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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기후위기로 아픈 지구에 내 미래 없다…우리가 살아갈 지구 우리가 지키자"

중앙일보

입력

왼쪽부터 백서정 학생모델, 장희우·박윤정·김가영 학생기자.

왼쪽부터 백서정 학생모델, 장희우·박윤정·김가영 학생기자.

“우리는 멸종위기종입니다!”
인간들을 향해 호소하는 절규가 울려 퍼집니다. 이 소리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빙하가 녹아 갈 곳을 잃은 북극곰도, 플라스틱이 목에 걸린 바다거북도 아닙니다. 바로 우리 ‘인간들’이죠.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이 이대로 방치되면 우리 모두가 멸종될 수도 있다고 하는 강력한 경고인데요. 현재 지구에 일어나고 있는 일, 곧 지구가 맞게 될 미래에 대해 무관심하기만 한 이 세상 어른들을 향해 외치는 청소년들의 외침이기도 합니다. 지금 전 세계 곳곳에서는 ‘당장 함께 행동하자’며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에요. 지구를 위해, 우리 자신의 미래를 위해 행동하는 청소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한번 들어보실래요.

글=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사진=임익순·이상윤(오픈스튜디오)·BBPB, 동행취재=김가영(경기도 용인신봉초 5)·박윤정(서울 창경초 5)·장희우(경기도 위례푸른초 5) 학생기자·백서정(경기도 모현중 1) 학생모델

지난 9월 27일 서울 광화문 인근 세종로공원에서 환경 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이 주최하는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500여 명의 청소년이 시위에 참여했다.

지난 9월 27일 서울 광화문 인근 세종로공원에서 환경 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이 주최하는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500여 명의 청소년이 시위에 참여했다.

“기. 후. 위. 기. 대. 응. 하. 라! 기후(아예~) 위기(아예~) 대응(아예~) 하라(아예~)! 기후위기(음치치음치치) 대응하라(음치치음치치)!”

리드미컬한 박자에 맞춰 모두가 구호를 외칩니다. 손뼉을 치면서, 혹은 저마다 손에 들고 있는 피켓을 리듬에 맞춰 신나게 흔들면서 말이죠. 햇볕은 꽤 따가웠지만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은 없었어요. 타악기가 흥겨운 음악으로 분위기를 돋우고, 행진하는 이들의 목소리에는 더욱 힘이 실렸습니다. 구호는 ‘온실가스 배출제로(zero)! 응답하라 대한민국!’으로 이어졌죠. 지난 9월 27일 서울 광화문 앞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927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 현장 모습입니다. ‘청소년기후행동(Youth Climate Action, schoolstrike.kr)’이라는 단체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주최 측 추산 500여 명의 청소년이 참여했어요.

평소 같으면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을 금요일 아침에 이렇게 많은 청소년들이 수업을 빠지고 모인 건 우리 정부와 사회가 기후위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촉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소중 학생기자단도 그 목소리에 힘을 보태기로 했죠. 김가영·박윤정·장희우 학생기자와 백서정 학생모델이 각자 만들어 온 피켓을 들고 시위 현장에서 만났어요. 그곳에는 학생기자단보다 어린 꼬마 친구들부터 부모님과 함께 온 청소년, 선생님, 일반 시민 등 많은 사람들이 이미 와 있었죠.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미래를 위한 공부도 소용이 없다'는 의미로 책상과 의자를 쌓아두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미래를 위한 공부도 소용이 없다'는 의미로 책상과 의자를 쌓아두었다.

행사의 첫 번째 프로그램은 오전 10시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의 세미나로 시작됐어요. 조 전 원장은 지금의 기후위기가 얼마나, 왜 심각한지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들어 설명했죠. “최근 우리 사회가 미세먼지로 들썩거리지만 미세먼지는 배출된 후 길어야 5일 정도 지속됩니다. 지금 우리 세대가 누린 편리함의 대가로 미세먼지를 마시게 되는 것은 같은 세대 안에서 끝나는 문제죠.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은 해양 산성화, 해수면 상승, 물 부족, 기아 사태, 생물 다양성 감소 등 어마어마해요. 온실가스는 한번 배출되면 수백 년 동안 공기 중에 남아 있습니다. 기성세대가 이익을 얻기 위해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다음 세대가 악화하는 지구의 위기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거예요. 북극 지역에 있는 동토 지대(얼어붙은 평원)에는 수천 년 동안 얼어 있는 탄소 덩어리들이 있는데요. 온난화가 계속돼 기온이 올라가면 동토가 녹으면서 메탄가스가 나오게 됩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0~100배가량 강도가 센 온실가스예요. 온난화는 가속화하고 동토는 더 빠르게 녹으며 지구가 파멸될 수 있어요. 지구의 기온이 2℃ 높아진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상황입니다. 만약 6번째 대멸종이 온다면 최상위종인 인간은 전멸하게 될 거예요.”

