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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접경지역ㆍ하천 주변에서만 돼지열병 발생…파주서 10번, 11번째 확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마산리. 이날 새벽 국내에서 10번째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이 나온 돼지농장 주변은 외부인의 출입이 차단된 채 방역 당국의 방역 및 살처분 작업이 이뤄졌다. 돼지 2100마리를 사육하는 농장주는 지난 1일 오후 5시 50분쯤 “돼지 1마리가 폐사하고, 4마리가 사료를 먹지 않은 채 웅크리고 있다”며 방역 당국에 ASF 의심 신고를 했다.

ASF 발생 농장은 임진강과 4㎞, 임진강 지천인 금곡천과 1㎞ 정도 거리였다. 이 농장은 지난달 24일 파주지역 2번째 발생지인 적성면 자장리 농장과는 직선으로 7.3㎞ 떨어져 있다. 방역 당국은 이날 확진 농장의 돼지 2100마리를 살처분하고, 반경 3km 내에는 10개 농장 돼지 1만4523마리에 대해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했다.

2일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의 한 양돈농가에서 국내 10번째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살처분 작업을 위해 구덩이를 파고 있다. [연합뉴스]

2일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의 한 양돈농가에서 국내 10번째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살처분 작업을 위해 구덩이를 파고 있다. [연합뉴스]

이 지역 축산농민 장모씨는 “지난달 7일 파주 등 접경지역을 거쳐 북한 황해도 지역을 휩쓸고 간 태풍 링링이 이번에 임진강 일대에서 계속해 발생하는 ASF의 발생 원인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태풍 링링 당시 비와 함께 강풍이 파주와 인근 북한 지역 일대를 동시에 휩쓸고 간 게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태풍 링링이 북한 바이러스 옮겨왔나  

그는 “태풍 링링이 지나간 직후 파주·연천·강화·김포 등 접경지역에서만 ASF가 잇따라 발병하는 것을 보니 태풍 당시 북한 지역에서 ASF 바이러스가 강풍을 타고 국내 접경지역으로 넘어왔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장씨는 “특히 그동안 ASF가 북한과 이어지는 하천 인근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점을 놓고 보면 북한 지역 동물 사체나 분변 등에 묻어 강을 따라 떠내려온 바이러스가 ASF를 옮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는 “오늘 ASF 확진 판정을 받은 돼지농장과 1㎞ 정도 떨어져 있는 임진강 지천에는 밀물 때면 임진강물이 밀려 들어오고 있다는 점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SF는 지난달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국내에서 처음 확진된 이후 2일 파주에서 2건 추가 확진까지 총 11건 발생했다. 최근 인천 강화군에서 5건이 잇달아 발생했고 경기 파주, 연천, 김포에서 일어나는 등 경기와 인천 접경지역이자 북한과 이어지는 하천 인접 지역에서만 발생하고 있다. 발생 3주가 가까워져 오는 현재까지도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런 축산농민의 발병 경로 추정과 연관되는 확진이 이날 오전 또 인근 임진강변에서 발생했다. 파주에서는 이날 새벽 파평면에 이어 하루 동안 2차례 확진됐다. 적성면에서는 지난달 24일에 이은 2번째 확진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일 파주시 적성면 주월리 돼지 농가에 대한 예찰검사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증상이 발견돼 정밀 검사를 벌인 결과, 양성으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적성면 농가에서는 돼지 18마리를 사육 중이고 반경 3km 내에는 2개 농장에서 2585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ASF가 하루 동안 파주에서만 이날 잇따라 2건이 확진되면서 방역 당국도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게 됐다. 방역 당국은 파평면 농가가 확진 판정이 난 이날 오전 3시 30분부터 경기·인천·강원 지역을 대상으로 48시간 돼지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임진강에선 북한 생활용품 떠내려와  

임진강 주변 주민과 어민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파주시 적성면과 인접한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 임진강변에서 캠핑장을 운영하는 이태무(60) 힐링카라반 대표는 “비가 많이 오면 북한에서 내려오는 200여 m 상류 지점인 임진강 사미천을 통해 신발, 고무신, 옷가지 등 북한 생활용품이 떠내려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장석진(55) 전 파주어촌계장은 “최근 태풍과 집중호우 등으로 인해 ASF 발병국인 북한 지역의 동물 사체와 생활 쓰레기 등에 묻어 임진강과 지천으로 떠내려온 바이러스가 낚시객이나 행락객들에게 묻어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2일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의 한 양돈농가에서 국내 10번째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살처분 작업을 위한 구덩이를 파고 있다. 아래쪽 비닐 덮인 구덩이는 앞서 지난달 17일 최초로 ASF가 발생해 예방적 살처분으로 인근 양돈농가에 만들어진 매몰지다. [연합뉴스]

2일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의 한 양돈농가에서 국내 10번째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살처분 작업을 위한 구덩이를 파고 있다. 아래쪽 비닐 덮인 구덩이는 앞서 지난달 17일 최초로 ASF가 발생해 예방적 살처분으로 인근 양돈농가에 만들어진 매몰지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ASF 확산 방지를 위해 DMZ(비무장지대) 평화관광과 생태관광 운영이 2일부터 잠정 중단됐다. 파주시는 군과 함께 ASF 심각 단계가 해제될 때까지 도라전망대와 제3땅굴, 도라산역 등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북쪽 안보 관광지에 대한 관광을 중단하기로 1일 오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군은 민통선 지역 일원의 관광객 출입을 통제한다.

파주시는 이와 함께 임진강변 생태 탐방로와 파주시티 투어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최종환 파주시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진정되는 추이를 봐서 DMZ 관광이 이른 시일 내에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전날 ASF 방역을 위해 판문점 견학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11번째 확진 농장은 미신고 농장으로 확인  

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11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적성면의 소규모 농장은 방역 조치의 중 하나인 울타리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최근까지도 잔반을 먹이로 준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가축질병 예방을 위해 잔반 급여를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해당 농장은 행정기관이 파악하기 어려운 미신고 농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파주시 관계자는 “현행법상 축사 면적이 50㎡ 이상 규모이면 축산업 등록이 의무화돼 있는데 해당 농장은 그 이하 규모”라며 “이 경우에는 신고를 해야 하는데 해당 농장은 신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등록이 이뤄지면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Kahis)에도 사육 관련 정보를 등록하게 돼 있다. 이 정보는 가축질병 발생 시 시나 군·구 차원에서 실시하는 방역 활동의 대상을 가르는 기본 정보로 활용된다. 그러나 이번 농장 같은 소규모 농장은 관련 규정이 의무화돼 있지 않아 일일이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파주=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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