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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대 '복면금지법' 반발…中 인민해방군과 첫 대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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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밤 중국 인민해방군 주홍콩부대 병영에서 한 인민해방군 병사가 홍콩 시위대를 향해 노란색 깃발 경고문을 들어올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6일 밤 중국 인민해방군 주홍콩부대 병영에서 한 인민해방군 병사가 홍콩 시위대를 향해 노란색 깃발 경고문을 들어올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시행한 것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가 6일에도 벌어졌다. 반(反)중 시위 속에 시위대와 중국 인민해방군 간의 첫 접촉까지 이뤄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홍콩 정부의 불허에도 복면과 가면을 쓰고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 수천명은 코즈베이만과 까우룽만 등 도심 곳곳에서 행진과 점거시위를 벌였다.

특히 일부 시위대는 까우룽퉁(九龍塘)에 위치한 인민해방군 주홍콩부대 병영 근처까지 접근했다. 시위대는 레이저와 강한 불빛 등으로 건물을 비췄다. 시위대는 앞선 시위에서 항의의 표시로 경찰과 경찰서, 정부청사 등에 레이저 등을 조사한 바 있다.

6일 밤 중국 인민해방군 주홍콩부대 병영에서 한 인민해방군 병사가 홍콩 시위대를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6일 밤 중국 인민해방군 주홍콩부대 병영에서 한 인민해방군 병사가 홍콩 시위대를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이에 인민해방군 병사가 막사 지붕 위로 올라가 노란 깃발을 들어 보였다. 이 깃발에는 중국 번체자와 영어 등으로 “당신은 법을 어기고 있으며 기소될 수 있다”는 경고문이 적혀 있었다. 아울러 인민해방군은 광둥어로 “이후 발생하는 결과는 모두 자기 자신이 져야 한다”고 육성 경고도 했다. 카메라로 시위 현장을 촬영하기도 했다. 얼마 후 시위대는 해방군의 경고에 별다른 충돌 없이 병영 주변을 이탈해 다른 지역으로 향했다.

SCMP와 로이터 통신 등은 홍콩 시위대와 인민해방군간 접촉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SCMP는 해방군이 전례 없는 조치로 시위대에게 경고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SCMP는 "홍콩 기본법에 의거, 홍콩 정부가 비상사태라고 판단하고 군 투입을 요청할 경우, 중국 정부는 홍콩에 인민해방군을 투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투진선 홍콩 야당 의원은 "너무나 위험한 행동"이라며 "중무장한 인민해방군이 레이저 불빛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 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홍콩 경찰이 지난 6일 홍콩 시위대를 제압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경찰이 지난 6일 홍콩 시위대를 제압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시위는 지난 4일 홍콩 정부가 시위 확산을 막는다며 ’복면금지법‘을 발표한 데 반발해 발생했다. 5일 0시부터 시행된 복면금지법은 공공 집회나 시위 때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로 이를 어기면 최고 1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타이완뉴스에 따르면 지난 4일 집회에서 시위대 수천명이 미국독립선언을 일부 차용한 ’홍콩 임시정부 선언‘을 낭독하는 일도 있었다. 이 선언문은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를 더는 신뢰하지 않으며 홍콩의 통치기구로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6일 안전모와 마스크를 쓴 홍콩 시위대의 모습.[로이터=연합뉴스]

6일 안전모와 마스크를 쓴 홍콩 시위대의 모습.[로이터=연합뉴스]

시위가 격화되면서 홍콩 지하철은 6일에 이어 7일도 일부 운행이 중단될 예정이다. 다만 국제공항행 고속열차는 7일 오후 1시부로 일부 운행이 재개된다. 당국은 파괴행위가 지속할 경우 철도 운행 중단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휴교를 단행한 학교도 나왔다. 홍콩 성시대는 7일 휴교를 선언하고 조만간 보충수업 일정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일련의 사태로 학내 안전이 영향을 받고 교통이 수시로 두절되는 만큼 정상적인 수업을 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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