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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싶은 트럼프···中 버티고, 北 ICBM 협박, 내부고발자 늘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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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면초가 상황에 놓였다. 미국 내에서 탄핵공방이 가열되는 가운데 대외관계도 순탄치 않은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뻗대는 北, ICBM 다시 손대면 #트럼프 외교 치적 물거품 #中, 산업정책 개혁 의제 #10일 협상서 아예 뺄 계획 #두 번째 내부고발자 등장 #공화당 상원의원도 비판

미국과 협상을 깨뜨린 북한에 이어 중국도 무역협상에서 '버티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탄핵 위기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협상력이 떨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탄핵조사를 촉발한 내부고발자는 한 명에서 여러 명으로 늘어났다. 공화당에서도 트럼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① 뻗대는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거론

북한은 5일(현지시간) 스웨덴에서 열린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 협상을 깨고 그 원인을 미국 탓으로 돌렸다. 미국이 "옳은 계산법"을 가져 나오지 않아 협상이 깨졌다는 북한을 향해 미국은 계속해서 협상하자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인지, 실제 협상이 실패 직전인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지금은 북한이 우위에 있는 게 분명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전했다. 결렬을 명분으로 북한이 무기 시험을 늘릴 수 있다는 전망도 했다.

실제로 북한은 협상 결렬을 선언하면서 현재 유예 중인 핵실험과 ICBM 발사 재개 가능성을 언급했다. 북한은 "핵실험과 ICBM 시험 발사 중지가 유지되는가 되살리는가는 전적으로 미국 입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ICBM 시험 발사 중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외교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트럼프는 "북한으로부터 핵 위협이 더 이상 없다"면서 "내가 취임한 이후 모두 더 안전하게 느낄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말해왔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별것 아니라고 묵인하며 ICBM만 아니면 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거나 미국 내 대북 제재 강화 목소리가 커지면 트럼프 대선 가도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② 무역협상 '버티기' 만지작거리는 중국

 미국과 중국은 오는 10일 워싱턴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열 계획이다. 중국은 이번 협상에서 중국의 산업·통상정책과 관련한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를 거부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 협상단 대표인 류허 부총리가 동행하는 중국 관리들에게 '중국 산업 정책이나 정부 보조금에 대한 개혁 약속을 협상안에 제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알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6일 보도했다.

중국이 첨단기술 국가를 목표로 세운 산업정책인 '중국제조 2025' 등은 트럼프가 무역전쟁을 시작하면서 반드시 손보겠다고 선언한 목표 중 하나인데, 이를 아예 의제에서 빼버리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무역전쟁 시작 이후 중국이 공개적으로 이 같은 주장을 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은 국가 정책을 고치라는 것은 주권 침해라며 반발했지만, 의제 자체를 협상 테이블에서 내리겠다는 제안은 없었다.

트럼프는 중국이 '중국제조 2025'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훔치고 중국 기업에 보조금을 남발해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다고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태도 변화 배경으로 트럼프가 탄핵조사 때문에 궁지에 몰렸다는 점을 거론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위기에 몰리고 치적에 더 집착하게 되면서 중국이 우위가 됐다고 보고 있다.

③ 트럼프 탄핵, 두 번째 내부고발자 등장

트럼프 탄핵을 촉발한 내부고발자를 대리하는 로펌은 6일(현지시간) "해당 변호사팀이 두 번째 내부고발자도 대리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마이크 자이드 변호사는 ABC방송에서 "두 번째 내부고발자는 첫 번째 내부고발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직접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변호사는 트위터를 통해 "로펌이 여러 명의 내부고발자를 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가 부적절했다고 고발한 첫 번째 내부고발자가 "타인으로부터 전해 들은 간접정보만 갖고 있다"며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제2, 제3의 내부고발자 등장은 트럼프에 대한 탄핵 공세가 더욱 거칠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④ 탄핵 저지 '마지막 방어선' 공화당도 비판

탄핵 공방이 거칠어지면서 공화당 소속 일부 상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은 5일 트럼프가 중국을 향해서도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부자(父子) 조사를 요구한 것은 "완전히 부적절한 일이며 대통령이 큰 실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3일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상원의원은 "바이든을 조사하라는 대통령의 뻔뻔하고 전례 없는 요청은 잘못됐고 형편없다"면서 "실제 압력을 가했다면 이는 극단적인 문제"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이어 중국에도 바이든 조사를 요청한 정황이 구체화하면서 탄핵 찬성 여론이 늘어나자 공화당 내 기류 변화가 일고 있다.

탄핵안은 민주당이 지배하는 하원에서 가결되더라도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 보루인 공화당 상원의원 이탈은 트럼프를 위태롭게 한다. 하지만 아직은 공화당 내 다수가 민주당의 탄핵조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또 트럼프를 비판하는 것과 탄핵 투표는 별개일 수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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