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 변호사 “문 대통령, 윤석열에게 검찰 팔·다리 잘라오라 한 것”

중앙일보

입력 2019.10.01 00:04

업데이트 2019.10.01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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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자체 검찰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직접 지시한 가운데 검찰 내부에선 반발 분위기가 감지된다. 법조계에선 문 대통령의 지시를 두고 현 정부가 국정과제 1호로 추진한 검찰 개혁 방안이 잘못됐다는 점을 자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선 “정부 개혁안 잘못 자인”
검찰 안팎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

문 대통령은 30일 오전 조국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겐 자체 검찰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대검찰청은 문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이날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문 대통령 발언의 취지를 분석해 조만간 검찰 자체적인 개혁 방안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검찰은 법무부의 청와대 업무보고 사실을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이 나올 때까지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적으로 검찰총장은 법무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한다.

윤석열 총장은 외부 노출을 삼가고 있다. 이날 충북 진천의 법무연수원에서 리더십 교육을 받는 초임 검사장들과의 저녁 자리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의 구내식당에서 진행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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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윤 총장은 이날 오전 대검 5급 수사관 전입 신고식에선 “이런 때일수록 맡은 바 일을 묵묵히 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 구성원들에게 여권의 잇따른 수사 외압성 공세에 위축되지 말라는 뜻을 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검이 반응을 자제하는 가운데 검찰 안팎은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이날 “법무부 장관이 보고한 검찰의 형사부·공판부 강화와 피의사실 공보준칙 개정 등은 모두 검찰 개혁을 위해 필요한 방안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형사공판부 강화와 특수부 축소 방침은 문재인 정부 첫 검찰총장이던 문무일 전 총장이 검찰 자체 개혁 노력의 하나로 추진했던 정책이다.

당시 정부는 이와 반대되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을 담은 검찰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정부의 검찰 개혁안을 밀어붙였던 사람이 바로 조국 장관이다.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찰 개혁 수정안도 정부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지금의 형사·공판부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시는 앞선 검찰개혁안이 잘못됐다는 것을 정부가 자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 등을 지적하며 자체 개혁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과도한 검찰권 남용은 사라져야 한다”면서도 “전 정권을 향한 이른바 ‘적폐수사’ 당시엔 왜 여권에서 아무런 비판 목소리가 없었느냐”고 지적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직접 검찰의 팔·다리를 잘라 오라고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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