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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자존심'테이트 모던, 백남준 대규모 회고전 17일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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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 June Paik and Jud Yalkut Video Commune (Beatles Beginning to End): An Experiment for Television by Nam June Paik 1970 Single-channel video, color, with sound Courtesy of Electronic Arts Intermix (EAI), New York and the Estate of Nam June Paik [사진 테이트 모던]

Nam June Paik and Jud Yalkut Video Commune (Beatles Beginning to End): An Experiment for Television by Nam June Paik 1970 Single-channel video, color, with sound Courtesy of Electronic Arts Intermix (EAI), New York and the Estate of Nam June Paik [사진 테이트 모던]

"백남준, 빛과 소리로 매혹적인 돌풍" # 한 해 관람객 600만 명 달하는 미술관 #"인터넷 시대를 예견한 급진적 아티스트" #미국 샌프시스코현대미술관과 공동 기획

백남준의 첫 로봇 작업 Robot K-456 1964. 20-channel radio controlled robot, aluminium profiles, wire, wood, electrical divide, foam material, and control-turn out 1830 x 1030 x 720 mm Courtesy Friedrich Christian Flick Collection in Hamburger Bahnof [사진 테이트 모던]

백남준의 첫 로봇 작업 Robot K-456 1964. 20-channel radio controlled robot, aluminium profiles, wire, wood, electrical divide, foam material, and control-turn out 1830 x 1030 x 720 mm Courtesy Friedrich Christian Flick Collection in Hamburger Bahnof [사진 테이트 모던]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서 백남준((1932~2006)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조망하는 대규모 회고전이 오는 17일 개막한다. 이번 전시는 테이트 모던과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이 함께 준비했으며, 백남준의 초기 작곡과 공연에서부터 비디오와 대규모 텔레비전 설치까지 200여 점의 작품을 폭넓게 소개한다.

런던을 찾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 중 하나로 꼽히는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은 '영국 문화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화력 발전소를 리모델링한 독특한 공간으로도, 사람들을 친근하게 끌어들이는 컨템포러리 미술 전시로도 유명하다. 스위스 출신 영국 작가 알랭 드 보통이 “영국의 이상적인 비전을 담아낸 곳"이라고 추켜세운 이곳은 영국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으로 2018년 한해 동안 590만명이 다녀갔다.

테이트 모던은 공식적으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백남준은 비전을 가진 한국 아티스트(a visionary Korean artist)로 새로운 기술을 개척했다"며 "그의 혁신적이지만 재미있는 작품은 전 세계의 예술가, 음악가, 공연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백남준은 매스 미디어와 신기술의 중요성을 알아보고 일찍이 '전자 초고속도로(electronic superhighway)’라는 문구를 쓰며 미래에 다가올 인터넷 시대를 예고했다"며 "조작된 TV, 라이브 공연, 글로벌 텔레비전 방송, 싱글 채널 비디오, 비디오 설치 작품을 쏟아내며 '백남준'이란 이름은 '일렉트로닉 이미지'와 동의어가 됐다"고 평가했다.

TV가든, 급진적인 백남준  

백남준의 설치작품 'TV 가든 1974/2002년' TV Garden 1974-1977 (2002) Single-channel video installation with live plants and color television monitors; color, sound  Courtesy Kunstsammlung Nordrhein-Westfalen, Dusseldorf. [사진 테이트 모던]

백남준의 설치작품 'TV 가든 1974/2002년' TV Garden 1974-1977 (2002) Single-channel video installation with live plants and color television monitors; color, sound Courtesy Kunstsammlung Nordrhein-Westfalen, Dusseldorf. [사진 테이트 모던]

전시는 백남준의 급진적인 세계를 소개하기 위해 테이트 모던은 그의 대규모 설치작품 'TV 가든 1974/2002년'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무성한 수풀 사이에 여기저기 TV세트가 식물처럼 자리한 작품으로 TV가 자연 생태계처럼 현대인의 필수 환경이 된 현대를 일찍이 예고한 듯하다.

