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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희미한 '검찰 개혁' 밑그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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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5호 면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검찰의 '중립성 보장’입니다. 상당수 국민이 대한민국 검찰을 신뢰하지 않는 건 과거 군사독재 시절 때 경험이 낙인처럼 남았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권력의 주구(走狗)다. 주인이 물라면 물고, 짖으라면 짖는다.’ 이런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검찰은 너무 많은 권한을 가졌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리는 대한민국 검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선출된 권력이 보기에 검찰은 매우 쓸모가 많은 조직입니다. 검찰은 법무부 외청입니다. 검찰총장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과 법무부 장관의 제청,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군사 독재정권 시절 정적을 감시ㆍ탄압하고 야당 등을 겁박하는 등 권력 기반을 다지기에 검찰만큼 효과적인 도구는 없었습니다.

검찰청사 앞에 펄럭이는 검찰 깃발. [연합뉴스]

검찰청사 앞에 펄럭이는 검찰 깃발. [연합뉴스]

검찰청 인터넷 홈페이지의 첫 화면에는 이런 글이 있습니다. '검찰은 법과 질서를 바로 세우고 국민의 안녕과 인권을 지키는 국가 최고 법집행기관입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국민의 안녕보다는 권력의 안녕을 지키는 데 더 동원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큽니다. 얼마나 신뢰를 잃었으면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하면 조직 이기주의에 빠진 무소불위 집단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겠습니까. 검찰 개혁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검찰 개혁의 방향에 의문이 듭니다. 검찰 개혁은 검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지난 4월 여야 4당은 검찰 개혁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올렸습니다. 주요 내용은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입니다.

공수처는 검찰을 비롯해 고위 공직자, 국회의원 등의 비리를 수사할 수 있습니다. 기소권도 가집니다. 검찰 등을 통제한다는 측면에서 공수처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공수처의 비리는 누가 통제합니까. 공수처의 과잉 수사를 누가 막습니까. 국회에 올라간 법안은 공수처 대표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두 안이 올랐는데, 백혜련 의원 안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고, 권은희 의원 안은 인사청문회를 거쳐 국회 동의를 받게 돼 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청사 식당으로 향하는 모습. 오종택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청사 식당으로 향하는 모습. 오종택 기자

수사권 조정도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가 애매모호합니다. 부패ㆍ선거ㆍ방위 사업 등 기존의 수사 범위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더구나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 정치적 고려 또는 로비에 영향받아 기소하지 않고 사건을 덮었을 때 현행 재정신청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은 검찰 개혁 논의 과정에서 언급조차 안 됐습니다.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을 준다고 하니 불기소 남용은 더 만연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선출된 권력이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검찰 개혁의 목적이 검찰권을 특정한 선출된 권력에 주고 통제하라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검찰이 국민의 민주적 통제를 받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개혁의 목적입니다.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하는 방법이지요.

이런 이유로  ‘검사장 직선제’ 목소리도 나옵니다. 미국만 해도 카운티별로 검사장을 유권자가 직접 뽑습니다. 국민의 안녕과 인권을 지키기 위해 검찰권을 공정하게 행사했는지를 선거 때마다 심판하는 방식이 도입되면 검찰의 중립화는 확고해지지 않겠습니까.

검사장 직선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겠죠. 한국 현실에서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런 아이디어를 포함해서 검찰 개혁에 대한 밑그림을 촘촘히 그려야 합니다. 앞으로 국회 입법 과정에서 국민의 뜻이 반영된 개혁안을 기대하겠습니다. 유권자가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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