지구 모양의 커다란 풍선에 '기후악당국가탈출, SCHOOL STRIKE 4 CLIMATE'이라고 적혀 있다.

지구 모양의 커다란 풍선에 '기후악당국가탈출, SCHOOL STRIKE 4 CLIMATE'이라고 적혀 있다.

진지한 강연과 질문·답변이 오간 세미나 시간이 끝나고 본격적인 ‘기후 대응 운동회’가 열렸습니다. 가을 운동회 콘셉트의 4가지 활동을 통해 ‘우리 모두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자’는 메시지를 나타냈어요. 소중 기자단도 운동회에 참여했죠. 먼저 ‘생존 림보’에 도전했습니다. 방관-타협-무책임 순서로 점점 낮아지는 3단계 가로 막대기를 통과하는 게임인데요. 희우는 “1단계 ‘방관’은 식은 죽 먹기”라며 자신만만했어요. 희우의 말대로 소중 기자단 모두 1단계는 가뿐히 통과. 하지만 2·3단계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죠. ‘무책임’ 단계에서 다들 막대기에 걸리고 말았어요. 게임의 진행을 맡은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이유경(중3)양은 “방관과 타협, 무책임으로 갈수록 림보 통과가 어려워지는 것처럼 정부나 우리 사회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도 점점 힘들어진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직접 만들어 온 피켓 위에 누워봤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장희우 학생기자와 백서정 학생모델, 박윤정·김가영 학생기자.

소중 학생기자단이 직접 만들어 온 피켓 위에 누워봤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장희우 학생기자와 백서정 학생모델, 박윤정·김가영 학생기자.

두 번째는 ‘합동 제기차기’였습니다. 둥근 판에 매달린 8개의 줄을 8명이 하나씩 잡고 힘을 합쳐 커다란 지구 모양의 공을 튕기는 게임이었죠.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데요. 소중 기자단은 다른 참가자들과 어울려 자꾸 땅으로 떨어지려는 지구를 열심히 튕겨냈습니다. 10번 이상 튕기는 데 성공해 스티커 선물도 받았죠. 가영이는 “스티커가 예쁘다”며 좋아했어요. 소중 기자단이 다음으로 도전한 종목은 ‘석탄 차기’. 고무공을 발로 차서 발전소 모양의 장애물을 쓰러뜨리는 거예요.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화력 발전소를 무너뜨리자는 목표 의식을 표현했죠. 서정이가 무심하게 툭 차자 공이 똑바로 날아가 장애물을 맞혔어요. 가영·희우·윤정이가 깜짝 놀라며 박수를 쳤죠.

마지막 순서는 ‘지구는 만원’이라는 게임이었어요. 여러 사람이 함께 나무 발판에 올라간 뒤 차례로 크기가 줄어드는 발판 위에서 계속 버티는 게 규칙이죠. 기후위기로 인해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우리가 살 자리가 점차 없어지고 있는 걸 나타냈어요. 발판이 하나씩 줄어들면서 소중 기자단은 서로를 꼭 붙잡고 부둥켜안아야 했어요. 윤정이는 “작년 국어 수업시간에 읽었던 ‘투발루’에 대한 글이 떠오른다”며 “어쩌면 우리도 10년, 20년 후에는 투발루처럼 물에 잠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오싹하다”고 말했습니다. 투발루는 남태평양에 있는 섬나라인데 해수면 상승으로 전 국토가 물에 잠길 위험에 처해있어요.

박윤정 학생기자가 자유발언대에서 "우리나라의 환경 위험 시계는 지난해 9시 35분으로 위험 수준을 가리켰다"고 말했다.

박윤정 학생기자가 자유발언대에서 "우리나라의 환경 위험 시계는 지난해 9시 35분으로 위험 수준을 가리켰다"고 말했다.

