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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 (2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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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탈코르셋:도래한 상상

탈코르셋:도래한 상상

초등학교 4학년 때 작은 엄마가 내 허벅지를 바라보고 “어머, 민경아 네 다리 좀 봐라. 넌 인생 끝났다”라고 한 말을 듣고 나서 수치심을 뒤집어쓴 이후로 줄곧 그랬다. …수치심은 규범과 강력하게 결부되는 감정이다. 탈코르셋은 꾸밈노동에서 면제된 편리함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규범적 여성성을 적극적으로 이탈하여 몸에 새겨지는 실패의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고자 한다.

이민경 『탈코르셋:도래한 상상』

외모 지적과 품평은 여성에게 평생을 따라다니는 억압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미적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화장과 다이어트, 성형 등 강박적인 ‘꾸밈노동’을 하며, 그를 조금만 벗어나도 제 몸에 대한 수치심을 내면화한다. 책은 최근 페미니즘 트렌드 속에 이같은 외모 강박에서 벗어나려는 탈코르셋 움직임을 참여 관찰했다. 저자는 SNS를 통해 인터뷰 대상을 모았는데 의외로 10대가 가장 많았다. 아이돌 걸그룹이 미의 표준이 되면서 10대의 외모 강박감이 그만큼 심해졌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한다. ‘꾸밈중지’의 자유 못잖게 ‘꾸밈이라는 선택의 자유’ 또한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1020 영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를 날로 들을 수 있다.

양성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