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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자율주행차 뒷좌석서 사랑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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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BMWi가 23일 트위터에 공개한 자율주행 콘셉트카 동영상의 한 장면. [BMWi 트위터 캡처]

BMWi가 23일 트위터에 공개한 자율주행 콘셉트카 동영상의 한 장면. [BMWi 트위터 캡처]

“즐거움의 새로운 순간(New Moments of Joy)”

BMW 콘셉트카 트위터 영상 시끌 #“법 위반 … 20초마다 핸들 잡아야” #규제 장벽 넘어도 채산성이 발목 #전문가 “대중 탈 차엔 좌석 채울것”

BMW의 서브 브랜드 BMWi는 지난 23일 공식 트위터에 자율주행 콘셉트카 ‘비전 i넥스트’에서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듯한 10초짜리 동영상을 올렸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런 문구도 곁들였다. 이들이 있는 곳은 달리는 차량 뒷좌석. 운전석에는 아무도 없다. 비록 몇 시간 뒤에 지워졌지만, BMW가 이 영상을 올린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트위터에선 난리가 났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비전 i넥스트 광고가 카섹스를 약속했다. 그것 말고 또 무엇을 하면 좋을까”라고 기대했다. 자동차전문 외신 ‘모터1’은 “10초간의 장난이었지만 BMW가 암시하는 것은 자율주행차량이 사랑하는 커플에게 멋진 섹스를 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라고 했다.

과연 그럴까. BMW는 비전 i넥스트를 2021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차두원 전 한국과학기술평가원 연구위원은 “자율주행차의 디자인 콘셉트는 ‘제3의 공간’이라고 부르면서 거실이나 사무공간 외에 다른 공간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면서도 “이번 광고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했던 것인데 비전 i넥스트는 양산 시점이 2021년 이후이고 나오더라도 특정 국가에만 서비스가 될 것이어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더 큰 걸림돌은 기술과 안전성 검증이다.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 단계인 레벨 4~5는 현재 개발 중이다. 지난해 5월 한 포르노 배우가 테슬라 모델X에서 이른바 ‘테슬라 포르노’를 찍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오토파일럿을 사용하는 방법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테슬라의 공식 입장은 “오토파일럿 기능(레벨2)은 아직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이 아니다”는 것이다.

현행법 위반이기도 하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부 교수는 “지금 기술로도 특정 구간이나 고속도로 안전시설이 있는 곳에서 자율주행을 할 수 있지만, 법적 문제로 20초마다 핸들에 손을 갖다 대야 한다”며 “자율 주행에 대한 규제 해소와 운전자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장벽을 넘으면 과연 ‘즐거움의 새로운 순간’이 올까. 전문가 전망은 비관적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직육면체 공간에 좌석 2개만 놔두고 TV로 넷플릭스를 보게 하는 자율주행차는 채산성이 떨어진다”며 “우버 등을 통해 대중이 접하는 자율주행차는 영화 ‘설국열차’의 ‘양갱칸(가난한 사람이 탄 맨 마지막 칸)’처럼 한 공간에 좌석을 10개까지 욱여넣을 모습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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