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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반환점 돈 KF-X, 신성장 산업 도약할 기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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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승민 교수 경운대학교 항공기계공학과

이승민 교수 경운대학교 항공기계공학과

지난달 말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요람인 경남 사천에서 매우 뜻깊은 행사가 개최됐다. 건군 이래 최대 규모의 무기개발사업인 한국형전투기(KF-X) ‘보라매’의 상세설계 검토회의(CDR)가 성공적으로 완료됐다.

이는 KF-X 사업이 실제 전투기 제작 단계로 넘어간다는 것으로 마라톤에서 반환점을 돌아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는 것과 같은 매우 중요한 이정표다. 지난 30여년간 항공산업 종사자로서 KF-X 사업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는 누구보다도 남다르다.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개발에 성공한 T-50 고등훈련기가 전 세계 영공을 누비고 있고, 당시 꼭 우리 손으로 우리 전투기도 개발하자고 나눴던 말들이 실현되는 지금 이 순간이 참으로 감격스럽다.

T-50 개발설계를 계획대로 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은 월평균 2000여장의 설계도면을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완성해야 했다. 국산 항공기를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주말도 없이 밤낮으로 개발에 매달렸다.

KF-X 역시 상세설계검토가 완료됐다는 것은 1만장이 넘는 설계도면과 수백 종의 설계자료를 완성했다는 뜻이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고생했을 후배 엔지니어들의 노력에 감사하고 박수를 보낸다.

KF-X 사업은 우여곡절 끝에 지금 단계에 도달했다.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한국형전투기 개발을 천명한 이래로 7번의 타당성 검토를 거쳐 14년이 지난 2015년에서야 개발비 약 8조원의 연구개발 사업계약이 체결됐다. 당시 한국형전투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과 해외직구매를 해야 한다는 의견의 대립으로 많은 시간이 소비됐지만 결국에는 부품 조달과 성능개량 및 항공산업 발전이라는 대의명분을 바탕으로 사업이 착수됐다.

대한민국은 반세기라는 짧은 항공산업 역사 속에서도 KT-1을 시작으로 T-50, 수리온을 성공적으로 개발해 세계 항공산업계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여기에 KF-X까지 성공적으로 개발한다면, 현재 항공산업을 조선·자동차·반도체에 이은 신성장동력 산업으로도약시킬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향후 진행될 시제기 출고, 초도비행, 양산으로 가기까지 앞으로도 넘어야 할 많은 단계가 남아 있다. 시작이 반이라 하지 않았던가, 반환점을 돈 지금 시점에서 많은 유관기관과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KF-X의 성공을 응원해 주시길 기원한다.

이승민 경운대학교 항공기계공학과 교수·KF-X 상세설계검토회의 체계분과검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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