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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불출석 심사 100% 구속됐는데···조국 동생만 풀려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법원이 웅동학원 채용 비리 등의 혐의를 받는 조국(54)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모(52)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데 대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9일 새벽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명 부장판사는 ▶배임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미 이뤄졌으며 ▶피의자의 건강상태 등을 주요 기각사유로 들었다.

검찰은 반발했다. 법원의 이날 결정이 나온 직후 조 장관 관련 수사팀 관계자는 "혐의의 중대성과 (조씨가) 핵심혐의를 인정하고, 광범위한 증거인멸을 행한 점 등에 비춰 기각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며 "구속영장 재청구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원, 구속심사 불출석하면 대부분 구속

'웅동학원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동생 조모씨가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조씨는 전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포기해 법원은 이에 따라 심문 결정을 취소하고 서면심사를 통해 영장발부 여부를 결정했다. [뉴스1]

'웅동학원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동생 조모씨가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조씨는 전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포기해 법원은 이에 따라 심문 결정을 취소하고 서면심사를 통해 영장발부 여부를 결정했다. [뉴스1]

법조계에선 법원이 조씨의 건강 문제를 주요 기각 사유로 거론한 데 대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씨는 구속심사를 하루 앞두고 허리디스크 수술을 이유로 심문기일 변경요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은 조씨가 입원한 병원에 의사 출신 검사를 보내 건강상태를 점검한 뒤 조씨가 구속심사를 받는 데 무리가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구속심사 당일인 8일 오전 구인(피고인을 법원 등 특정 장소에 강제로 데리고 오는 것)영장을 집행했다. 서울로 올라온 조씨는 같은 날 오후 2시쯤 변호인을 통해 구속심사를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명 부장판사는 피의자 출석 없이 서면 심사만으로 조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구속심사를 포기한 피의자에 대해선 대부분 구속영장을 발부해왔다. 지난해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2015년~2017년까지 3년간 피의자가 출석하지 않은 구속심사의 경우 100%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판사 출신인 법률사무소 새올의 이현곤 변호사는 "구속심사 출석을 포기했다는 것은 방어권을 포기한다는 의사를 법원에 보인 것으로 피의자에게 상당히 불리할 수 있다"며 "구속심사를 포기한 피의자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 출신 변호사는 "허리디스크 수술을 이유로 심사를 피하려 한 것은 구속을 회피하려는 잔꾀로 보일 가능성이 커 재판부에 부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 있다"며 "통상적으로 재판부에선 그런 점도 고려하는데 이번 결정은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유방암'은 발부, '허리디스크'는 기각 

조국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모씨가 1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모씨가 1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 검찰 간부는 "검찰 소환 당시 조씨가 두툼한 가방을 등에 메고 있었는데 그게 과연 허리가 아픈 사람의 모습으로 볼 수 있었느냐"며 "판사가 구속심사에서 조씨를 직접 대면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이 필요하다는 조씨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건강상의 이유가 구속 기각 사유에 적히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정농단 사건 당시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 특혜 의혹을 받았던 김경숙 교수는 유방암 투병 중인데도 구속됐다"고 말했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검찰이 직접 병원에 가서 구인영장을 집행할 정도면 피의자가 구속을 회피할 목적으로 사실상 도주한 것과 같다"며 "조씨가 이미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받는 데다 도주 우려까지 있는데 영장이 기각된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조계 "종범은 구속, 주범은 불구속 이해 안 돼"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이 운영해온 학교법인 웅동학원 관련 비리 의혹을 받는 조 장관 남동생 조모씨가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대기하고 있던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이 운영해온 학교법인 웅동학원 관련 비리 의혹을 받는 조 장관 남동생 조모씨가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대기하고 있던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의 이날 결정에 대해 법조계에선 지나치게 관대한 결정으로 보인다는 비판도 나왔다. 법원은 "배임수재(채용 비리) 부분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점"을 기각 사유 중 하나로 거론했다. 마찬가지로 검찰 역시 반박 입장문에서 "(조씨가) 핵심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사실관계에 대해 법원과 검찰이 정반대의 판단을 내린 셈이다. 조씨는 웅동학원 교사 채용 대가로 지원자들에게 뒷돈 2억원 안팎을 수수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억대의 돈을 받아 채용 비리를 저지른 것이 사실이라면 사안의 중대성이 매우 심각해 보인다"며 "돈을 전달한 종범들이 모두 구속됐는데 실질적으로 금전적 이득을 취한 사람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구속사유로 흔히 거론되는 '사안의 중대성'은 해당 혐의가 추후 법정에서 중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을 때 인용되는 문구다. 사학재단 채용 비리의 경우 법원은 대체로 엄벌에 처해왔다. 2017년 11월, 부산지법은 아버지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학 재단에 교사로 취직하려고 시험지를 빼돌리는 등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현직 교사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지방에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돈 준 사람보다 돈을 받은 사람을 중하게 처벌하는 것이 기본적인 법의 원칙"이라며 "중간자들이 다 구속됐다면 돈을 받은 사람은 더 높은 형량이 나올 가능성이 큰데 무슨 기준으로 판단한 건지 모르겠다. 법원 내의 기본적인 공감대가 깨진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기정·이수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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