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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새 4명 중도하차…국립오페라단장 잔혹사 끝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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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의 공연 장면. [사진 중앙포토]

국립오페라단의 공연 장면. [사진 중앙포토]

 국립오페라단의 새로운 예술감독이 1일 임명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신임 예술감독으로 박형식(66) 전 의정부예술의전당 대표를 임명했다. 1962년 설립된 국립오페라단의 13번째 예술감독이다.

문체부, 1일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에 박형식씨 임명

문체부는 현재 행정소송 중이다. 지휘자인 윤호근(51) 12대 예술감독이 해임처분 취소에 대한 소송을 지난 6월 제기했다. 윤 전 감독은 국립오페라단의 공연기획팀장에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응시자를 채용했다는 이유로 문체부 장관에 의해 5월 해임됐다. 윤 전 감독은 “공개적으로 채용했으므로 채용 비리가 아니며, 해당 직원과 개인적 친분이 없고, 이에 대한 책임으로 해임 처분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채용 절차상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처분이 완전히 적법한 것으로 보기에는 애매하다”며 “문체부는 해임을 취소하고 그간의 월급을 지급한 뒤 윤 전 감독이 자진 사퇴하라”는 조정 권고안을 내놨다. 하지만 윤 전 감독과 문체부 모두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일 임명된 박형식 국립오페라단 신임 예술감독. [사진 문체부]

1일 임명된 박형식 국립오페라단 신임 예술감독. [사진 문체부]

소송 진행 중인 문체부가 임명을 강행한 것은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의 오랜 공백과 관련이 있다. 문체부 측은 “직전 예술감독 4명이 중도하차했다. 행정소송 중이라고 해서 계속 공석으로 둘 수는 없었다. 신임 감독이 충분한 경험과 능력으로 국립오페라단을 안정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립오페라단의 예술감독은 오랜 기간 공석이었다. 2011년 8월 취임한 제9대 김의준 예술감독을 비롯한 이후 모든 예술감독 4명이 모두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했다. 예술감독이 공석이었던 기간은 2011년 8월 이후 지금까지 8년 2개월 중 2년 4개월이다. 예술감독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이유는 다양했다. 일신상의 이유로, 성악계의 자격 시비 때문에, 정권이 바뀌어서 등이다.

국립오페라단은 올해 국고보조금 100억원을 지원받은 단체다. 정기공연 21회를 비롯해 총 174회 공연을 연다. 한 오페라 평론가는 “국립오페라단은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는 오페라 제작단체고, 여기에 따른 예산 사용과 캐스팅 권한을 갖는다”며 “오페라계에서는 막강한 권력”이라고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예술감독이 내정ㆍ임명될 때마다 반대가 상당했다. 박형식 신임 예술감독에 대한 반발도 있다. 지난달 25일 ‘한국오페라 중흥을 위한 범성악인 모임’은 박 신임 예술감독의 내정에 대해 “오페라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인사 시스템으로 선임을 원점에서 시작해달라”는 등의 요구 사항을 박양우 문체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새로운 예술감독 체제가 된 국립오페라단은 이러한 비판에 따라 16일 심포지엄을 열기로 했다. ‘대한민국오페라 100년을 위한 준비’라는 주제로 오페라계 인사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자리에서 국립오페라단의 예술감독에 대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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