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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함 사기범에 또 당했다···방사청 총 1385억 국고 피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해군 고속상륙정 2차사업이 과거 사기 전력이 있는 방산 업체의 일탈 행각에 또 다시 휘말려 전력화 시기가 늦춰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7일 국회 국방위 소속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방위사업청 국감에서 “해군 고속상륙정 2차사업이 핵심 부품 납품업체에게 사기를 당해 전력화 시기가 2년이나 늦춰졌다”며 “과거 통영함·소해함 부품 납품 사건으로 유명한 군납비리업체에게 또 당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해군 고속상륙정 2차 사업은 적 레이더 탐지권 및 유도탄 사거리 외곽에서 고속상륙작전이 가능한 공기부양형 고속상륙정을 국내 건조로 확보하는 사업이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위사업청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방위사업청·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뉴스1]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위사업청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방위사업청·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뉴스1]

하 의원이 방사청 등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사청은 2012년 강모씨가 소유한 GMB USA사(GMB)와 '해군 고속상륙정 예비용 전원공급장치'를 230만 달러에 계약했다. 그런데  GMB 측이 방사청과 계약과정에서 정상 작동 여부를 알 수 있는 시험성적표를 가짜로 제출하고 실제 장비도 새 제품이 아니라 중고품을 납품했다는 게 하 의원의 주장이다.

하 의원은 이어 GMB 측의 행위는 즉각 계약 취소 사유에 해당됐지만 방사청은 3년 동안 해군과 책임 여부를 다투다가 전력화 시기가 2년 늦춰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방사청이 제출한 의결서에는 GMB와의 '전부 계약해지' 결정이 지난 8월 8일에 이뤄졌다고 돼있다. 이 사업은 당초 '조선업 부양'을 이유로 추가경정 예산까지 확보하면서 당초 계획보다 1년 일찍 도입하겠다고 방사청이 발표까지 한 바 있다. 하 의원은 “방사청이 계약 과정상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앞당긴 전력화 시기까지 포기하면서 책임을 미루려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 의원은 GMB를 소유한 강씨가 다른 방위사업에도 비리를 저질러 우리 군의 핵심 사업들이 줄줄이 좌초됐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강씨는 물고기떼를 탐색하는 어선용 음탐기(소나)를 군용으로 납품해 논란이 됐던 통영함(해군 구조함) 군납 비리의 당사자이고, 기뢰를 탐색하는 소해함에 부실 장비를 납품한 전력도 있다는 것이다. 통영함은 소나 문제로 인해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작업에 투입되지 못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와 관련, 강씨는 방사청 직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한국 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 지난 2016년 11월 출소했다.

하 의원은 강씨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방위사업은 수상함구조함-II 사업, 소해함 2차 사업, 공기부양정용 60Kw 발전기 사업 등 모두 10개로 장비만을 기준으로 하면 모두 8차례 입찰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방사청은 지금까지 국고 약 1385억원을 강씨 소유 회사에 지급했고, 피해액을 환수하기 위해 미국 법원에 소를 제기한 상태다. 하지만 방사청은 강씨의 소재 파악에도 애를 먹고 있어 실제 환수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 의원은 “방사청이 사기 범죄자 한 명한테서 8차례나 계약 사기를 당했다는 얘기인데 도대체 어떻게 계약해야 이런 상황이 발생하냐”며 “해외 장비구매사업은 철저한 원가검증시스템이 마련돼있지 않아 군납비리 등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 이에 따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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