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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왕족 혈통의 유튜버 다케다는 왜 혐한·극우론자가 됐나?

중앙일보

입력

일본 왕족 가문의 극우논객 다케다 쓰네야스. 미 샌프란시스코의 소녀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뒤 위안부를 부인하는 글을 트윗에 올렸다. [본인 트위터]

일본 왕족 가문의 극우논객 다케다 쓰네야스. 미 샌프란시스코의 소녀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뒤 위안부를 부인하는 글을 트윗에 올렸다. [본인 트위터]

일본 왕족 가문의 정치평론가 겸 작가가 "일본이 (태평양) 전쟁에서 지는 바람에 모든 조선인들이 불행해졌다"고 주장해 물의를 빚고 있다.
문제의 인물은 다케다 쓰네야스(竹田恒泰·44). 메이지(明治) 일왕이 그의 고조부다.
게이오대를 졸업한 그는 뛰어난 언변과 화술로 여러 방송에 출연하고 있으며, 왕족 혈통이라는 후광과 지적인 이미지 덕분에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금껏 말하지 못했던 황족의 진실』(2006)이란 책을 내기도 했다.
그는 6일 자신의 트위터에 "만약 한국에 사과해야 할 게 있다면, 그건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졌다는 것이다. 만약 일본이 전쟁에서 이겼다면, 조선전쟁(한국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남북 분단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조선인들은 현재 일본 국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라며 "일본이 전쟁에서 지는 바람에 조선인들은 불행한 길을 걷게 됐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전쟁에 진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글을 올렸다.
'내선일체'(內鮮一體, 일본과 조선이 한 몸이라는 뜻)라는 명분 하에 수많은 조선인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던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논리와 다름없는 발언을 한 것이다. 한·일 관계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한국 측이 사태 해결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사과'를 비꼬는 의도도 담겨 있다.
다케다 씨는 일본인과 한국인의 국민성의 차이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한국에선 일본 비판과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맹렬히 벌어지는 것 같은데 일본에서는 한국 비판도, 한국제품 불매운동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매우 냉정하고, 어른다운 대응이다"라며 일본의 '침착한' 대응을 상찬했다.
이어 "7~8월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8% 늘었고, 일본인은 불고기도 먹고 김치도 먹는다. 이것이 바로 성숙한 국민성이다"라고 덧붙였다. 불매운동의 발생 여부 만으로 양국의 국민성을 자의적으로 재단한 것이다. 일본 내에서 거세지고 있는 혐한 시위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메이지 일왕의 후손 다케다 쓰네야스 #지상파·유튜브 넘나들며 혐한 발언 #조부는 731부대, 부친은 뇌물 의혹

일본 왕실가문의 극우논객 다케다 쓰네야스. 지상파 방송과 유튜브를 넘나들며 혐한 발언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 [본인 트위터]

일본 왕실가문의 극우논객 다케다 쓰네야스. 지상파 방송과 유튜브를 넘나들며 혐한 발언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 [본인 트위터]

그의 혐한·극우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8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한일합방 해달라고 울며 매달려서 어쩔 수 없이 해줬더니 침략이라 한다" "일하게 해달라고 해서 일 시켜줬더니 강제징용 당했다고 한다" "위안부로 돈 벌 수 있다며 꼬리 살랑살랑 흔들며 일해놓고 딴소리 한다" 등의 망언을 쏟아냈다.
그 전에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비판하며 "한국인이 사랑하는 일본 맥주 수출을 막으면 한국에서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혐한 방송 논란이 일었던 일본 DHC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 중이며, 2014년 혐한 메시지를 담은 『웃음이 나올 정도로 질이 나쁜 한국 이야기』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촉구하는가 하면, 『일본인은 언제 일본을 좋아하게 됐는가』(2013)라는 책에서 "한국이 표면상으론 법치국가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근대적인 인치(人治)국가"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자이니치'(재일동포) 문제와 관련, "자이니치가 일본식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범죄 이력 등을 삭제하고, 새로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다케다 씨는 방송과 강연 등에서 일본의 역사·신화와 헌법, 왕실 등을 소재로 일본이란 나라와 일본 국민의 우수성을 설파하고 있다. '존왕(尊王)'과 '애국'을 핵심으로 하는 그의 주장은 일본 국민들조차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일본은 왜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을까』(2011) 『일본의 민주주의는 왜 세계에서 가장 길게 유지되고 있는 걸까』(2019) 등의 저서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그의 조부인 다케다 쓰네요시(竹田恒徳)는 일본 육군 장교로 참전, '마루타' 부대로 잘 알려진 관동군 731부대의 생체실험에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부친 다케다 쓰네카즈(竹田恒和)의 전력 또한 깨끗하지 않다. 일본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던 그는 2020 도쿄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뇌물을 뿌린 혐의로 프랑스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게 되자 지난 3월 퇴임했다.
다케다 씨는 불명예 퇴진을 한 아버지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트윗에 올렸는데, 여기에도 한국을 끌어들였다.
"아버지는 만약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유치하지 못하면 하계 올림픽을 두 번 개최하는 최초의 아시아 국가가 한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아시아에서 일본의 지위가 흔들리게 될 거라고 한탄하던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는 도쿄에서 라면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내 라면가게에는 중국인도 오고, 한국인도 온다"며 "돈을 팍팍 쓰고 가달라, 한국인 웰컴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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