백남준의 첫 로봇 작업 '로봇 K-456 1964'도 전시되고, 그의 획기적인 위성 영상 4개를 상영하는 전용 룸도 마련됐다. 1980년대에 만들어진 이 야심작들은 피터 가브리엘, 로리 앤더슨, 데이비드 보위, 루 리드 등 대중문화의 아이콘들을 담아내며 이 시대의 'MTV 미학'을 보여준다.

창조적 협업의 모델  

Merce by Merce by Paik: Part One: Blue Studio: Five Segments 1975-1976 Single-channel videotape, colour, sound. 15min, 38sec. Part of Merce by Merce by Nam June Paik. In collaboration with Charles Atlas, Merce Cunningham, and Shigeko Kubota. Music: John Cage, David Held. Host: Russell Connor Courtesy of Electronic Arts Intermix (EAI), New York.  [사진 테이트 모던]

Merce by Merce by Paik: Part One: Blue Studio: Five Segments 1975-1976 Single-channel videotape, colour, sound. 15min, 38sec. Part of Merce by Merce by Nam June Paik. In collaboration with Charles Atlas, Merce Cunningham, and Shigeko Kubota. Music: John Cage, David Held. Host: Russell Connor Courtesy of Electronic Arts Intermix (EAI), New York. [사진 테이트 모던]

 Charlotte Moorman with TV Cello and TV Eyeglasses 1971 Photograph, gelatin silver print Lent by the Peter Wenzel Collection, Germany. [사진 테이트 모던]

Charlotte Moorman with TV Cello and TV Eyeglasses 1971 Photograph, gelatin silver print Lent by the Peter Wenzel Collection, Germany. [사진 테이트 모던]

테이트 모던은 "백남준은 급진적인 미학과 실험을 통해 전위 예술가, 작곡가, 디자이너, 시인들의 국제 네트워크인 플럭서스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며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일본, 독일, 미국에서 살고 일하며, 그는 최첨단 예술 작업을 통해 세계적인 예술가들과 협력했다"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는 유명한 작곡가 존 케이지, 안무가 머스 커닝햄, 조셉 뷰이스와의 중요한 창조적 협업도 강조해 보여줄 예정이다. 첼리스트 샬롯 무어만과 백남준의 협업은 두 예술가 모두에게 깊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그는 정교한 의상과 소품 안에 텔레비전 조각품을 결합해 보여준 바 있다. 이 전시에선 'TV 첼로 1971'과 'TV Bra for Living Sculfure 1969'이 보여질 예정이며, 이 공연의 비디오와 사진들도 전시된다.

'Sistine Chapel 1993' 눈부신 재현 

Self-Portrait, 2005 Single channel video installation with 10’’ LCD colour monitor 349 x 463 x 495mm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Phyllis C. Wattis Fund for Major Accessions Photo: Katherine Du Tiel [사진 테이트 모던]

Self-Portrait, 2005 Single channel video installation with 10’’ LCD colour monitor 349 x 463 x 495mm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Phyllis C. Wattis Fund for Major Accessions Photo: Katherine Du Tiel [사진 테이트 모던]

테이트 모던은 백남준의 중요한 첫 번째 단독 전시회인 '음악의 전시 - 전자 텔레비전(Exposition of Music - Electronic Television)'을 부분적으로 재현해 보여줄 예정이다. 이밖에 'TV 부처 1974' 와 'One Candle 1989' 등 백남준의 예술과 기술에 대한 접근에서 선·도교의 영향을 보여주는 작품들도 선보인다. 더욱 주목할 것은  백남준이 25년 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작품인 '시스테인 채플(Sistine Chapel)'(1993)을 재현한다는 점이다. 테이트 모던은 "이는 1993년 이후 처음으로 재현되는 것으로 이번 전시의 절정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는 테이트 모던의 이숙경 박사(현대 테이트 연구센터: 트란스내셔널),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의 루돌프 프릴링 등이 함께 큐레이터로 참여해 준비했으며, 영국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에 이어 네덜란드, 싱가포르 등에서도 이어질 예정이다. 테이트 모던에서의 전시는 2020년 2월 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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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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