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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블록체인 기반 지역 화폐 골목 상권 부흥 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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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김포페이의 가맹점에 비치된 QR코드만 인식하면 손쉽게 결제가 이뤄진다.

스마트폰으로 김포페이의 가맹점에 비치된 QR코드만 인식하면 손쉽게 결제가 이뤄진다.

민관 합심 지역 경제 살리기
방송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한 리얼 생존 버라이어티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지향점은 지역 경제 살리기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최대 숙원 중 하나도 지역 경제부흥이다. 바로 시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지역 경제 선순환을 어떻게 구축할지에 대한 고민이다. 이런 가운데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지역 화폐가 지역 경제 활성화의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관협력 방식으로 진행돼 더욱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KT·SK텔레콤·LG유플러스 통신 3사가 골목 상권 살리기의 하나로 내놓은 해법은 맞춤형 지역 화폐와 멤버십 서비스의 확대다.

소공상인 지원을 통해 지역 경제를 살리고 동시에 자사의 사업 외연을 확대해 동반 상승을 꾀하겠다는 취지다. 이 가운데 블록체인 기반의 지역 화폐를 발행하고 있는 KT의 행보가 눈길을 모은다. KT가 시스템 구축과 관리, 운영 대행을 맡고 있는 ‘김포페이’가 대표적이다.

김포페이는 김포시의 지역 화폐로, 서울시가 시행 중인 ‘제로페이’와 유사하다. 제로페이는 간편 결제를 돕는 방식이다. 하지만 김포페이는 발행과 결제, 운영까지 모두 관여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이 다르다. 블록체인 기술의 상용화를 보여주는 한 사례로서 상징성도 갖고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치로 내세운 김포페이는 시민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당초 김포시는 연간 발행액을 110억원으로 잡았으나, 지난 4월 출시 후 9월 25일 기준으로 발행액 18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이에 따라 김포시는 김포페이의 올해 발행 총액을 29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포페이 발행액이 모두 김포 지역 안에서 통용되므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김포시는 기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김포페이 가맹점 수는 6500여 개에 이른다. 김포시 내 연 매출 10억원 이하의 소상공인 업체는 약 1만4800개며 그중 45%가 가맹점으로 가입했다.

김포페이가 빠르게 퍼질 수 있었던 이유는 사용 편의성과 폭넓은 혜택 덕분이다. 기존 지류 화폐는 위·변조와 부정 유통의 부작용을 안고 있다. 김포페이는 이를 블록체인의 데이터 분산 처리 기술로 해결했다. 발행과 결제 등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처리되고 보안 기술도 뛰어나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혜진 김포시 일자리경제과 주무관은 “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 상생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가입 문의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대 10% 할인 효과, 30% 소득공제

김포페이로 현장 결제된 내역은 이용자와 가맹점주가 동시에 확인할 수 있어 빠르고 간편하다.

김포페이로 현장 결제된 내역은 이용자와 가맹점주가 동시에 확인할 수 있어 빠르고 간편하다.

설치와 사용도 간편하다. 스마트폰으로 ‘착한페이’ 앱을 설치하고 계좌와 연동해 충전한 뒤 쓰면 된다. QR코드만 찍으면 충전 금액이 결제되는 방식은 카카오페이나 삼성페이와 유사하다. 소상공인은 앱으로 가맹점 회원으로 가입한 뒤 김포시 승인을 받으면 ‘가맹점 모드’로 사용할 수 있다. 소비자는 5분 정도면 가입부터 충전·사용까지 가능할 만큼 간편하다. 김포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남경(여·39)씨는 “많게는 주문의 절반 이상이 김포페이로 결제된다. 혜택을 알고선 매장에서 바로 앱 설치 후 결제하는 고객도 많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김포페이를 이용하면 김포시가 지원하는 최소 6% 최대 10%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9만4000원을 충전하면 지자체 예산 6000원이 더해져 10만원이 되는 식이다. 김포시는 청년기본소득과 산후조리비 등 정책 수당도 김포페이로 지급하고 있다. 이 주무관은 “카페나 식당 등에서 주로 사용되지만 학원(844개)에서 결제되는 금액도 크다”고 분석했다. 김포페이는 1인당 월 50만원, 연 600만원 한도로 충전할 수 있다. 유흥주점에선 사용할 수 없다. 사용자는 현금영수증 발행과 소득공제(30%)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김포페이는 카드로도 발행돼 스마트폰이 익숙지 않은 노년층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소상공인에겐 모바일 결제 수수료가 없다. 앱에 김포페이 사용 가능 매장 위치 지도가 함께 표시돼 가맹점 홍보에도 도움된다. 꽃집을 운영하는 김선미(여·53)씨는 “카드 결제 수수료가 없고 영수증도 따로 출력하지 않아도 돼 종이 낭비를 줄일 수 있다”며 “김포페이가 널리 활용되려면 기본적인 할인 혜택이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켠에선 개인정보 보호를 믿지 못하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KT 관계자는 “변형된 암호로 처리돼 해킹이 쉽지 않고 개인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관협력 블록체인 기술의 첫 상용화 성공 모델로 김포페이가 거론되면서 다른 지자체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KT는 지난 8월 지자체와 손잡고 ‘울산페이’ ‘공주페이’도 시행하고 있다.

맞춤형 멤버십 혜택으로 착한 소비 유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골목 상권 맞춤형 멤버십 혜택을 내놨다. SK텔레콤 ‘열린 멤버십’은 골목 상권을 위한 프리미엄 서비스에 가깝다. 서울 성수동·익선동에서 시작된 ‘5GX 핵심상권 클러스터’를 전국 10개 지역으로 확대했다. 중소 상인 125곳과 제휴를 맺고 5G와 지역 고유 문화의 특색을 접목해 착한 소비를 돕겠다는 취지다.

부산 서면에는 ‘5GX 게임로드’가 형성됐다. SK텔레콤 직영 대리점 6곳과 주변에 있는 VR게임장·보드게임카페·야구연습장 등이 제휴해 40% 할인, 게임 무료 추가권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5G가 아니어도 T멤버십 회원이라면 모두 누릴 수 있다.

LG유플러스의 U+로드는 한 지역의 16~20개 상점과 연계해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50% 할인, 1+1, SNS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멤버십 회원이 골목 상권으로 오도록 유도한다. LG유플러스는 이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 기술 서비스를 분실보험에 적용하고 있다.

글=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사진= 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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