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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억 갖고 44억 집을? 수상한 거래 다 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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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모습. [연합뉴스]

지난 6월 한 40대 부부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아파트 194.5㎡(이하 전용면적)를 36억원에 샀다. 예금 3억3000만원, 증여ㆍ상속 3억원, 현금 13억원을 포함해 총 19억3000만원을 마련했다. 하지만 차입금이 16억7000만원에 달했다. 국토부는 부부 공동으로 자기 자금을 마련해 매수했으나 현금 보유액과 차입금이 너무 많다고 판단해 자금 출처를 조사하기로 했다.

국토부 등 32개 기관 합동조사 #11일부터 12월까지 서울 전역 대상 #편법ㆍ불법 대출 및 불법전매 조사 #"불법 많지 않을 것. 집값 안정화 무리" #

6월 44억3000만원에 거래된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40.1㎡도 조사 대상이다. 매수자는 30대 부부로 예금 16억1500만원과 임대보증금 5000만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27억6500만원은 차입금이다. 국토부는 이 역시 자금 출처가 의심되는 거래로 꼽고 있다.

각종 규제책에도 서울 집값이 치솟자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부동산 실거래 조사에 나선다. 국토부는 11일부터 국토부ㆍ서울시ㆍ행정안전부ㆍ국세청ㆍ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ㆍ한국감정원 등 총 32개 기관이 서울 내 수상한 부동산 거래를 샅샅이 조사한다고 7일 밝혔다. 실거래가 조사 규모로 역대급이다.

서울 주택 거래량이 회복되고 있는데, 이상 거래도 그만큼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상 거래로 의심되는 거래 건수가 4~5월 약 300건(전체 거래량 대비 7% 내외)에서 6~8월 약 700건(9% 내외)으로 증가했다.

지금까지 편법증여나 양도세 탈루 등 탈세가 의심되는 거래를 중심으로 조사했다면 이번에는 편법ㆍ불법 대출 및 불법전매 등으로 조사 범위를 넓힌다. 남영우 국토부 토지정책과장은 “최근 과다 차입금 거래 또는 편법ㆍ불법 대출을 이용한 투기 조짐이 있다고 판단돼 집중 조사를 계획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월간 매매거래량.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서울 아파트 월간 매매거래량.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서울 주택 갭투자 비중.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서울 주택 갭투자 비중.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번 합동조사에서 서울 25개 구 전체를 살핀다. 이중 강남 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와 ‘마ㆍ용ㆍ성’(마포ㆍ용산ㆍ성동구) 지역, 서대문구 등 8개 구를 집중적으로 조사한다.

8월 이후 실거래 신고된 건을 주로 살핀다. 60일간의 실거래 신고 기간을 고려하면 6월 거래분부터 대상이 된다. 부동산 거래 중 차입금이 너무 많거나, 현금 위주로 거래했거나 가족 간 대출로 의심되는 사례 등을 조사한다.

조사 결과 위법사항이 밝혀지면 관할 구청은 부동산거래신고법 등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한다. 또 내용에 따라 금융위ㆍ금감원ㆍ행안부(편법ㆍ불법 대출)ㆍ경찰청(불법전매)ㆍ국세청(편법증여) 등 해당 기관에 즉시 통보해 조치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고강도 합동조사를 앞두고 시장은 숨 고르기에 나섰다. 서초구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1일 정부가 추가 조치(‘부동산 시장 상황 점검 결과 및 보완 방안’)를 발표한 데다가 자금 조달 계획서 등 거래 내용을 조사한다고 하니까 문의가 좀 잠잠해졌다"고 전했다.

다른 부동산중개업소는 “매매사업자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고 한 사람들이 이번 대책으로 대출이 어려워진다 하니 좀 갈팡질팡하고 있지만, 현금 부자가 많아서 이번 조치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가주택의 경우 전문 컨설팅을 통해 거래하는 경우가 많아 살펴보면 불법사례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총선 전까지 보여주기식 조사나 자금줄을 묶는 규제책을 계속 내놓겠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저금리 기조와 공급 부족 우려 탓에 서울의 알짜 부동산으로 투자가 몰리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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