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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하단 사람 친다···테슬라, 불완전한 '스마트 호출' 도입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0년대 미국 드라마 '전격Z작전'에서 주인공이 위기에 처하면 달려오는 검은색 차 '키트(K.I.T.T)'. 완벽한 인공지능(AI)으로 '꿈의 차'로 여겨졌던 키트를 테슬라가 실제로 선보였다.

사람·물체 인식 능력 부족 #레벨2 기술에선 성급한 도입 #SNS선 '호평' vs '안전성논란' #테슬라의 전략적 판단인 듯

물론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주차장에서 차량 소유자를 지나쳐버리거나 잘 가던 차가 갑자기 차고를 박는다. 자칫하면 사람도 칠 기세다.

테슬라는 지난달 말 '버전10' 업데이트를 통해 '스마트호출(Smart Summon)' 기능을 자사 차량에 담았다. 사용자가 60m 안에 있는 테슬라 차량을 스마트폰 앱을 통해 부르면 차가 스스로 움직여 원하는 지점까지 도착한다.

테슬라코리아가 보급형 모델인 모델3를 13일 한국 시장에 공식 출시했다. 기존 차량 대비 저렴한 테슬라의 볼륨 모델이다. [사진 테슬라 코리아]

테슬라코리아가 보급형 모델인 모델3를 13일 한국 시장에 공식 출시했다. 기존 차량 대비 저렴한 테슬라의 볼륨 모델이다. [사진 테슬라 코리아]

이 기능이 탑재된 테슬라 차량 소유자는 요즘 SNS 사용기를 올리고 있다.

미국 텍사스에 사는 한 트위터 사용자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약 20m 밖에서 자신의 모델3을 호출했다. 모델3은 비스듬히 후진한 뒤 도로를 가로지르려고 하다가 왼쪽에서 시속 30㎞가량으로 달리는 차량과 추돌 사고를 일으킬 뻔했다. 이 트위터 사용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태그하며 "첫 스마트호출 테스트를 해보니 잘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트위터 사용자는 옆면이 찌그러진 자신의 모델3 사진을 올리며 "빈 도로에서 시험해보니 차가 앞쪽으로 가다가 차고 옆으로 내달렸다"며 "차를 사랑하지만 슬프다"고 했다.

테슬라가 야심 차게 내놓은 이 기능에는 왜 문제가 생긴 것일까. 전문가는 테슬라의 센서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학부 교수는 "(자율주행차는) 센서와 컴퓨터의 조합 문제인데 테슬라는 카메라 센서에 의존하다 보니 한계가 나오는 것"이라며 "테슬라가 레이더를 쓰긴 하지만 전방물체탐지용 MR(혼합현실)을 사용하다 보니 주변 환경에 대한 인식기능이 자율주행 레벨4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비해서 많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현재 자율주행 레벨2 수준의 오토파일럿 기술을 갖고 있다. 운전자 없이 스스로 문제없이 움직이는 차는 레벨3 이상의 수준이다. 현재 기술 단계에서는 완벽한 구현이 불가능하다.

도로나 자율주차가 아닌 주차장같이 변수가 많은 장소에서의 '무인 주행'은 제약이 많다고 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동주차가 이뤄지는 주차공간과 오토파일럿이 되는 도로 사이 공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주차장에서의 자율주행이 이뤄지려면 사람이 마트에서 어떻게 튀어나올지 카트를 밀고 올지, 끌고 올지 등 행태에 대한 예측 모델 딥러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글 웨이모의 경우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 인공지능(AI)을 통해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을 개발하고 있다. 사람과 물체 등 다양한 변수를 예측하려면 고도의 인공지능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왜 불완전한 기능을 선보였을까.

서승우 교수는 "테슬라가 레벨2 수준의 센서 성능 가지고서 레벨4 수준의 기능을 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인데 무리수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전략적인 판단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기능을 선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차고에서 나오는 모델3 차량에 해골 모형을 놓고 "엄마 나 살 빠졌어"라며 익살스러운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고태봉 센터장은 "테슬라는 새 기능을 넣는데 용감하다"며 "다만 레벨2 수준 자율주행에선 사고 시에 사람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으므로 기술에 대한 맹신을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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