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으로 일하다 자회사 전환에 반대해 계약이 종료된 노동자 115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키로 했다. 도로공사와 톨게이트노조는 불법 파견 관련 1심 재판에서 승소한 수납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고, 1심 재판을 진행 중인 수납 노동자는 1심 판결 전까지 임시직으로 고용하기로 9일 국회에서 합의했다.
도로공사는 지난 7월 파견 노동자이던 요금 수납원을 자회사 한국도로공사서비스의 정규직으로 고용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침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1414명의 요금 수납원은 “본사가 직접 고용하라”며 자회사 전환에 반대했고, 결국 계약이 해지됐다. 이 중 일부는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등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지난 8월 대법원은 요금 수납원들이 낸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에서 “도로공사는 요금수납원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수납 노동자들이 2013년에 제기한 소송이었다. 대법원 판결로 소송에 참여한 378명은 현재 정규직 전환을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
노조 측은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나머지 수납 노동자들도 직접 고용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을 받지 않은 노동자들은 아직 직접 고용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노동자의 고공 농성이 장기화하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지난달 중재를 시작했다. 중재 결과가 이날 합의로 나온 것이다.
합의문의 핵심은 적어도 1심 재판을 받은 상태라야 직접 고용하겠다는 것이다. 1심 판결은 받았지만, 대법원 판결은 아직 받지 않은 115명은 도로공사가 바로 직접 고용을 위한 절차에 착수한다. 하지만 아직 1심 재판이 끝나지 않은 925명은 우선 임시직으로 고용하고, 1심 재판 결과에 따라 직접 고용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이날 합의문 발표는 세 차례나 미뤄졌다. 2015년 이후 입사한 수납 노동자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노사가 합의점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은 “2015년 이후엔 불법 파견적인 부분을 완화하는 조치를 했다. 대법원에선 이 부분이 다뤄지지 않아, 이런 것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기술적인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합의문에는 ‘2015년 이후 입사자에 대해서는 관련 최초 판결 결과에 따른다’는 단서 조항으로 담겼다.
합의문 서명식에는 한국노총 소속 톨게이트노조만 참석하고, 민주노총 소속 4개 노조는 참석하지 않았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은 을지로위원회의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이들은 1심 판결을 받지 않은 노동자도 직접 고용하라고 주장했다. 박홍근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1심이라도 법적 판결을 받아야 직접 고용할 수 있다는 게 을지로위원회와 도로공사의 판단”이라며 “1심 판결이 빠르면 올 연말이면 나오는데 그것을 못 기다린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과 우원식 의원은 합의문 서명식이 끝난 뒤 경북 김천 도로공사를 찾아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을 설득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거부로 둘은 김천으로 향하지 못했다. 민주노총 소속 수납 노동자들은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노사의 합의를 비판할 계획이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