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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1억+벤츠”…아이돌 키우듯 인플루언서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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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스몰 인플루언서' 키우는 요즘 기업 

"처음엔 사기인 줄 알았어요. 모델 제의라니 생각해본 적도 없었거든요. 대학 땐 매일 울 정도로 외모 콤플렉스가 심했어요."

스타일쉐어는 PB브랜드 '어스' 론칭 당시 유저들 중에서 모델을 선발했다. 정가운데가 김소라(25)씨. [사진 스타일쉐어]

스타일쉐어는 PB브랜드 '어스' 론칭 당시 유저들 중에서 모델을 선발했다. 정가운데가 김소라(25)씨. [사진 스타일쉐어]

국내 1525 인구 57%가 쓰는 패션 앱 '스타일쉐어'는 지난달 자체 브랜드(PB) '어스'를 출시하면서 각자 다른 개성과 스타일을 가진 이용자를 뽑아 모델로 세웠다. 통통한 체형이라 콤플렉스가 심했다는 김소라(25) 씨도 그중 하나였다. 스타트업이 일반인을 '인플루언서(소셜 미디어에서 팔로워 많은 사람)'로 키워낸 셈이다. 김씨는 "저 같은 체형도 크롭티나 짧은 치마 등 다양한 옷을 입을 수 있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고교생~일반인까지 모델 발굴 붐 #1030 ‘MZ세대’ 소비권력 부상에 #패션·뷰티 등 입소문 영향력 막강 #연예인과 다른 동질감 신뢰 높아

잘 키운 인플루언서 하나 열 아이돌 안 부럽다

MZ세대(1980~2000년생 밀레니얼 세대+1995~2004년생 Z세대)가 신흥 소비 세력으로 부상하면서 1030을 타깃으로 하는 스타트업들이 '스몰 인플루언서' 발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입소문이 중요한 패션ㆍ뷰티ㆍ인테리어ㆍ식품 분야에서 그 추세가 뚜렷하다.

MZ세대에 ‘인플루언서’가 미치는 영향.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MZ세대에 ‘인플루언서’가 미치는 영향.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스몰 인플루언서는 이미 1인 기업이 된 메가 인플루언서보다 팔로워가 적지만 자사 브랜드 이미지를 표현하기 좋고 비용도 저렴하다. 일반인이 인플루언서로 거듭나는 과정은 MZ세대의 주목과 동질감을 동시에 얻는 장치가 된다. 발굴해낸 인플루언서가 '대박'날 경우 기업의 소셜 영향력이 올라간다는 부수 효과도 있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수십만 팔로워를 가진 메가 인플루언서는 이미 연예인 같은 존재라 자사 컨셉트 전파가 중요한 스타트업들에겐 매체를 탄 적 없는 '새로운 일반인'을 찾아내 브랜딩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명품 사는 1020…2000년대생도 온다

블랭크코퍼레이션이 지난 6월부터 한달 반 가량 진행한 유튜브 모델 오디션 '고등학생 간지대회' 우승자 서울디자인고 3학년 유비 학생. 연봉 1억원 계약과 벤츠, 개인 패션 브랜드 론칭 기회를 따냈다. [사진 블랭크코퍼레이션]

블랭크코퍼레이션이 지난 6월부터 한달 반 가량 진행한 유튜브 모델 오디션 '고등학생 간지대회' 우승자 서울디자인고 3학년 유비 학생. 연봉 1억원 계약과 벤츠, 개인 패션 브랜드 론칭 기회를 따냈다. [사진 블랭크코퍼레이션]

