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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교사라면···당신에게 접근할 '그놈 목소리' 이렇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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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찰청이 운영하는 '치안 1번가' 사이트에서 이용할 수 있는 보이스피싱 간접체험 서비스. [사진 대구경찰청]

대구경찰청이 운영하는 '치안 1번가' 사이트에서 이용할 수 있는 보이스피싱 간접체험 서비스. [사진 대구경찰청]

“당신에게 걸려올지도 모를 범인의 목소리, 직접 들어보세요.”

'치안 1번가' 접속해 성별·나이·직업 선택하면 #통계적으로 위험 가장 큰 실제 사례 체험 가능 #피해는 매년 증가세…지난해 피해액 4440억원 #경찰 "계층 안 가리고 피해 발생…경각심 필요"

대구경찰청이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 예방을 위해 범인의 실제 목소리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대구경찰청이 운영하는 ‘치안 1번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서다. 서비스 운영을 시작한 지 한 달가량 만에 네티즌 14만여 명이 ‘그놈 목소리’를 들었다.

‘보이스피싱 간접 체험’ 서비스는 자신의 성별과 나이, 직업을 선택하면 통계적으로 본인에게 가장 위험성이 큰 유형의 보이스피싱 실제 사례를 접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실제 자신에게 범인의 전화가 걸려 온다면 본인 역시 보이스피싱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을지 가늠해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1일 기자가 직접 치안 1번가 사이트에 접속해 성별과 나이, 직업을 선택해 체험 시작하기를 누르자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 이혜나 수사관입니다”라는 전화 통화 사례가 재생됐다.

대구경찰청이 운영하는 '치안 1번가' 사이트에선 '보이스피싱 간접체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자신의 성별과 나이, 직업을 선택하면 통계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위험성이 큰 유형의 보이스피싱 실제 사례를 체험해볼 수 있다. [사진 대구경찰청]

대구경찰청이 운영하는 '치안 1번가' 사이트에선 '보이스피싱 간접체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자신의 성별과 나이, 직업을 선택하면 통계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위험성이 큰 유형의 보이스피싱 실제 사례를 체험해볼 수 있다. [사진 대구경찰청]

검찰 수사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본 사건 조사는 법원 증거 제출용이고 녹취 조사 과정에서 허위 진술이나 본인께서 아는 내용을 은닉하게 되면 본인은 이 사건과 무관하게 위증과 공무집행방해죄로 가중처벌 될 수 있으시고 민형사상 책임이 있습니다”라는 내용을 통보했다. 피해자에게 ‘처벌 받을 수 있다’고 위협해 당황시키려는 목적이다.

이어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피해자의 생년월일과 이름을 물어본 뒤 “본인은 김OO라는 사람을 알고 있느냐”고 질문했다. 피해자가 모르는 이름이라고 대답하자 “농협과 하나은행에서 2개 통장이 개설됐다.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이 계좌를 통해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계좌가 동결될 수 있으니 국가가 관리하는 안전계좌로 예금을 옮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이다.

‘보이스피싱 간접 체험’ 서비스에선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말고도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저금리 대환대출을 알선해주겠다며 원격제어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카카오톡 같은 스마트폰 메신저에서 지인을 사칭해 문화상품권 구매를 부탁한 후 상품권의 핀(PIN) 번호를 요구하는 ‘메신저 피싱’, 가족을 납치했다고 협박한 후 돈을 뜯어내는 ‘납치의심형’ 보이스피싱 등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4440억원으로 전년도(2431억원)보다 82.7% 증가했다. 피해자도 3만919명에서 4만8743명으로 57.6% 늘었다.

대구경찰청이 운영하는 '치안 1번가' 사이트에선 '보이스피싱 간접체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체험 서비스를 모두 이용하고 나면 화면에 '보이스피싱으로부터 내 재산 지키는 법 10가지' 설명서가 표시된다. [사진 대구경찰청]

대구경찰청이 운영하는 '치안 1번가' 사이트에선 '보이스피싱 간접체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체험 서비스를 모두 이용하고 나면 화면에 '보이스피싱으로부터 내 재산 지키는 법 10가지' 설명서가 표시된다. [사진 대구경찰청]

피해 유형별로는 ‘대출빙자형’ 수법이 피해액 기준 69.7%로 가장 많았다. 피해액이 전년보다 71.1% 증가해 3093억원에 달했다. 연령별로 따져보면 40~50대 피해액이 2455억원(56.3%)으로 가장 많았다. 60대 이상은 987억원(22.6%), 20~30대는 915억원(21%)으로 뒤를 이었다. 60대 이상은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에, 40~50대와 20~30대는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초창기 보이스피싱 범죄는 노인층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성별, 연령, 직업 구분 없이 다양한 계층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보이스피싱 간접 체험 서비스를 통해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 다시 한 번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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