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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휴대전화 포렌식 내용 공개 거부한 검찰···法, "공개해야"

중앙일보

입력

스마트폰 관련 이미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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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자신이 검찰에 제출한 휴대전화의 포렌식 결과를 공개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거부당하자 행정소송을 낸 A씨가 1심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함상훈)는 “서울중앙지검의 정보공개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성폭행 피해를 봤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김모씨를 고소했다가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A씨는 검찰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제출해 포렌식 조사를 받았다.

올초 A씨는 당시 제출한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와 대질심문 기록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검찰은 대질신문 기록은 공개하기로 했지만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를 근거로 포렌식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알려왔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는 공공기관이 가진 정보 중 예외적으로 비공개 대상이 되는 조건을 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나 범죄의 예방,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형의 집행이나 교정 및 보안 처분에 관한 사항에 대한 정보 중 공개될 경우 그 직무 수행이 현저히 곤란하게 되거나 형사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에 대해서 공공기관은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A씨는 "내 휴대전화를 포렌식 한 결과이고 이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도 수사 등 검사의 직무 수행에 현저히 곤란할 만한 사정이 없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검찰측은 “A씨가 당시 휴대전화에 있던 녹취 파일이 조작됐는지를 알기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해당 녹취파일은 포렌식 당시 A씨가 추출을 거부해 포렌식 결과에도 없으므로 정보공개청구나 행정 소송으로 얻을 이익이 없다”고 맞섰다.

법원은 A씨 청구대로 검찰이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현행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정보공개를 청구한 사람과 해당 정보가 어떤 관련성을 갖고 있어야만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보공개청구의 목적에도 특별한 제한은 없다. 대법원 판례 역시 정보공개 청구권자의 권리 구제 가능성 등은 정보공개 결정 여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법원은 “해당 정보에 녹취 파일이 없어 A씨의 권리가 구제될 가능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정보공개청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판결했다.

나아가 법원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가 규정하는 상황은 “수사 등에 관한 직무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거나 그 정도가 현저한 경우”라고 제한했다. 구체적으로는 정보를 비공개했을 때 보호되는 수사 업무 수행 공정성 등의 이익과 정보를 공개했을 때 보호되는 국민의 알 권리 및 수사절차 투명성 확보 등의 이익을 비교해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검찰측은 “수사보고서가 반복적으로 공개됐을 때 수사 활동에 영향 미칠 수 있다”는 주장도 폈지만, 이 역시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검찰 주장을 고려하더라도 A씨는 형사사건 고소인으로 정보의 내용을 알 필요성이 크지만, 이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향후 범죄 예방이나 정보수집, 수사활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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