창업 3년 만에 연매출 1200억을 돌파한 미디어 커머스 기업 '블랭크코퍼레이션'은 지난 6월 유튜브 모델 오디션 '고등학생 간지대회'를 열었다. 이 웹예능은 1020 사이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누적 조회수 2500만회를 찍었다. 우승자인 서울디자인고 3학년 유비 학생은 연봉 1억원과 벤츠, 개인 패션 브랜드 론칭 기회를 받았다. 블랭크 관계자는 "힙합의 플렉스(flexㆍ부의 과시) 문화가 퍼지면서 1020 명품 소비가 최근 3년간 매년 20~30%씩 늘고 있다"며 "Z세대 패션 디렉터를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었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스몰 인플루언서가 106조원 시장 주도

실시간 방송 쇼핑 플랫폼 '그립'의 셀러들. [사진 그립]

실시간 방송 쇼핑 플랫폼 '그립'의 셀러들. [사진 그립]

네이버ㆍ카카오 출신 창업팀이 지난 2월 선보인 2030 타깃 라이브 커머스 '그립'은 셀러들이 먹방ㆍ착용샷을 생중계하며 식품, 의류, 빌딩, 여행상품 등을 실시간 판매하는 플랫폼이다. 그립에 입점한 500개사 중 30%는 인플루언서를 매칭받아 판매 방송을 진행한다. 인플루언서 중엔 그립 전속 셀러부터 그립으로 데뷔해 매일 완판 기록을 세우는 셀러들도 포함돼있다. 김한나 그립 대표는 "중국은 이미 1만명 넘는 인플루언서가 타오바오쯔보, 모구지에 등 라이브 쇼핑에 자리 잡았다"며 "국내 미디어 커머스 시장도 2021년 106조원 규모가 전망되는 만큼 전속 셀러를 늘리기 위해 채용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쑥쑥 자라 책도 낸 '인테리어 금손'

스몰 인플루언서가 성장해 전문 서적을 낸 사례도 있다. 2030 자취생 필수 인테리어 앱이 된 '오늘의집' 인플루언서 강동혁(브러쉬오프)씨는 올해 2월 자신의 콘텐트를 모아 『오늘 하는 셀프 인테리어』란 책을 펴냈다. '오늘의집'엔 강씨 말고도 팔로워 5000~8000명씩을 가진 '인테리어 금손'들이 있다. 이들의 집 꾸미기 사진에 구매 링크가 붙은 상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오늘의집은 이런 금손 인플루언서들을 기반으로 올해 1월 누적 거래액 1000억원, 앱 다운 330만회를 현재 2500억원, 660만회까지 늘렸다.

2030 1인 가구의 필수 앱이 된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에서 활동하는 '인테리어 금손' 인플루언서들은 구매 전환율을 올리는 데 큰 몫을 한다. [사진 오늘의집]

2030 1인 가구의 필수 앱이 된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에서 활동하는 '인테리어 금손' 인플루언서들은 구매 전환율을 올리는 데 큰 몫을 한다. [사진 오늘의집]

네이버·삼성도 인플루언서 발굴 삼매경

대기업도 이런 바람에 탑승했다. 네이버는 연말부터 여행ㆍ뷰티 분야를 검색하면 인플루언서의 게시물부터 보여주는 '인플루언서 검색'을 선보인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자사 뷰티 리뷰 플랫폼 '신라팁핑' 전속 크리에이터 150명을 선발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4~6월 인스타그램 일반인 모델 콘테스트를 통해 3개월간 에잇세컨즈 모델로 활동할 8명을 뽑기도 했다.

자체 인플루언서 키우는 기업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자체 인플루언서 키우는 기업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셀럽 리스크' 있지만…인플루언서 질주는 계속된다

한편 '임블리 사태' 등 인플루언서가 성장하면서 겪는 '셀럽 리스크'는 숙제다. 유명해진 뒤에야 질 나쁜 과거가 폭로되기도 하고, 일반인인 만큼 위기 대처 능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키워낸 플랫폼은 "개인의 문제"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소비자만 바보가 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그럼에도 기존 미디어나 셀럽이 갖지 못한 창조적 파괴성이나 기발함을 보여주는 인플루언서를 발굴해야 적은 비용으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몰 인플루언서 발굴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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