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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거리는 갤러리, 관람객은 심사 … 예술가·주민 손잡고 ‘르네상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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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미국 미시간주의 그랜드래피즈에선 2년마다 세계적인 미술경연대회 ‘아트프라이즈(Artprize)’가 열린다. 지역 사회 활성화를 이끈 대표적인 예술의 사회공헌 사례로 꼽히는 행사다. 작품은 길거리·상점·공원·극장 등 도시 전체를 갤러리 삼아 전시하고 관람객의 평가를 심사에 반영한다. 이 대회가 지난 9월 20일부터 10월 4일까지 ‘아트프라이즈 강남’이란 이름으로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가구거리를 수놓았다.

예술의 사회공헌 프로젝트

서울 논현동가구거리에서 열린 ‘아트프라이즈 강남 로드쇼’에서 관람객이 작품을 보며 모바일 투표로 심사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 논현동가구거리에서 열린 ‘아트프라이즈 강남 로드쇼’에서 관람객이 작품을 보며 모바일 투표로 심사에 참여하고 있다.

아트프라이즈 강남의 로드쇼가 열린 2주간, 서울 논현역부터 학동역까지 1㎞에 달하는 논현동가구거리는 대형 갤러리로 변신했다. 가구점 10곳과 특별 전시관에 젊은 작가들의 작품 100점이 전시됐고, 방문객은 길거리를 거닐며 자유롭게 전시를 관람했다.

행사는 2단계로 진행되는데 지난 4일 막을 내린 ‘로드쇼’와 내년 2월 열릴 ‘쇼케이스’다. 우선 로드쇼에서 우수작 5점을 뽑고 쇼케이스에서 최종 우수작 1점을 뽑게 된다. 최종 우승팀에겐 상금 2만5000달러와 내년 9월 열릴 미국 그랜드래피즈 아트프라이즈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최종 우승 작품은 내년 2월 선정

서울 논현동가구거리에서 열린 ‘아트프라이즈 강남 로드쇼’에서 관람객이 작품을 보며 모바일 투표로 심사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 논현동가구거리에서 열린 ‘아트프라이즈 강남 로드쇼’에서 관람객이 작품을 보며 모바일 투표로 심사에 참여하고 있다.

심사 평가는 미국의 아트프라이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심사위원의 점수에 관람객의 평가가 합산되는 방식이다. 즉 작가의 이력 등 다른 요소보다 작품으로만 평가 받을 수 있다는 공정한 경연 방식이 많은 예술가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이에 힘입어 이번 아트프라이즈 강남의 공모전에는 582명의 예술가가 1374개의 작품을 출품했다. 아트프라이즈 강남 로드쇼에선 현장을 방문한 관람객에게 QR코드를 통해 모바일 투표를 받았다.

그 결과가 지난 3일 서울시 강남구의 강남구청에서 열린 ‘아트프라이즈 강남’ 시상식에서 발표됐다. 수상작은 경연 우수작 5점과 특별상(대학생 대상) 2팀의 작품이다.

수상작 ‘인피니티월’(308아트크루).

수상작 ‘인피니티월’(308아트크루).

경연 우수작은 3차원 세계를 설치 미술로 표현한 ‘인피니티월’(308아트크루), 멸종 위기 생명체 55종의 소리를 데이터화한 ‘Collection-멸종 위기의 생명체들’(심세움), 일상에서 경계가 되는 세계를 그린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홍채연), 사람들이 그림에서 많은 영감을 얻길 바라는 마음을 그린 ‘초명화, 그림이 그려주는 그림’(임솔몬), 시간과 기억을 주제로 한 ‘시간의 교점’(이정동)이다. 이외에 특별상을 받은 작품은 박지원의 ‘인왕산’, 남지형의 ‘순환’이다. ‘인왕산’은 유기적인 색채로 인왕산의 풍경을 그렸고, ‘순환’은 꽃이 떨어져 쌓이고 사라지는 반복되는 과정을 모래시계를 활용해 표현했다.

예술 대중화 ‘아트프라이즈 강남’

308아트크루는 “실감이 안 날 정도로 놀랐고 기쁘다”며 “미국 본선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작품은 아트프라이즈 강남 인스타그램(@artprizegangnam)이나 홈페이지(artprize.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3일 열린 시상식 모습.

지난 3일 열린 시상식 모습.

한편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아트프라이즈가 열린 건 아트프라이즈 강남이 처음이다. 행사를 후원한 한국암웨이 미래재단에 따르면 미국 아트프라이즈 재단을 설득하기 위해 1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김장환 한국암웨이 미래재단 이사장은 “아트프라이즈 강남이 국내 예술가에겐 해외 진출의 기회가, 지역 주민에겐 예술에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앞으로도 예술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김 이사장은 “논현동가구거리가 그랜드래피즈처럼 세계적인 예술도시로 이름을 떨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글=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사진=한국암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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