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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ㆍ미 ‘생산적’ 예비접촉…오늘 예정대로 실무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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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리딩외에 있는 콘퍼런스 시설 '빌라 엘비크 스트란드' (Villa Elfvik Strand) 내부에 소형 성조기, 인공기, 스웨덴 국기가 놓여있다.[연합뉴스]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리딩외에 있는 콘퍼런스 시설 '빌라 엘비크 스트란드' (Villa Elfvik Strand) 내부에 소형 성조기, 인공기, 스웨덴 국기가 놓여있다.[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북ㆍ미 예비접촉이 ‘생산적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북ㆍ미 간 회동은 6월30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판문점 회동 이후 96일 만이다.

램버트-권정근 예비접촉 진행

이날 만남은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부대표와 권정근 전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나섰다. 권 전 국장은 이번 실무회담의 차석대표를 맡고 있다.
램버트 부대표와 권 전 국장은 스톡홀름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떨어진 해변가의 ‘빌라 엘비크스트란드’ 컨퍼런스 시설에서 만났다. 이날 북ㆍ미는 비핵화와 관련한 본질적 내용은 논의하지 않았고, 5일 진행될 메인 이벤트인 실무협상의 일정과 행정 편의와 관련한 협의만 이뤄졌다고 한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4일 예비협상-5일 실무협상’이라고 표현했지만, 협의의 내용과 수준을 봤을 때 이는 예비협상이 아니라 예비접촉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리딩외에 있는 콘퍼런스 시설 '빌라 엘비크 스트란드' (Villa Elfvik Strand) 전경. [연합뉴스]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리딩외에 있는 콘퍼런스 시설 '빌라 엘비크 스트란드' (Villa Elfvik Strand) 전경. [연합뉴스]

실무협상 일정 등만 협의

북한이 예비협상이라는 이례적 형식을 택한 것을 두고 회담 전부터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 측의 입장을 먼저 확인한 뒤 성에 차지 않으면 실무회담은 하지 않고 협상 판을 깰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지만, 실제로는 실무회담 준비를 겸한 상견례 성격이 짙었다고 한다. 만난 시간도 길지 않았다. 양측은 오전 세션만 진행한 채 돌아갔다. 분위기도 우호적이었으며, 생산적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5일에는 양측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나선다. 양 대표가 마주하는 것은 처음이다. 현재로썬 실무협상은 하루 일정으로, 연장 계획은 없다고 한다. 일종의 단판 승부로, 양 측은 압축적으로 논의를 진행하며 서로 입장을 교환한 뒤 본국으로 돌아가 ‘지도부’의 지침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 실무협상을 위해 스웨덴을 찾은 북한 대표단이 4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에서 나가고 있다.   권정근 전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오른쪽 첫번째)과 정남혁 북한 미국연구소 연구사(가운데) 등 6명은 북미 예비접촉이 예정된 이 날 오전 9시 40분께 북한대사관에서 나와 검정색 승합차를 타고 출발했다. [연합뉴스]

북미 실무협상을 위해 스웨덴을 찾은 북한 대표단이 4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에서 나가고 있다. 권정근 전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오른쪽 첫번째)과 정남혁 북한 미국연구소 연구사(가운데) 등 6명은 북미 예비접촉이 예정된 이 날 오전 9시 40분께 북한대사관에서 나와 검정색 승합차를 타고 출발했다. [연합뉴스]

5일 비건-김명길 단판 승부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포괄적 합의를 이룬 뒤 그 과정에서 동시병행적으로 이행한다는 비핵화의 큰 틀을 유지하고 있다. 이른바 엔드 스테이트(end state)로 표현해온 비핵화의 최종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부터 합의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이런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룰 만한 진전의 가능성이 있다면 북한에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를 유연하게 제시할 수 있다는 게 미 협상팀의 입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입장이 북한이 요구해온 ‘새로운 접근법’에 해당할지는 미지수다. 이는 사실 미국이 그간 유지해온 기존 입장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북ㆍ미는 지난 2월 정상회담에서 엔드 스테이트에 대한 합의도 이루지 못하면서 하노이 노 딜로 이어졌다.

미 ‘유연한 접근’ 북 ‘새로운 접근’ 접점은

김명길 대사는 3일 스톡홀름행을 위해 중국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을 경유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미국 측에서 새로운 신호가 있어 큰 기대와 낙관을 가지고 간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0일에도 담화를 내고 “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미(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주장하였다는 보도를 흥미롭게 읽어보았다”고 했다.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선제적 기대감 표명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번 실무협상에서 3차 북ㆍ미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도 오갈지 관심이다. 북한은 실무협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3차 정상회담의 합의문을 조율하는 과정”(12일 조선신보)이라며 이를 기정사실화해왔다.
다만 미국은 이번 실무협상에서 반드시 정상회담에 대한 합의를 이룬다는 입장은 아니라고 한다. 그보다는 비핵화 협상 본질에 대한 협의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스톡홀름=김성탁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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