한바탕 신나게 운동회를 치른 후에는 시위 참가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청소년들이 차례로 발언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죠. 윤정이도 용기를 내 발언대에 올랐습니다. 손에는 직접 그린 피켓을 들었죠. 모두가 윤정이의 말에 귀를 기울였어요. “여러분은 혹시 환경 위험 시계라고 들어보셨습니까? 환경 위험 시계란 0시부터 12시까지 환경에 대한 위기감을 시간으로 표현한 시계입니다. 0~3시는 양호, 3~6시는 불안, 6~9시는 심각, 9~12시는 위험 단계며, 12시는 인류가 살 수 있는 최후의 시간이라고 합니다. 작년 우리나라의 시간은 몇 시였을까요? 바로 9시 35분입니다. 지금 우리의 시간은 위험입니다.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시위의 시작이었던 그레타 툰베리가 TED 강연에서 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희망을 찾기보다는 행동하자. 그러면 희망은 뒤따라 올 것이다.’ 저도 행동으로 지구온난화를 막겠습니다. 모두가 같이한다면 그것은 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기후 대응 가을 운동회' 콘셉트로 진행된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박 터뜨리기를 하고 있다. 박이 터지자 '석탄그만, 온실가스 배출제로'라는 문구가 나왔다.

'기후 대응 가을 운동회' 콘셉트로 진행된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박 터뜨리기를 하고 있다. 박이 터지자 '석탄그만, 온실가스 배출제로'라는 문구가 나왔다.

이날 시위의 마지막 순서는 모두 피켓을 들고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는 것이었죠. 구호를 외치며 질서정연하게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나아갔어요. 청와대가 가까워질수록 구호를 외치는 소리도 커졌습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의 움직임을 기대하며 “응답하라 대한민국!”을 한목소리로 외쳤죠. 길게 늘어선 청소년들의 행렬과 시끌벅적한 함성에 지나가던 시민들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시위 참가자들은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피켓을 들어 보였어요. 더 많은 이들이 기후위기의 문제를 알게 되기를 바라면서였죠. 출입이 통제되는 청와대 입구에 이르러 마지막으로 구호를 함께 외친 뒤 시위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소중 기자단은 “시위에 참여해본 것은 처음인데 무척 뿌듯하다”고 소감을 말했어요.

 청소년들은 피켓을 들고 세종로공원부터 청와대 앞까지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할 것을 요구하는 이들의 요청 사항은 대표 청소년 3명이 청와대 측에 전달했다.

청소년들은 피켓을 들고 세종로공원부터 청와대 앞까지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할 것을 요구하는 이들의 요청 사항은 대표 청소년 3명이 청와대 측에 전달했다.

시위를 기획한 청소년기후행동의 김유진(17)양은 “우리 청소년들은 얌전히 앉아서 어른이 되기를 기다리기만 하는 세대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우리 몫을 다하고 있다”며 “오늘의 행동은 끝이나 목표가 아닌 시작이다. 정부가 정의롭고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기후 대응을 할 때까지 우리의 미래가 보장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후악당국가의 청소년이 대한민국 정부에게 말합니다. 우리 목소리에 응답하라고, 우리 미래를 지켜달라고요.”

결석시위에는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소중 학생기자단도 각자 만든 피켓을 들고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렸다.

결석시위에는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소중 학생기자단도 각자 만든 피켓을 들고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렸다.

