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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조직의 리더는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조희경의 행복 더하기(15)

진정한 리더십은 조직원들이 동일한 목표를 향해 가슴 뛰는 기대감을 가지고 '함께' 가며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몽골 어린이들의 환한 미소를 보니, 새로운 시작에 가슴이 뛴다. [사진 한국유니세프위원회]

진정한 리더십은 조직원들이 동일한 목표를 향해 가슴 뛰는 기대감을 가지고 '함께' 가며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몽골 어린이들의 환한 미소를 보니, 새로운 시작에 가슴이 뛴다. [사진 한국유니세프위원회]

2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시대에 따라 조직이 원하는 리더십이 변화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시장 상황만 영향을 미치는 줄 알았는데, 비영리 조직이 요구하는 리더십이 영리 조직과는 또 달랐다. 최근 읽었던 4가지 리더십 유형에 대한 글이 나의 경험을 말해주는 듯 인상적이었다.

기업의 리더십은 개척형·구조조정형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일반적으로 ‘개척형’이나 ‘구조조정형’ 인재상을 요구하고, 그런 리더십을 육성한다. 직원 개인의 성향이나 스타일은 기본적으로 관심대상이 아니다. 다수의 직원을 이끌면서 성과를 내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반면에 내가 경험했던 비영리 조직은 ‘화합∙유지형’ 리더나 ‘관리형’ 리더를 선호했다. 목적사업에 사용되는 후원금으로 운영되다 보니, 보수적이고 리스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비영리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보니 새로운 시도나 변화를 추구하는 리더보다는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관리형 리더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유니세프한국위원회로 이직을 했다. 유니세프는 전 세계 어린이를 돕는 유엔기구로, 70년이 넘게 약 190개 국가에서 보건, 영양, 식수·위생, 교육, 어린이 보호, 긴급구호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 유니세프를 대표하는 유니세프한국위원회의 ‘모든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미션에 함께 하게 돼 감사하다.

근무 첫 주에 직원 대상의 비영리 리더십 특강이 있어 참석했다. 외부 강사가 비영리 기관의 리더십은 비전과 도덕적 이익(준법과 인권)에 기반한다고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비영리 기관은 직원들에게 돈이나 인센티브 같은 물질적 복지를 제공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기관의 신념과 가치에 기반한 비전, 그리고 그 비전을 추구한다는 자부심이 혜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직원들이 비전을 추구하면서 조직으로부터 학습기회와 성장기회를 갖는 과정이 비영리 리더십의 근거라고 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그동안의 경험에서 볼 때 무척 공감이 갔다.

강의를 듣다 보니 예전에 삼성에서 일할 때 동료와 리더십에 대해 나누었던 이야기가 새삼 기억났다. 다른 이들보다 승진이 빨랐던 덕에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에 팀장을 맡았고, 나이 많은 남자 부서원까지 있다 보니 리더십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때였다. 나는 리더란 “자기 노하우의 80%를 직원과 공유해야 하고, 자신보다 뛰어난 직원을 키우며, 내가 없어도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더니, 그는 코웃음을 쳤다.

그의 원칙은 분명했다. “노하우의 20%만 공유하고, 나보다 뛰어난 직원은 싹을 자르고, 내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조직을 만들어야 성공하는 리더가 된다”. 그때부터 그는 나를 ‘피터 팬’이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나이를 먹었는데도 세상 물정을 모르고 아이로 남아 있는 피터팬! 그게 뭐냐며 한바탕 웃었지만, 현실은 그랬다.

비영리는 가치 조직

비영리 리더십의 또 다른 특징은 직급이나 직책이 나이나 경력, 성과로 결정되지 않을 때도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비영리는 ‘가치조직’이라 기관의 미션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요즘은 사회적으로 비영리 조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직원들에게도 핵심가치에 대한 공감과 헌신을 요구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비영리 기관들은 리더의 나이와 경력, 경험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전 세계 아동의 생존과 발달, 보호라는 거대한 미션 앞에서 기꺼이 이런 다양성과 효율성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문화를 가능하게 하는 비영리 조직의 리더십은 무엇일까? 짧은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비영리 기관에는 명확한 전략이나 목표를 실행해가는 ‘활력가’, 지속가능한 조직으로 이끄는 ‘개발자’, 조직 성공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초월자’, 이런 마인드 셋(mind set)을 가진 구성원이 많고 그렇기에 조직에 건강한 변화와 성공의 습관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나는 아직 비영리의 리더십이라는 주제에 관해 이야기할 만큼 이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전 세계 어린이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기꺼이 내어놓고 있는 사람을 보면, 그런 헌신이 미션을 향한 열정과 희생에서 나온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자료 The Mindsets of a Leader, MIT SLOAN MANAGEMENT REVIEW]

[자료 The Mindsets of a Leader, MIT SLOAN MANAGEMENT REVIEW]

개인적으로 진정한 리더십은 동일한 목표를 향해 가는 조직원들이 가슴 뛰는 기대감을 가지고 ‘함께’ 가며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장생활의 첫발을 ‘비영리’라는 거친 돌길로 내디딘 용감한 아들 또래의 직원들을 보면서, 건강한 리더십 아래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길 기도했다. 비전은 조직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는 것이라고 믿지만 어린이를 돕는다는, 이 가치 있는 일에 젊음을 투자한 비영리 기관 직원은 정말 귀하고 존경스럽다.

조희경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전략기획팀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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