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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불같이 화냈다던 대통령기록관…대통령 주재회의서 통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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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와 정부가 추진하다가 “대통령이 불같이 화를 내셨다”며 백지화된 문재인 대통령의 개별 대통령기록관 사업 예산이 지난 8월 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원 원장이 지난 3월 두 차례에 걸쳐 청와대 담당 비서관에게 직접 보고한 사실도 알려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2일 공개한 ‘제37회 임시 국무회의 회의록’ 자료에 따르면 대통령기록관 건립 예산 172억원 중 설계비와 부지매입비 등 32억1600만원이 담긴 2020년도 예산안은 지난 8월 29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국무회의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16개 부처 장관이 전원 참석했다. 청와대의 노영민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정부 인사 등 19명도 배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박완수 한국당 의원은 “일각에서는 당시 국무회의 때 500조원이 넘는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30억원 수준인 개별기록관 예산을 어떻게 일일이 확인했겠느냐고 주장한다”며 “(이 주장은) 국정 과제로 추진된데다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준비하는 예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권 출범과 동시에 치밀하게 준비해 온 사업임에도 문 대통령이 몰랐다고 하는 것은 대통령의 보고 체계에 문제가 있거나 대통령이 알면서도 몰랐다고 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며 “이 사업이 처음 어떻게 시작했는지, 누락 과정은 없었는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가기록원은 현재 통합 대통령기록관의 수용 공간 부족을 이유로 문 대통령이 퇴임하는 2022년 5월 개관을 목표로 연 면적 약 3000㎡ 규모의 대통령기록관을 건립할 추진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자신의 개별 기록관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나타내면서 논란이 됐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당시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개별 기록관 백지화를 지시했다”며 “개별 기록관 건립 이야기를 들은 뒤 불같이 화를 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29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29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일 국회 행안위 회의실에서 행정안전부 국정감사를 연다. 이날 국감장에서는 ‘문 대통령 개별 대통령기록관 설치’가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행안위는 최재희 대통령기록관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한 상태다. 지난달 11일 조경태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국민 여론이 좋지 않으니 (대통령기록관 건립을) 지시한 적 없다고 한다”며 “어떻게 대통령 지시 없이 단독으로 설치할 수 있단 말인가. 누가 지시했는지 그 명단을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9월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대통령 기록관 건립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9월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대통령 기록관 건립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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