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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조카 육성 공개 "뭐 어쨌든 권력이 통한다는 가정 하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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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 초기 설립자금과 투자자금을 대고 우회상장을 준비했다는 의혹을 받는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의 이모 부회장이 29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 초기 설립자금과 투자자금을 대고 우회상장을 준비했다는 의혹을 받는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의 이모 부회장이 29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54) 법무부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와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6)씨가 공동 투자자로서 펀드 운영에 관여했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사모펀드 투자와 운영에 모두 관여하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이날 조국 장관 일가의 영향력을 암시하는 5촌 조카 육성 파일도 공개됐다.

검찰, 코링크PE ‘정경심-조범동’ 공범으로 가닥

 30일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씨가 코링크PE와 연관된 기업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와 나눈 통화음성을 공개했다. 그동안 조씨의 녹취록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육성이 담긴 파일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5분 13초 분량의 녹취록에서 조씨는 “IR(기업설명회)하면 타이밍이 안 맞는다” “오너의 색깔이 중요한 게 ‘경영권을 놓고 싶다’ 의견에 맞춰서 CB(전환사채)를 찍어, 그러면 콜옵션 과정이 계약에 다 있다”며 기업 상장과 인수와 관련한 내용을 투자자에게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음성 마지막은 조씨가 “뭐 어쨌든 권력이 통한다는 가정 하에”라고 말하면서 끝난다.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을 둘러싼 사모펀드 투자 의혹의 '몸통'인 조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모씨가 지난 16일 새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뒤 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을 둘러싼 사모펀드 투자 의혹의 '몸통'인 조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모씨가 지난 16일 새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뒤 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유민봉 의원은 “조씨가 ‘권력’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코링크PE를 통한 기업 인수에서 정경심 교수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장관의 영향력을 활용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조씨가 지난달 해외 도피 중에 코링크PE로부터 투자받은 다른 업체 대표와 통화한 녹취록은 이달 초 공개된 바 있다. 통화는 여야가 청문회 일정을 줄다리기하던 8월 24일 이뤄졌다. 투자와 관련해 조 장관 일가가 직접 얽힌 내용보다는 “조 후보자가 낙마한다” “조씨 아저씨(조 장관)한테 해가 안 가야 하는 것이 중점”이라며 앞으로 수사에 대비해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지가 언급됐다.

 검찰은 조씨가 코링크PE 투자사에 "윗분들 돈이라 기록이 남으면 안 된다"는 취지로 입단속을 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한다. 조씨가 말한 '윗분'이 정 교수를 의미하는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정 교수를 조씨가 실제 운영자인 코링크PE의 실소유주격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고형곤)는 이날 코링크PE 이상훈(40) 대표를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이 대표를 이날로 열세번째 불러 코링크PE가 투자한 업체와 조씨, 정경심 교수의 역할에 관해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27일 코링크PE로부터 투자를 받은 가로등점멸기 업체 웰스씨앤티의 최모(54) 대표도 재차 소환해 이런 과정을 확인했다.

 또 검찰은 코링크PE가 경영권을 인수한 더블유에프엠(WFM) 관계자를 소환해 정 교수에게 사업 전반에 대해 보고를 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교수의 자택 컴퓨터(PC) 하드디스크 교체를 하는 일을 도와줬던 한국투자증권 직원 김모(38)씨도 검찰 조사에서 “정 교수를 위해 WFM에 대한 사전 조사를 해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는 WFM에서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 간 자문료 명목으로 1400만원을 받은 점을 시인한 바 있다. WFM은 코링크PE가 경영권을 인수하기 전에 영어 교육 업체였지만 2차 전지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조국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의 자금줄 의혹을 받는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의 이모 대표가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조국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의 자금줄 의혹을 받는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의 이모 대표가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검찰은 정 교수와 조씨가 코링크PE를 통해 ‘2차 전지’ ‘바이오’ 같은 테마 기업에 접근한 뒤 코스닥 상장사인 WFM의 주가를 부풀린 정황을 추적하고 있다. 코스닥 기업의 주가 조작은 보통 상장이 되었거나 이를 원하는 기업인 ‘펄(pearl)’을 준비한 뒤 주가 상승을 이끌 수 있는 껍데기가 되는 기업인 ‘셸(shell)’을 인수해 붙이는 구조로 이뤄진다.

 코링크PE는 바이오 기업으로부터 투자받은 ‘그린코어벨류업1호펀드’를 통해 5세대(5G) 중계기 통신 업체 지분을 확보하기도 했다. 5G 중계기 업체(펄)를 바이오 사업(셸) 영역까지 확장시켜 매출 부풀리기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업체 관계자는 “여러 기업을 묶어 연결 재무제표에 붙이면 영업 이익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구속된 조씨는 업계에서 주식 전문가로 통한다. 코링크PE에서도 외부 투자 유치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과 2015년에 각각 『원칙대로 손절하고 차트대로 홀딩하라』, 『지금 당장 주식투자에 선물옵션을 더하라』등 책 2권을 냈다. 검찰은 조씨의 구속 만기일인 3일 이전엔 그를 기소할 방침이다. 정경심 교수도 조씨 기소 전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민상‧정진호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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