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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노인도 벌떡 서 걷는다 입는 근육·황금신발 만든 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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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더,오래] 김정근의 시니어비즈(26)

유럽은 이미 저출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65세 고령인구 비중이 2017년 19.4%에 이르렀고 2050년 30.3%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유럽은 고령층의 이동성(MOBILITY) 문제가 사회적 소외 및 건강악화를 초래할 수 있어 중요한 사항으로 인식하면서 지난해 1월부터 올 2월까지 유럽 내 고령층 이동성 향상을 위한 혁신적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Horizon prize for social innovation 선발공고 포스터. [사진 유럽집행위원회]

Horizon prize for social innovation 선발공고 포스터. [사진 유럽집행위원회]

유럽집행위원회는 지난 2019년 9월 24일 3개의 최종대상자를 공표하고, 이들에게 ‘사회혁신 주도 호라이즌상(Horizon prize for social innovation)’을 수여했다. 이번에 선발된 3개의 혁신제품을 통해 고령화를 기회로 활용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는 유럽의 모습을 살펴보고자 한다.

1. 파킨슨병 환자의 보행을 돕는 패스파인더(Path Finder)

[사진 Walk with Path 홈페이지]

[사진 Walk with Path 홈페이지]

‘사회혁신 주도 호라이즌상’에서 대상을 받아 100만 유로(13억원)의 상금을 받은 기업은 패스 파인더(Path Finder)를 만든 덴마크의 ‘워크 위드 패스(Walk With Path)’다. 일반적으로 파킨슨병 환자들은 불안정한 걸음을 걷거나 종종걸음, 보행동결(freezing of gait) 등의 균형 장애를 겪기 때문에 이동의 어려움과 낙상을 경험하게 된다.

보행동결은 걷기 시작할 때 또는 걷는 중간에 보행을 지속해서 유지할 수 없는 상태로 ‘발이 땅바닥에 붙어 있는 느낌’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보행 도중 보행을 멈추는 행동까지 나타나 넘어질 수도 있는데 파킨슨병 환자의 주요 낙상 원인이기도 한다. 바닥에 선을 그어 넘어가는 시각 자극 방법을 사용하면 파킨슨병 환자의 보행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는데 패스 파인더가 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신발에 부착하는 패스파인더는 사용자의 보폭에 맞게 레이저로 녹색의 보행선을 쏴주기 때문에 보행에 불편을 경험하는 사람은 이 보행선에 따라 자신의 보폭을 결정해 보행동결현상을 줄일 수 있다. 현재 유럽과 캐나다, 홍콩에서 395파운드, 한화로 약 58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패스파인더는 파킨슨 등으로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들의 이동성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2. 웨어러블 섬유 머슬슈트, 마이오슈트(MyoSuit)

[사진 마이오스위스 홈페이지]

[사진 마이오스위스 홈페이지]

두 번째 소개할 회사는 스위스의 마이오스위스(MyoSwiss)다. 이 회사도 ‘사회혁신 주도 호라이즈상’에서 입상해 25만 유로(약 3억 20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이 회사는 로봇을 기능성 섬유와 결합해 웨어러블 근육의 역할을 하도록 만든 근력 보조 의류인 마이오슈트(Myosuit)를 개발했다. 기존 머슐슈트들이 금속 등의 소재를 사용해 무거웠다면 마이오슈트는 섬유형태로 되어 있어 가볍다는 것이 특징이다.

마이오슈트는 활동 기반 재활 및 물리 치료 훈련을 위한 다기능 훈련 장치로 사용되는데 외부 근육처럼 엉덩이, 무릎 및 발목에 근육약화를 해소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마이오슈트는 근육처럼 사용자의 움직임을 제한하지 않고 다양한 기능적 움직임을 쉽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근력이 약한 노인뿐만 아니라 뇌졸중 환자, 근위축증환자들도 사용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마이오슈트는 센서를 활용해 사용자가 원하는 움직임을 사전에 미리 감지해 관련된 활동을 지원해 준다. 예를 들면 몸을 위로 올리거나 앉으려고 할 때 마이오슈트의 섬유근육이 이를 인식해 천천히 몸을 받쳐준다. 다리근육이 약해져 오래 걷지 못하는 고령층도 동네에서 산책하거나, 여행을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 노후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아래 비디오를 보면 근위축증 환자인 마이클이 마이오슈트를 입고 등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3. 노인참여활동 증진 프로젝트, MonToulouse Senior 카드

[사진 툴루즈 홈페이지]

[사진 툴루즈 홈페이지]

마지막으로 소개할 기관은 프랑스의 툴루즈(Toulouse)라는 지방자치단체다. 시니어층의 지역활동참여를 증대시키기 위한 ‘몬툴루즈 시니어 카드(MonToulouse Senior Card)’를 개발해 ‘사회혁신 주도 호라이즌상’을 받았다.

툴루즈에 거주하는 시니어에 발급되는 이 카드는 60세~64세와 65세 이상으로 구분해 시니어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60세~64세의 시니어층은 툴루즈시에서 운영하는 수영장, 아이스링크, 박물관, 도서관 및 세미나 등을 사용할 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65세 이상 시니어에는 추가로 툴루즈 시내 버스, 트램 등의 대중교통 이용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할인 혜택은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을 뒀고, 전화로 시에서 운영하는 노인 상담 및 친구연계, 자원봉사자연계 지원도 가능하다.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것을 사전에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다. 특히, 자원봉사자 연계지원은 젊은 세대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시니어의 집을 방문해 집안일 도움, 말벗 서비스 등을 제공하다.

몬툴루즈 시니어 카드는 툴루즈와 주변 농촌 거주 고령층의 사회참여활동을 증대시켜 사회적 고립을 감소시키고 문화, 레저, 디지털, 스포츠 관련 지역서비스를 활성화하는데도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유럽은 고령층의 이동성(mobility) 악화를 이들의 사회적 고립을 증대시키는 ‘노후 삶의 위험요소’로 간주하고 민·관이 함께 혁신적 비즈니스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시니어 비즈니스를 통해 고령화 현상을 대처하는데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근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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