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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2차소환 15시간 조사, 실제는 2시간40분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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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국 법무부장관이 출근하기 위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장관이 출근하기 위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검찰의 조국(54)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 수사가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 조 장관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수사의 변수로 떠올랐다. 정 교수는 5일 두 번째 검찰 조사에서 조서를 열람하는 데 조사보다 더 긴 시간을 썼다. 이날 정 교수가 검찰에 머문 15시간 중 실제 조사 시간은 3시간 미만이다. 검찰은 정 교수를 몇 차례 더 조사한 뒤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정 교수의 조사는 3일(개천절), 5일(토요일)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는데 모두 휴일이었다.

11시간 조서 열람 이례적 상황 #“통상 10시간 조사 때 1시간 열람” #검찰 속전속결 수사계획 차질 #정경심 측 “딸 학술대회 영상 있다”

정경심, 수정 거의 없이 이례적 열람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고형곤)는 5일 딸(28)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정 교수를 소환했다. 변호인과 함께 검찰에 출석한 정 교수는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조서를 열람하기 위해 보냈다고 한다. 실제 조사가 이뤄진 건 2시간 40분에 불과했다.

정 교수는 두 차례 검찰 조사에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통상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는 진술 내용이 많지 않기 때문에 조서열람을 통해 확인할 내용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수정 요구를 하지 않아 열람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정 교수 역시 조서 수정 요구를 많이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 "조서열람 막을 방법 없어" 

당초 검찰은 정 교수에 대한 조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해 수사를 길게 끌지 않겠다는 방침이었다.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나오는 데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치권의 압력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조사에 이어 두 번째 조사까지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사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조서열람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재판에서 조서의 증거능력을 문제삼을 수 있다"며 "수사팀은 정 교수가 원하는 만큼 열람을 하도록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피의자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하기로 한 가운데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두차례 비공개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연합뉴스]

검찰이 '피의자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하기로 한 가운데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두차례 비공개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9시 지하주차장을 통해 비공개로 검찰에 출석한 정 교수는 조사를 시작하기 전 조서열람을 먼저 했다. 3일 첫 검찰 조사에서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며 조서를 확인하지 않고 귀가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오후 4시까지 7시간 동안 자신이 조사받았던 내용을 확인했다. 정 교수가 처음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은 시간은 7시간 미만이다.

1·2차 소환 합쳐도 10시간도 조사 못해

검찰은 오후 4시부터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정 교수의 두 번째 검찰 조사는 2시간 40분 만에 종료됐다. 정 교수의 건강 상태와 조서열람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서다. 정 교수는 1시간가량 휴식을 가진 뒤 오후 7시 40분부터 이날 작성된 조서를 약 4시간 30분 동안 꼼꼼히 읽고 날인한 뒤 자정쯤 귀가했다.

수도권의 한 차장검사는 “통상 10시간을 조사받는다고 하면 조서열람에 1시간 정도 걸린다”며 “정 교수가 상당히 이례적으로 오랜 시간 조서를 열람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조사보다 조서열람에 더 긴 시간을 할애했다. 당시 양 전 원장은 조서 수정 요구를 거의 하지 않고 조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었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양 전 원장의 이례적 조서열람을 두고 조서에 적힌 검사의 질문을 외워 재판 전략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추가 조사 뒤 신병처리 결정

검찰은 정 교수를 추가로 소환해 사모펀드와 증거인멸 관련 의혹에 관해 확인한 뒤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정 교수가 자택 PC 하드디스크 교체를 지시하는 등 계획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봐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을 경우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이 일 수 있어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병처리 여부를 말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 교수에 대한 추가 조사를 충분히 진행한 뒤 회의를 통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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