다. 단풍선은 평일 오전 7시 30분, 주말 7시에 가평나루에서 출발한다.
⑤아산 은행나무길 축제
아산 은행나무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힌 길이다. 길은 짧다. 충남 아산시 염치읍 송곡리를 시작으로 백암리 현충사 사거리까지 2.1㎞ 이어진다. 이 길에서 모두 350여 그루 은행나무를 만날 수 있다. 1973년 10여년생 은행나무를 심었는데 어느새 아름드리나무로 자랐다. 은행 잎이 물들면 누구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지만 각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10월 25~27일, 11월 1~3일 축제 기간에 맞춰 가보자. 버스킹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