행동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
아파하는 지구를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행동에 나선 청소년들. 그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결석시위에 앞선 ‘사전행동’을 위해 9월 23일 세종로공원에 모인 청소년기후행동 동료 청소년들을 김가영 학생기자가 인터뷰했어요. 김준서(경기도 수내초 6)·박준희(성미산학교 8)·이은솔(성미산학교 8) 학생이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준희(왼쪽)·이은솔 학생은 "우리가 살아갈 미래에 관심을 갖고 우리 손으로 직접 미래를 만들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기후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준희(왼쪽)·이은솔 학생은 "우리가 살아갈 미래에 관심을 갖고 우리 손으로 직접 미래를 만들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준서, 이하 김) 전에 제가 살던 집 뒤에 산이 있었는데 거기에 동·식물이 많이 살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사람들이 그곳을 허물고 쓰레기 매립장을 설치했죠. 충격을 받았어요. 환경 문제에 관심이 커져서 코카콜라가 후원하는 환경 활동에도 참여한 적 있어요. 늪지나 하천 같은 곳을 다니면서 물과 환경에 대해 알아보는 활동이었죠. 그러던 와중에 부모님께서 청소년기후행동이라는 단체가 있다고 알려주셨어요.
(박준희, 이하 박)제 꿈은 적당히 먹고 놀면서 사는 거예요. 그런데 기후변화는 미래에 내가 먹고사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조금 공부해보니 생각보다 사태가 심각했어요. 아무도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걸 안 알려줬는데, 알고 보니 내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었어요. 주변에서 얘기해주는 것만으로는 정확한 사실을 알기가 힘들다는 것도 깨달았죠.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게 부당하다고 느꼈어요. 저는 제대로 먹고 자면서 살고 싶거든요. 그래서 활동에 나서게 됐어요. 직접 나와서 무엇이 진실인지 정보를 제대로 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은솔, 이하 이)처음에는 학교에서 친구들이 같이하자고 해서 하게 됐는데요. 활동하다 보니 날씨가 지나치게 덥거나 추운 게 문제라고 느껴지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진짜로 관심을 갖게 됐어요. 예전에는 미래에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만 고민했는데, 알면 알수록 우리 모두의 미래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가영 학생기자가 청소년기후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준서(맨 왼쪽)양을 인터뷰했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준서양은 부모님의 동행 하에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김가영 학생기자가 청소년기후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준서(맨 왼쪽)양을 인터뷰했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준서양은 부모님의 동행 하에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준서양은 오늘 모임에서 유일한 초등학생인데, 부모님이 활동을 지지해주시는 편인가요.
(김) 전적으로 동의하시는 건 아니지만 아버지께서도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으셔서 모임이나 활동이 있을 때 자주 데리고 와주셔요. 부모님께서 일정이 맞지 않거나 허락하지 않는 활동은 못 할 때도 있어요. 얼마 전, 지방에 가서 1박 2일로 하는 활동이 있었는데 그땐 부모님이 반대하셔서 참여하지 못했어요.

-기후행동에 나서는 것에 대해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요.
(이) 제가 기후 문제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해서 사람들이 저한테 많이 물어보기도 하고, 자기도 같이 활동할 수 있냐고 물어보기도 해요. 대부분 좋은 시선으로 봐요. 공부나 하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긴 한데 저는 이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상관없어요.
(김)학생이 공부만 하면 되지 왜 이런 활동을 하냐고 하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제가 공부하는 환경이나 미래에 살아가야 할 시간이 좀 더 깨끗한 자연 속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이런 활동이 저희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박)교육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건데 그 미래를 우리가 가질 수조차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어요. 그만큼 우리에게는 중요한 문제예요. 학생인 우리들이 수업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문제라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결석시위라는 방식을 선택한 거예요.

대규모 결석시위에 앞서 '사전행동' 집회를 연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청소년들. 이들은 기후위기에 대해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수시로 소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대규모 결석시위에 앞서 '사전행동' 집회를 연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청소년들. 이들은 기후위기에 대해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수시로 소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또래 청소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김) 멋진 말은 생각이 안 나네요.(웃음) 기후에 관심을 가져서 미래의 우리와 후손들이 옛날과 같은 예쁜 자연을 누릴 수 있게 하자고 말하고 싶어요.
(이)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우리 손으로 만드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얘기할래요.
(박)남들이 말해주는 지식 말고, 미래에 나에게 어떤 일이 펼쳐질지 자신이 직접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어른들에게는 어떤 말을 하고 싶나요.
(김) 아직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학교 교육에 기후에 관한 실제 사례를 많이 넣어줬으면 해요. 지금 사회 교과서에 나오긴 하지만 조금밖에 다루지 않아서 신경 쓰는 학생이 별로 없어요.
(박)그동안 기성세대가 누린 것들이 어떤 것에서 왔고 어떤 결과를 도출하고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 뜻을 조금은 알아주셨으면 해요. 가능하다면 함께 행동했으면 하고요. 생각보다 기후변화에 대해 잘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더라고요. 기후변화가 왜 문제이고 뜨거운 이슈인지 조금만 찾아봤으면 좋겠어요.

청소년기후행동(Youth Climate Action)

기후위기를 인식하고 청소년으로서 목소리를 내어 정부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도록 요구하기 위해 모인 단체. 스웨덴의 십대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스웨덴 의회 앞에서 시작한 결석 시위에 동참해 한국에서 청소년들의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3월과 5월에 이어 지난 9월 27일 세 번째 결석시위를 진행했다. 툰베리가 촉발시킨 청소년들의 결석 시위는 전 세계적으로, 모든 시민들의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다. 9월 20일(현지시간)에는 미국 뉴욕에서도 대규모 결석 시위가 열렸으며, 한국에서는 21일 서울 대학로에서 시민들이 참여한 ‘921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회가 진행됐다. 27일(현지시간)에는 유엔(UN) 기후정상회의 기간(23~27일)에 맞춰 캐나다·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칠레·브라질 등 26개국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지난 2월 인도네시아 발리 섬 덴파사 지역에서 진행한 '발리 대청소(Bali's Biggest Clean Up) 2019'에서 참가자들은 마을 곳곳에 쌓인 쓰레기를 수거했다.

