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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강초현' 임하나, 안경 벗고 금빛총성 울린다

중앙일보

입력

도쿄올림픽 사격 여자 10m공기소총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임하나. [사진 임하나 제공]

도쿄올림픽 사격 여자 10m공기소총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임하나. [사진 임하나 제공]

임하나(20·IBK기업은행)는 2020년 도쿄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외국데이터업체 미국 그레이스노트, 올림픽 메달스 프레딕션 닷컴이 지난 7월 도쿄올림픽 한국 금메달 후보를 예상했는데, 임하나는 박성현(여자골프)·이대훈(태권도)과 함께 두 곳 모두 선정된 3인 중 한명이다.

2000년 1월1일생, 스무살 명사수 #작년 세계선수권 10m 공기소총 금 #외국업체 2곳, 박성현·이대훈과 도쿄 금 #라식수술, 동그란 안경 벗고 정조준

임하나는 여고생으로 지난해 9월 창원세계선수권 여자 10m 공기소총 개인전과 단체전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10월 전국체전에서도 2관왕에 올랐다. 임하나는 7일 대구국제사격장에서 열리는 제100회 전국체전 여자일반부 공기소총에 출전해 2연패에 도전한다.

도쿄올림픽 사격 여자 10m공기소총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임하나. [사진 임하나 제공]

도쿄올림픽 사격 여자 10m공기소총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임하나. [사진 임하나 제공]

임하나는 2000년 1월1일 태어난 ‘밀레니엄 베이비’다. ‘하나’라는 이름에 대해 “1월1일생인데다, 부모님이 뭐든 최고가 되라고 지어주셨다. 여동생 이름은 두리인데, 사격 같은종목 선수”라며 웃었다.

임하나는 중학교 1학년 때 방과 후 활동으로 사격을 시작해 중3때 국가대표에 뽑혔다. 임하나는 “당시 중학교가 소총지정학교라 소총 밖에 없었다”며 “아버지가 현역 군인(원사)인데, (사격의 피를) 물려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10m 공기소총은 샤프심만한 0.5mm 표적을 맞히는 종목이다. 10m 공기권총보다 타겟과 10점 라인이 훨씬 더 작다. 본선은 60발(10.9점)에 총 654점이 만점인데, 격발 감각이 탁월한 임하나는 634점을 기록한 적이 있다.

지난해 9월 창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그란 안경을 착용하고 우승했던 임하나. 그는 지난 2월 스마일 라식수술을 받았다. [뉴스1]

지난해 9월 창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그란 안경을 착용하고 우승했던 임하나. 그는 지난 2월 스마일 라식수술을 받았다. [뉴스1]

임하나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동그란 안경을 쓰고 금빛 총성을 울렸다. 최근 안경을 벗고 사대에 선다. 임하나는 “예전부터 시력 교정수술을 받고 싶었는데, 지난 2월 눈에 상처를 덜내고 회복도 빠르 ‘스마일 라식 수술’을 받았다. 시력이 0.3~0.4에서 1.5로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공기소총은 조준할 때 얼굴도 사용하는 종목이다. 안경을 벗으니 방향과 좌우 흔들림에 미세한 차이가 생겨 적응 중”이라며 “그래도 주위에서 안경 벗은게 훨씬 낫고, 예뻐졌다고 해주신다”며 웃었다.

지난 2월 청주여고를 졸업한 임하나는 대학 진학 대신 실업팀을 택했다. 임하나는 “중3 때부터 국가대표를 하면서 언니, 오빠 선수들 중 대학생이 많지 않았다. 고민 끝에 실업팀에서 사격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청주에서 지내는 임하나는 “훈련은 하루에 4~5시간 동안 300발을 쏜 적도 있지만, 난 정해진 시간에 ‘빡’하는 스타일”이라며 “훈련이 끝나면 친구들과 코인노래방을 가고, 아이돌 아스트로를 좋아한다”고 했다.

스무살 임하나는 사격장을 나오면 코인노래방을 가고 아이돌 아스트로를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다. [사진 임하나 제공]

스무살 임하나는 사격장을 나오면 코인노래방을 가고 아이돌 아스트로를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다. [사진 임하나 제공]

전국체전에 충북대표로 출전하는 임하나는 “100회 대회인데다, 실업팀 입단 후 첫 전국체전이라 책임감이 든다”고 말했다. 임하나는 전국체전을 넘어 도쿄올림픽을 바라본다.

한국 10m 여자소총은 여갑순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을 땄고, 강초현이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후 20년 가까이 계보가 끊겼는데, 임하나가 희망으로 떠올랐다. 임하나는 “제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자, 여갑순 (국가대표 후보선수) 감독님이 달려와 ‘내가 더 기쁘다’며 울며 안아주셨다. 예전에 강초현 사격장에서 훈련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여자 10m공기소총 은메달리스트 강초현. [중앙포토]

2000년 시드니올림픽 여자 10m공기소총 은메달리스트 강초현. [중앙포토]

한국 여자 10m 공기소총은 이미 도쿄올림픽 출전쿼터 2장을 땄는데, 임하나는 내년 4~5월 대표선발전(예정)에서 금지현(20), 정은혜(30)와 경쟁한다. 임하나는 “우리 세명은 서로 의지하며 배운다. 그래도 4년에 한번 오는 올림픽이니 꼭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사격 간판은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4개를 딴 진종오다. 임하나는 “난 옛날에는 아무것도 아닌 선수였고, 당시엔 진종오 선수는 그냥 원래 잘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에 대한 기대가 생기다보니 부담이 된다. 진종오 선수가 올림픽 메달을 따고도 기록을 유지하는게 대단하다고 느껴졌다”며 “난 멘털이 약한 편이다. 기록싸움이다보니 점수에 연연할 수밖에 없다. 진종오 선수를 만나면 멘털을 다스리는 노하우와 훈련방법을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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