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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집회 200만? "지하철 350회 운행, 잠실구장 80개 채워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서초역 사거리~누에다리 구간)에서 열린 검찰개혁·사법적폐 청산 촛불문화제에서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 등 참가자들이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서초역 사거리~누에다리 구간)에서 열린 검찰개혁·사법적폐 청산 촛불문화제에서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 등 참가자들이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200만명이 모였을까.
28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열린 이른바 '촛불집회' 참가자 수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 반발해 열린 이 집회의 주최 측과 더불어민주당 측은 “200만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만명설 진위 따져보니

반면 집회가 열린 공간을 고려하면 “터무니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날 집회가 열린 서초역 일대 넓이상 200만명 이상 들어찬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실제 시위 규모는 5만명 남짓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00만명설의 진위를 따져봤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날 박 의원은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장관 지지 및 검찰개혁 시위 참가자 수를 놓고 ’시위 참가자는 많아야 5만명“이라며 ’100만이니 200만명이니 하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사진보도나 보도내용에 집회 참가자와 서리풀 축제 참여 인원이 구분되지 않고 보도돼 집회 참석 인원이 과장된 것‘이라고 밝혔다.[뉴스1]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날 박 의원은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장관 지지 및 검찰개혁 시위 참가자 수를 놓고 ’시위 참가자는 많아야 5만명“이라며 ’100만이니 200만명이니 하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사진보도나 보도내용에 집회 참가자와 서리풀 축제 참여 인원이 구분되지 않고 보도돼 집회 참석 인원이 과장된 것‘이라고 밝혔다.[뉴스1]

①2만㎡에 2만명?=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29일 “100만~200만 시위 인원은 현지를 모르는 무지(無知)에 따른 과장”이라며 ‘페르미 기법’을 이용해 반박에 나섰다. 경찰에서 집회 참가인원을 추산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대개 3.3㎡ 당시 인원이 몇 명인지를 추산한 뒤 시위가 열린 공간에 적용하는 식이다. 대개 성인을 기준으로 앉으면 5~6명, 서 있으면 9∼10명가량이 운집할 수 있다고 본다. 박 의원은 “실제 시위참가 인원은 3만3000명~5만명”이라고 주장했다. 시위공간인 누에다리~서초역까지 도로 길이(560m) × 도로 폭(40m)을 적용해 2만2400㎡를 얻어 적용한 결과다. 여기엔 녹지대나 가로수의 공간도 모두 포함했다.

참고로 역시 100만~200만명이 모였다던 2016년 촛불집회의 무대가 됐던 광화문광장 일대는 도로 길이(600m) X 도로 폭(90m)으로 2.4배 가량(5만4000㎡) 넓다. 박 의원은 “잠실야구장(2만6000명) 80개를 채울 인원이 반포대로에 다 수용된다는 건 상식 밖”이라고 말했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시한 28일 조국 수호 시위 관련 사진 [자료 박성중 의원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시한 28일 조국 수호 시위 관련 사진 [자료 박성중 의원실]

②“지하철 350회 운행해야”=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28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200만 명은 서초동 일대의 교통 능력을 초월하는 수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 지하철은 한 칸에 160명이 타는 것으로 혼잡도를 계산한다”며 약 2배인 300명을 적용해 계산했다.

그러면서 교대역·서초역을 통과하는 지하철은 2·3호선인데, 200만명의 사람이 두 역(2호선 서초역, 3호선 교대역)을 통해 집결하려면 매번 텅 빈다고 가정할 때 350번은 왔다갔다 해야 한다고 계산했다. 주말 배차 간격이 5분 넘는다는 걸 감안하면 200만 명은 몇 시간 내 운송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란 애기다. 그는 “주차하기 위해 차를 끌고 온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라는 합리적인 가정과 버스는 통제되었다는 사실에 따르면 지하철 이용객 비율이 높았을 것이라는 것은 무리한 가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에서 열린 서리풀 페스티벌을 찾은 많은 시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서초구 주최로 반포대로, 양재천, 악기거리 등 서초구 일대에서 열리는 서리풀페스티벌은 28일까지 계속된다.[뉴스1]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에서 열린 서리풀 페스티벌을 찾은 많은 시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서초구 주최로 반포대로, 양재천, 악기거리 등 서초구 일대에서 열리는 서리풀페스티벌은 28일까지 계속된다.[뉴스1]

③서리풀 축제=이날 시위 현장 바로 옆에서 서초구청 주최로 열린 서리풀 페스티벌이 시위 규모 추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날 서초역 사거리를 기점으로 반포대교 방향으로는 시위가, 예술의전당 방향으로는 축제가 진행됐다. 실제로 시위 규모가 알려지기 시작한 28일 오후 서초구청 측은 언론에 “서리풀페스티벌 폐막이 오후 2시부터 현재까지 예술의전당부터 서초역 사거리까지 열리고 있다”며 “일부 사진보도나 보도내용에 대검 촛불 집회 참가자와 축제 참가자가 구분되지 않고 보도되고 있다”고 알렸다.

서초구 측은 이날 폐막식과 연예인이 출연하는 행사에 인파가 모여들 것을 대비해 서초3동 삼거리~서초역 구간을 오후 11시까지 차량통제구역으로 설정했다. 서초구는 29일 “어제 오후 2시∼10시 반포대로 일대에서 열린 서리풀페스티벌 폐막 행사에 10만여명이 몰렸다”고 밝혔다.

올해 5회째를 맞은 서리풀페스티벌은 지난 4년 동안 59만명이 참가했다. 연평균 20만명 안팎으로 모인 셈이다.

④과거 사례 보니=28일 밤부터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는 과거 많은 인원이 운집했던 행사의 사진 등을 올리며 200만명이 과연 타당한 숫자인지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200만명에 대해 회의적인 측에선 2016년 빅뱅의 일본 콘서트 실황(5만5000명)이나 2017년 북한의 군중집회(10만명), 1934년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나치 전당대회 (70만명),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17만명), 1985년 퀸의 웸블리 구장 라이브 공연(1985년) 등과 비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해 16일 서울시청부터 제단이 설치된 광화문 삼거리까지는 카퍼레이드를 벌이며 신자와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약 16만명이 운집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해 16일 서울시청부터 제단이 설치된 광화문 삼거리까지는 카퍼레이드를 벌이며 신자와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약 16만명이 운집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제재 결의 2371호에 반발해 발표한 '정부성명'을 지지하는 평양시 군중집회.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집회엔 10만명이 참가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제재 결의 2371호에 반발해 발표한 '정부성명'을 지지하는 평양시 군중집회.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집회엔 10만명이 참가했다. [연합뉴스]

1934년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나치 전당대회엔 약 70만명이 참석했다.

1934년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나치 전당대회엔 약 70만명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200만명’을 고수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29일 논평을 통해 “어제 200만 국민이 검찰청 앞에 모여 검찰개혁을 외쳤다”며 “거대한 촛불의 물결은 검찰개혁이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의 사명임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오후 들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언론들은 150만명, 180만명, 200만명까지 얘기하지만 정확한 집계가 아니기 때문에 논평을 통해 100만명 이상으로만 잡아놨다”며 “10만명이 오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목표치의 10배 이상은 충족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사회학)는 ”200만명이면 대한민국 군인(약 60만명) 3배가 넘고 강남·서초·송파구 인구를 다 합친 160만명보다 많다. 이 인원이 반포대로 일대 집결했다는 것을 믿고 안 믿고는 개인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100만·200만명이라는 수치가 나오다 보니 이번 시위에서도 특정 숫자를 넘겨야 한다는 강박감이 작용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성운·김민욱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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