지난 2월 인도네시아 발리 섬 덴파사 지역에서 진행한 '발리 대청소(Bali's Biggest Clean Up) 2019'에서 참가자들은 마을 곳곳에 쌓인 쓰레기를 수거했다.

아름다운 발리, 비닐봉투를 걷어내자
휴양지로 유명한 인도네시아의 섬 발리(Bail). 이곳에도 환경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인 청소년들이 있습니다. 지난 2013년 당시 10·12살이었던 멜라티(Melati)·이자벨(Isabel) 와이센(Wijsen) 자매는 발리의 깨끗한 환경을 위해 행동하는 단체를 만들었어요. 단체 이름은 ‘바이바이플라스틱백(Bye Bye Plastic Bags, 이하 BBPB)’. 이들은 발리 곳곳에 넘쳐나는 비닐봉투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 장바구니 제작·배포, 해변 대청소, 교실 워크숍 진행 등을 이어나갔죠. 이러한 행동에 공감하고 동참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면서 BBPB는 현재 발리뿐 아니라 전 세계로 활동 범위를 확장하고 있어요. 소년중앙은 BBPB에 궁금한 점을 e메일로 물어봤습니다.

-왜 청소년들이 환경을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하나요.
“우리는 생애 가운데 기후변화를 경험하게 된 첫 세대입니다. 그저 기다리고 있을 여유가 없어요.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환경 문제들이 우리에게 남겨지고 있습니다.”

'바이바이플라스틱백(BBPB)'은 비닐봉투 대신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에코백을 만들어 판매하고 환경에 대한 교육 자료를 책자로 만들어 배포한다.

'바이바이플라스틱백(BBPB)'은 비닐봉투 대신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에코백을 만들어 판매하고 환경에 대한 교육 자료를 책자로 만들어 배포한다.

-BBPB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희는 학교에서 넬슨 만델라, 마틴 루터 킹과 같이 영향력 있는 리더, 체인지메이커에 대해 배웠어요. 발리에 사는 어린이로서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고민했죠. 우리가 옳다고 믿는 일을 하기 위해 어른이 될 때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쓰레기 문제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죠. 논밭에서 친구들과 놀거나 바닷가를 걸어 다니면서 길이나 강가, 하수구 등에 쌓인 비닐봉투 쓰레기를 많이 봤거든요. 발리는 섬이기 때문에 바다를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문제가 직접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활동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는 일이 불가능한 것으로 느껴지기도 했죠. 하지만 함께 하는 팀원들과 가족, 친구들의 지지와 응원으로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어요. 저희가 겪었던 가장 큰 난관 중 하나는 정부를 설득하는 거였어요. 행정 체계의 복잡함을 이해해야 했죠. 정치적인 문제로 연결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어요. 시간이 걸렸고 인내심이 필요했죠. 주지사가 저희를 만나줄 때까지 단식 투쟁도 했어요. 결국 주지사를 만나는 데 성공했고 발리에서 비닐봉투 사용을 줄이는 데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지난 9월 2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를 펼쳤다.

지난 9월 2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를 펼쳤다.

-다른 청소년들의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냈나요.
“지난 2015년 영국 런던에서 했던 멜라티와 이자벨의 ★테드(TED) 강연 영상이 전 세계 학교에 공유됐어요. 영상을 본 많은 청년들이 저희에게 연락을 해왔죠. BBPB 활동의 전환점이 되었어요. 테드 강연 직후 처음으로 발리 외 지역에 파트너 팀을 갖게 됐으니까요. 그 이후 우리와 함께하고 싶다는 지원자가 800여 명 생겼고 지금은 전 세계에 50개 이상 지부가 있어요.”

-한국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요.
“언제나 여러분의 꿈을 좇으세요. 그리고 여러분의 열정을 발견하세요. 그게 무엇이든지 말이에요. 기후변화 또는 춤, 멸종위기 동물, 무엇이든 될 수 있죠. 이 세상에서 여러분이 만들어내고 싶은 변화를 직접 만드세요. 그 일을 하기에 너무 어리다는 말은 절대 듣지 마시고요. 우리 청소년들은 전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하지만, 우리 미래의 100%라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테드(TED) : 기술(Technology)·오락(Entertainment)·디자인(Design)을 합친 말로, 각 분야의 명사들이 참여하는 강연회이자 이를 주최하는 미국 비영리재단의 이름이다.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공유하자’는 취지로 시작됐으며, 강연 영상을 무료로 공개하면서 전 세계로 확산됐다.

