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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실무협상 발표 다음 날 SLBM 도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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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이 북·미 실무협상 개최를 알린 지 하루 만인 2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로 보이는 미사일을 쐈다. SLBM은 탐지가 어려워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북한의 전략무기 중 하나다.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북 무기 #북 대표 김명길 스톡홀름행 예약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11분쯤 북한이 강원도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동쪽으로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합참은 SLBM인 북극성 계열로 추정했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SLBM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미 국무부는 “북한은 도발을 자제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상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며 “비핵화를 달성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목적 달성을 향한 본분을 다하기 위해 북한은 실질적이고 일관된 협상에 계속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명길이라는 이름이 3일 오후 1시50분 베이징을 출발해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향하는 항공편 예약자 명단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명길은 북한 실무협상 수석대표다.

합참에 따르면 미사일의 최대 비행고도는 약 910㎞, 거리는 약 450㎞로 전형적인 고각 발사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국감에서 “(미사일) 고도를 높이면서 거리를 대략 450㎞ 정도로 줄여서 발사했다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7시27분 시마네(島根)현 도고(島後)섬 인근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번 미사일의 발사대가 잠수함인지, 바지선인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알렸다.

원산 해상서 쏴 일본 EEZ안에 떨어져…잠수함·바지선 어디서 쐈는지 불분명

북한이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북한이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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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잠수함에서 발사한 건 아니라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SLBM은 3년여 만이다. 북한은 2016년 8월 24일 동해상에서 SLBM인 북극성-1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2017년 2월 12일과 4월 5일 북극성의 지상 발사형인 북극성-2형을 발사했다. 북극성-1형은 1단 미사일이며, 북극성-2형은 2단이다. 정 장관은 “북극성은 현재까지 1, 2형이 개발됐고 우리가 확인한 사거리는 1300여㎞ 정도”라고 말했다. 북한은 북극성-3형을 개발하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북극성 계열을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로 분류한다. MRBM은 사거리가 1000~3000㎞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작은 것(small thing)”이라며 문제삼지 않았던 단거리 탄도미사일보다 군사적으로 더 위협적이다. 한편 정 장관은 국감에서 “우리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의해 (정보 공유)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북·미 실무협상 개최를 알리는 담화를 발표한 이후 13시간여 만에 미사일을 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인해 탄핵이 거론되면서 국내 정치적으로 몰리자 이를 역이용해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SLBM 카드는 ‘하노이 굴욕’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치밀한 사전 준비와 계산의 결과로 풀이된다. 북한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이 결렬을 선언해 최고존엄의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이번엔 ‘선 협상 발표→후 SLBM 발사→협상 착수’라는 시나리오를 미리 마련했다. ‘하노이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다. 핵심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과 사전 협의 과정에서 북한 비핵화 조치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즉 북한은 미국의 상응조치를 전제로 실무협상에 나서기로 했고,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이 같은 방침을 승인한 만큼 미국에 더는 양보할 수 없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는 첩보다. 익명을 요구한 고위 탈북자는 “북한에서 김 위원장이 수표(서명)한 사안은 수정 불가능하다”며 “북한이 외무성과 군부를 동원한 입체적인 행동으로 배수진을 치고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작심하고 움직이는데 미국 측 협상 당국자들은 신중한 분위기다. 북한은 4일 예비접촉을 한다고 발표했는데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는 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만찬 등 외교 일정을 잡았다. 협상 장소를 놓곤 제3국, 즉 북유럽이나 동남아시아 국가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정용수·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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