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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터널증후군이 주부병? 남성 증가율 여성의 2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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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5호 28면

생활 속 한방

최근 손목터널증후군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근데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원래 ‘살림병’ ‘주부병’의 이미지가 강했다. 전체 환자 가운데 70%가량이 40대 이상의 여성층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는 2010년 12만9000여 명에서 지난해 17만9000여 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근데 같은 기간 성별 환자 증가율을 살펴보면 남성 환자의 증가율이 60%로 여성 환자 증가율(30%)의 두 배에 달한다. 최근 남성에게도 자주 발견되고 있다.

40대 이상 여성 환자가 70%지만 #최근 9년 증가율 남성이 훨씬 높아 #스마트기기 사용 증가가 큰 원인 #손목 주변 근육 뭉치고 인대 염증 #손글씨 어렵고 물건 세게 못잡아 #방치하면 신경 손상·마비 우려

그 이유 중 하나로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 사용 증가’가 꼽힌다. 손목터널증후군은 거북목증후군·안구건조증·불면증과 함께 스마트폰 관련 4대 질환 중 하나로 지목된다. 손 저림이나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 중 가장 잘 알려지고 빈번히 발생하는 손목 질환이 바로 손목터널증후군이다.

침 치료하면 통증·신경 전달 속도 개선

손목과 손이 이어지는 부위 안쪽에는 뼈와 인대로 둘러싸인 손목터널(수근관)이 있다. 이 손목터널을 통해 손가락 감각과 움직임, 손의 운동기능을 담당하는 말초신경인 정중신경(正中神經)이 지나간다. 근데 손목을 자주 사용해 손과 손목에 강한 힘을 반복적으로 주면 손목 주변 근육이 뭉치거나 인대에 염증이 생기면서 정중신경을 압박해 손목터널증후군이 생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손목터널증후군의 주된 증상은 손이 타는 듯한 통증과 저림 증상이다. 이런 증상은 밤에 특히 심해지는데 손을 지속해서 움직이는 낮보다 움직임이 적은 밤 시간대에 손목터널 내 힘줄이 붓고 염증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손목터널증후군은 손과 손목의 사용이 부자연스러워지고 숙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든다.

만약 손의 감각이 둔해져 바느질·손글씨 등 정교한 손놀림이 어려워지거나 물건을 세게 잡지 못한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을 방치하면 신경이 영구적으로 손상되거나 마비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이 의심될 때 자가검진을 해보는 방법이 있다. ‘팔렌테스트’로 불리는 간단한 동작이다. 양쪽 손등을 서로 맞대어 손목이 90도로 꺾인 상태를 1분간 유지했을 때 통증이나 저린 증상이 있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이 진행 중일 가능성이 높다. 초기 손목터널증후군은 간단한 약물치료로도 충분히 완치가 가능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지속해서 손목에 이상 증상이 발견되면 전문가를 찾아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한방에서는 손목터널증후군을 혈과 기가 막혀 통증을 일으키는 ‘비증(痺證)’의 일종으로 보고 손목 주변 기혈의 소통이 원활하도록 약침·침·한약 등으로 치료한다. 우선 정제된 한약재를 약침 형태로 손목에 주사해 염증을 제거하고 침으로 경혈을 자극해 기혈순환을 촉진한다. 이후 뼈와 근육·인대를 강화하는 한약을 처방해 치료 효과를 높인다. 이와 병행해 틀어진 신체 부위를 바로잡는 추나요법은 손목 부위의 구조적인 불균형을 개선함으로써 증상 개선과 함께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된다.

여러 한방치료 가운데 침이 가진 손목터널증후군 치료 효과는 국내외 의학계에 널리 소개되기도 했다. 2017년 한국한의학연구원과 미국 하버드의과대학 공동 연구팀은 손목터널증후군 환자 79명을 ‘진짜’ 침 치료군과 ‘가짜’ 침 치료군으로 나눠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8주간 침 치료를 하고 3개월 후 참가자들에게 보스턴 손목터널증후군 설문조사(BCTQ)에 기반한 통증 및 자각증상을 평가한 결과, 진짜 침 치료군은 증상 평가점수가 25.1% 줄어 치료 효과가 지속한 반면 가짜 침 치료군은 11.1% 떨어지는 데 그쳤다. 신경전도검사를 통해 치료 전후 정중신경의 전달속도를 측정한 결과도 차이가 있었다. 진짜 침 치료군의 경우 감각신경 잠복기(지연속도)가 평균 0.16ms(밀리세컨드, 1000분의 1초) 줄어든 반면, 가짜 침 치료군은 오히려 0.12ms 증가했다.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인해 느려졌던 신경전도 속도가 침 치료를 통해 개선된 것이다.

모든 질환은 치료뿐만 아니라 평소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손목터널증후군도 간단한 스트레칭과 지압법 등으로 증상 개선 및 예방이 가능한데 가장 잘 알려진 스트레칭 방법은 ‘손목 돌리기’다. 방법은 간단하다. 주먹을 가볍게 쥐고 손목을 밖에서 안으로 10~15회 돌려준다. 반대 방향으로도 반복해준다.

‘손목 당기기’ 스트레칭도 효과적이다. 한쪽 팔을 앞으로 뻗어 손바닥은 앞을, 손끝은 바닥을 향하게 한 다음 반대편 손으로 뻗은 손을 몸 안쪽으로 15초간 당겨준다. 이후 손을 바꿔 같은 동작을 한다. 손목 스트레칭은 최대한 자주 해 손목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좋다.

손목 돌리기·스트레칭, 증상 완화시켜

손바닥 통증이 심한 경우 ‘내관혈(內關穴)’을 부드럽게 지압해주면 도움이 된다. 내관혈은 손목 주름의 중앙에서 팔꿈치 방향으로 손가락 3개 너비에 위치한 혈 자리로, 반대쪽 손 엄지로 쥐고 5~6번 가볍게 눌러주면 된다.

불가피하게 손목을 사용해야 한다면 1시간마다 10~15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손목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잠들기 전엔 온찜질이나 마사지를 하면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손목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손목보조기나 밴드를 착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상생활에서 손목을 자주 사용하는 만큼 손목 질환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찾아온다. 문제는 많은 이들이 손목 저림과 통증 등 증상을 겪으면서도 단순 근육통으로 치부해 방치하다 질환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건강한 겨울을 보내기 위해 손목을 비롯해 몸 곳곳 불편한 점은 없는지 관심을 가져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정벌 목동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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