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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뉴스] 교도소 봉사 15년…86세 마지막 선행은 간 기증

중앙일보

입력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사랑의 나눔을 실천한 고(故) 윤덕수 씨의 생전 모습[한국장기조직기증원]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사랑의 나눔을 실천한 고(故) 윤덕수 씨의 생전 모습[한국장기조직기증원]

86세 고령의 뇌사 환자가 자신의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기증하고 영면에 들어갔다. 윤씨는 국내에서 최고령 장기 기증자로 기록됐다.

국내 최고령 장기 기증 윤덕수 할아버지

고(故) 윤덕수(86)씨는 지난 23일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돼 119 구급차를 타고 이대서울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윤씨는 외상성 뇌출혈 진단을 받고 곧바로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고 끝내 뇌사(腦死) 판정을 받았다.

윤씨의 가족은 평소 나눔을 좋아하고 선한 삶을 살았던 고인의 뜻에 따라 장기 기증 의사를 밝혔다. 오랫동안 신앙 생활을 해온 윤씨는 1989년부터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장로로 활동해왔다.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왔고, 15년간 전국 교도소를 방문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가족들은 “생전에 장기기증에 대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평범한 삶을 살면서도 꾸준히 선행을 베풀어온 고인의 뜻을 기려 마지막까지 선행을 하며 보내드리고 싶은 마음에 장기기증에 동의하게 됐다”고 전했다.

가족들이 어려운 결심을 했지만 장애물이 있었다. 환자가 워낙 고령인만큼 장기 기증이 가능할지 알 수 없어서였다. 이대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윤씨의 장기 중 간(肝)의 기능이 가장 잘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했고,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장기 기증 절차를 밟아 26일 이식 수술을 했다.
홍근 이대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은 “고령이지만 연령에 비해 좋은 장기 기능을 유지하고 있어 간을 기증할 수 있었다”면서 “힘든 상황이지만 다른 환자를 위해 기증을 결심해 준 가족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윤씨를 진료했던 이대서울병원 응급중환자진료과 박진 교수는 “환자가 고령이라 장기 기증 여부를 판단하기까지 난관이 많았지만 환자가 비교적 건강한 편이라 기증할 수 있었다”면서 “개인의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고, 의료 수준이 높아진 만큼 나이에 상관없이 이와 같은 장기 기증이 늘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랑의 나눔을 실천한 故 윤덕수 씨의 장기 기증 수술에 앞서 의료진이 기증자에 대한 추모 의식을 하고 있다. [이화여대의료원]

사랑의 나눔을 실천한 故 윤덕수 씨의 장기 기증 수술에 앞서 의료진이 기증자에 대한 추모 의식을 하고 있다. [이화여대의료원]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2011~2018년 80세 이상 고령 기증자는 16명이다. 그 동안 최고령 장기 기증자는 83세였다. 고령 기증자들은 대부분 간을 기증했다. 폐나 신장 등의 장기는 나이가 들수록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지만 간은 건강 상태에 따라 고령 환자라도 기능이 잘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조원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그동안 83세의 기증자가 여러 명 있었으나 86세 기증자는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평소 건강을 잘 관리하면 고령일지라도 기증할 수 있다.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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