바이바이플라스틱백(Bye Bye Plastic Bags)

BBPB는 발리에서 버려지는 비닐봉투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활동을 펼친다.

BBPB는 발리에서 버려지는 비닐봉투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활동을 펼친다.

2013년 발리에서 시작된 청소년 주도의 비정부기구(NGO)로, 비닐봉투 사용을 자제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발리의 ‘페레레난’ 지역을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는 시범 마을로 만들었고,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않는 가게들에 친환경 업소임을 알리는 스티커를 붙이는 캠페인도 진행했다. 현재 20여 개국에 50개 지부가 있는데, 한국에도 BBPB 지부가 생길 예정이다. 박재현 BBPB 한국 지부장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강연, 에코백 나눔, 봉사활동 등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BBPB가 알려주는 비닐봉투에 대한 놀라운 사실 5가지
-전 세계적으로 1분마다 200만 개의 비닐봉투가 사용되고 있다.
-비닐봉투 1개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석유의 양으로 자동차를 11m 운전할 수 있다.
-바다에 사는 장수거북 3마리 중 1마리는 위 안에 플라스틱이 들어있으며 그중 대부분은 비닐봉투다.
-미국에서 1년 동안 비닐봉투를 생산하는 데 1200만 배럴의 원유가 필요하다.
-한 개의 비닐봉투는 평균 12분 동안 사용된 후 버려진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이번 취재를 통해 저는 우리나라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기후 문제는 생각한 것보다 훨씬 심각했고 이에 대해 더 많은 시민들이 알아주길 바라게 되었죠. 일상생활에서 온실가스를 조금 줄이는 노력부터 대한민국 모두가 함께하는 큰 노력까지 기울여서 우리 미래를 더 낫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멸종위기종이 우리 인간이라는 말이 와 닿았어요. 인간이 만든 재앙이니 지구를 위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줬으면 해요. 이번 시위에 직접 참여했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지금이라도 행동을 시작해서 우리가 더 깨끗한 환경에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김가영(경기도 용인신봉초 5) 학생기자

우리나라와 세계가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고 있고, 또 이런 문제에 관심이 많은 언니·오빠·친구들이 많다는 걸 취재를 통해 알게 됐어요. 저도 앞으로 환경에 더욱 관심을 갖고 많은 걸 실천하고 노력하려고 합니다. ‘생존 림보’와 ‘지구는 만원’ 게임이 기억에 남아요. 우리가 무책임한 단계까지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발언대에 올라갔을 땐 긴장됐지만 할 말을 모두 하고 나니 뿌듯했습니다. 거리를 행진할 땐 목이 쉴 정도로 구호를 크게 외쳤고, 오래 걸어 다리가 아프기도 했지만, 시위를 통해 환경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아주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끝까지 참여했죠. 박윤정(서울 창경초 5) 학생기자

처음에는 '시위'라는 말 때문에 현장체험학습을 허가받지 못 할 뻔했어요. 저조차 시위라는 말이 조금 거북했죠. 공부는 안 하고 거리에 나가 시위한다고 말하기가 꺼려졌어요. 하지만 선생님께서 좋은 의미로 참가하는 걸 알아주셨어요. 이번 취재로 제 생각도 바뀌었죠. 딱딱한 시위가 아니라 청소년답게 힙합 스타일의 구호를 만든 것도 인상 깊었어요. 우리가 만든 피켓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가던 길을 멈추거나 사진을 찍을 땐 뿌듯했죠. 외국인들도 많이 참여해서 좋았어요. 청와대 앞에서 구호를 외칠 땐 감정이 벅차올랐어요. 이 마음을 잘 간직해 앞으로 환경을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백서정(경기도 모현중 1) 학생모델

기후대응 운동회와 자유발언, 거리 행진까지 참여하며 힘들기도 했지만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환경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구호를 외치고 또 외쳐서 목이 쉬어도, 제 목소리가 시위에 보탬이 되어 함께 싸우는 느낌이 들어 뿌듯하기도 했고요. 시위를 위해 무단결석을 했다는 언니도 있었죠. 시위의 의미가 많은 사람들에게 잘 전해져서 지구의 온도가 더 이상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장희우(경기도 위례푸른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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