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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음악 시장 주류 되려면 ‘BTS가 곧 K팝’ 고정관념 깨야”

중앙일보

입력

1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서울국제뮤직페어에 참석한 미국 캐피톨 뮤직 그룹의 니콜 프란츠 수석 부사장.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1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서울국제뮤직페어에 참석한 미국 캐피톨 뮤직 그룹의 니콜 프란츠 수석 부사장.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K팝은 세계 음악 시장의 주류가 될 수 있을까. 지난달 30일부터 3일까지 열리는 제8회 서울국제뮤직페어(뮤콘)에 참석한 사람들의 관심사는 K팝의 현재가 아닌 ‘미래’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3연속 정상을 차지하고, 블랙핑크가 북미 최대 음악축제인 코첼라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지금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30일부터 나흘간 서울국제뮤직페어 #라틴팝 이어 부상하는 K팝 미래 논의 #“K팝, 한국 음악이라 성공한 것 아냐 #리듬·멜로디·하모니 3박자 맞아 성공”

미국 유니버설 뮤직 그룹 산하 레이블 캐피톨 뮤직 그룹(CMG)의 니콜 프란츠 수석 부사장은 1일 기조연설에서 “K팝은 새로운 형태의 팝 음악”이라고 정의했다. 케이티 페리ㆍ할시 등을 담당해온 그는 “K팝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트렌디한 비주얼에 한번 놀라고 그들의 음악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많은 사람의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놀란다”고 설명했다.

“K팝 열풍, 호기심 아닌 세계화 과정”

프란츠 부사장은 2011년 처음 씨엘을 알게 된 때를 회고했다. “크리에이티브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아티스트를 인터뷰할 때면 어디에서 영감을 얻느냐고 묻곤 합니다. 당시 전혀 음악적 공통점이 없는 두 가수가 씨엘을 언급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2NE1의 ‘내가 제일 잘나가’ 뮤직비디오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죠. 그 후 K팝은 점점 더 많은 자리에서 더 자주 언급됐습니다.”

지난 4월 미국 NBC 'SNL'에서 컴백 무대를 가진 방탄소년단. [연합뉴스]

지난 4월 미국 NBC 'SNL'에서 컴백 무대를 가진 방탄소년단. [연합뉴스]

그는 “단순히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나 이례적 돌발 상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2017년 푸에르토리코 출신 루이스 폰시와 대디 양키가 부른 ‘데스파시토’ 이후 라틴팝이 완벽하게 주류 음악에 편입된 것처럼 팝 자체가 점점 더 글로벌하게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쿠바 출신 카밀라 카베요 역시 지난해 ‘하바나’로 큰 성공을 거둔 데 이어 올해는 캐나다 출신 숀 멘데스와 부른 ‘세뇨리따’로 인기몰이 중이다.

“2012년 유튜브를 통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히트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지구촌 어디선가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여겼어요. 하지만 지난 4월 BTS가 NBC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나왔을 때 정말 많은 연락을 받았어요. 지금 여기 내 눈앞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실감한 거죠. 5월 멕시코 시티에서 열린 NCT 127 콘서트에 갔는데 수천 명의 팬들이 스페인어로 함성을 지르고, 한국어로 노래하며, 영어로 말을 걸어오더군요.”

4일 미국 데뷔를 앞둔 슈퍼엠. SM과 미국 CMG가 손잡고 론칭 준비 중이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4일 미국 데뷔를 앞둔 슈퍼엠. SM과 미국 CMG가 손잡고 론칭 준비 중이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CMG는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슈퍼엠(SuperM) 론칭도 준비 중이다. 샤이니 태민, 엑소의 백현ㆍ카이, NCT 127의 태용ㆍ마크, 웨이션V의 루카스ㆍ텐 등 7명이 모인 연합팀으로 5일 미국 할리우드에 있는 CMG 야외무대에서 쇼케이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프란츠는 “K팝의 빠른 성장세를 보며 충분히 다른 형태의 협업을 도전해 볼만 하다고 판단했다”며 “다양한 K팝 팬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동시에 아직 K팝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록에서 댄스로 바뀐 90년대 같은 격변기”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미국 트라이포드 파트너스의 필 콰르타라로 대표 역시 “팝 자체가 하이브리드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간 록ㆍ어반·컨트리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해온 팝 음악이 K팝을 만나 또 한 번 변모한 것”이라고 말했다. 버진 레코드ㆍ워너브라더스 레코드ㆍEMI 대표 등을 역임한 그는 2일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U2ㆍ재닛 잭슨ㆍ린킨 파크 등의 마케팅과 프로듀싱을 담당했다.

1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트라이포드 파트너스의 필 콰르타라로 대표.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1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트라이포드 파트너스의 필 콰르타라로 대표.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콰르타라로 대표는 지금을 격변기에 비유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 미국의 주류 음악은 록이었어요. 뉴 키즈 온 더 블록ㆍ보이즈 투 맨ㆍ스파이스 걸스 등이 차례로 나오면서 댄스 음악이 주류가 됐죠. 5~6년 주기로 큰 변화를 겪는 음악 시장에서 힙합ㆍEDM 등의 유행이 장기화됐고, 새로운 것을 원하던 사람들에게 라틴팝ㆍK팝 등이 눈에 띈 거죠.”

그는 “K팝이 한국 음악이라서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좋은 음악이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K팝은 리듬, 멜로디, 하모니. 이 세 가지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재미있고 따라 부르기 쉽죠. 60년대 비틀스, 90년대 스파이스 걸스가 사람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면 지금은 BTS가 그 역할을 하는 거죠.”

“일회성 그치지 않으려면 넥스트 이어져야”

지난 8월 미국 LA에서 열린 케이콘. 나흘 동안 10만 3000명이 모여 공연을 즐겼다. [사진 CJ ENM]

지난 8월 미국 LA에서 열린 케이콘. 나흘 동안 10만 3000명이 모여 공연을 즐겼다. [사진 CJ ENM]

하지만 “BTS가 곧 K팝의 동의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BTS의 성공은 좋은 소식이자 나쁜 소식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음악산업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K팝에는 BTS만 존재한다는 또 다른 고정관념을 만들어냈죠. 저는 BTS가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K팝 세계로 들어오는 문을 열어줬으니 그 너머에 있는 다른 팀들도 알려야죠. 그래야 일회성 물결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흐름이자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1일 서울국제뮤직페어 기조연설 진행을 맡은 제프 벤저민 K팝 칼럼니스트.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1일 서울국제뮤직페어 기조연설 진행을 맡은 제프 벤저민 K팝 칼럼니스트.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이날 모더레이터로 참석한 빌보드 칼럼니스트 제프 벤저민 역시 “BTS가 삼각형 모양이라면 원형, 사각형 모양의 아티스트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이들을 모두 동일한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2012년 LA 어바인에서 하루 공연으로 시작한 케이콘이 올해 LA컨벤션센터와 스테이플스센터에서 나흘 동안 펼쳐지는 것을 보면서 감회가 새로웠다”며 “지금은 보이그룹이 활약하고 있지만 곧 걸그룹, 여성 아티스트의 시대도 도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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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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