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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먼지 때문에 숨막혀요" …마을주민 피해 막을 수 없나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임종한의 디톡스(32)

“집 주변 10m 안에 금속 공장이 많다. 문을 못 열고, 먼지 공해로 숨쉬기조차도 힘들 때도 있다.”
“옥상 창틀에 쇳가루가 많고, 냄새(플라스틱 타는 냄새)가 심해 문을 열지를 못한다.”

“비염이 심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공기가 좋지 않아 천식, 기관지염, 폐렴을 앓았다.”

거물대리 주민들, 오염 피해 인정 받아

난개발로 인한 환경오염으로 피해를 봤던 김포시 거물대리 주민들이 드디어 피해를 인정 받았다. [중앙포토]

난개발로 인한 환경오염으로 피해를 봤던 김포시 거물대리 주민들이 드디어 피해를 인정 받았다. [중앙포토]

경기도 김포 거물대리 지역주민들이 호소하는 건강피해다. 난개발로 인한 환경오염으로 건강 피해를 본 김포시 거물대리 주민들이 드디어 환경오염 피해를 인정받게 됐다. 지난 9월 11일 환경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환경오염피해 구제급여 선지급 시범사업에서 천식·폐렴 등 호흡기 질환과 고혈압, 협심증 등 심‧뇌혈관 질환, 당뇨병과 골다공증 등 내분비 대사질환, 접촉피부염 등 피부질환, 결막염 등 눈‧귀 질환을 해당 지역 환경오염피해 질환으로 인정했다. 다만, 식이 영향이 큰 대장암과 소화기 질환, 근골격계 질환, 비뇨생식기 질환 등은 해당 지역의 환경오염과 직접적 상관관계가 적다고 보고 인정하지 않았다.

천식 등의 특정 질병이 다른 지역에 비해 초과 발생했고, 그 질병이 지역의 배출원으로부터 발생한 환경 유해인자와 관련이 깊으며, 환경 유해인자가 피해자 체내 또는 주거지 주변에서 확인되면 환경오염과 신체피해 간의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제까지 환경오염 피해(환경성질환)는 특정 지역이나 특정 인구집단에서 다발하는 감염 질환이 아닌 다음의 질환만 인정해왔다. 수질오염 물질로 인한 질환, 유해 화학물질로 인한 중독증, 신경계 및 생식계 질환, 석면으로 인한 폐 질환, 환경오염사고로 인한 건강장해, 대기오염물질과 관련된 호흡기 및 알레르기 질환,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질환 등이 이에 해당한다. 거물대리 환경오염 피해 인정은 진폐증과 카드뮴중독 등 그동안 아주 제한적으로 해석돼온 환경오염 피해를 비특이 질환으로 확대했다는 의미가 있다.

환경부는 역학조사를 통해 피해가 확인된 지역주민들에게 오염물질배출시설로 인한 질병과의 개별적 인과관계의 증명이 어렵다 하더라도 인과관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호흡기, 순환기 및 내분비 질환 등 비특이성 질환 보유 피해자에게도 구제급여를 지급기로 했다.

특이성 질환은 특정 병인에 의해 발생하고, 원인과 결과가 명확히 대응하는 질환을 말한다. 비특이성 질환은 발생원인 및 기전이 복잡 다양한데, 유전·체질 등의 선천적 요인과 생활습관‧직업‧환경 등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환경부는 환경오염 피해로 인정된 질환들을 비특이 질환까지 확대했다. 일반 국민이 앓고 있는 만성질환들도 환경오염이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중앙포토]

환경부는 환경오염 피해로 인정된 질환들을 비특이 질환까지 확대했다. 일반 국민이 앓고 있는 만성질환들도 환경오염이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중앙포토]

지금까지 환경부가 구제급여를 지급한 사례는 카드뮴중독증·진폐증 등의 특이성 질환에 국한돼 있었지만, 이번 결정으로 호흡기, 순환기 및 내분비 질환 등 비특이성 질환 보유 피해자도 환경오염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일반 국민이 많이 앓는 만성질환도 환경오염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난개발 지역의 오염 예방 대책 세워야 

김포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개별 입지 난개발에 따른 환경오염으로 일반 국민이 환경오염피해에 노출될 수 있다. 이에 대한 조사피해와 더불어 환경오염으로 인한 만성질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예방관리 대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각 지역에서는 보건소에서 지역 보건의료계획을 2년마다 수립하지만, 환경오염으로 피해 조사 및 예방대책 수립 항목은 빠져있다. 환경부는 오염원 정보를 바탕으로 보건소에서 오염원과 관련해 만성질환 발생 여부를 파악하도록 지원하고, 이에 근거해 환경오염 피해 예방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거물대리 환경오염지역의 피해가 확인된 8명에 대해서만 만 구제조치를 취하지 말고 형평성을 고려해 나머지 주민들도 구제의 손길을 내밀기 바란다.

나아가 환경부가 김포 거물대리 사건을 계기로 향후 체계적인 지역 환경보건조사와 더불어 지역 환경보건계획을 세우길 기대한다.

임종한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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