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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후 재취업,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자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영재의 은퇴와 Jobs(55)

박효석(58)씨는 29세인 딸과 27세인 아들을 둔 대한민국의 평범한 중년이다. 딸은 큰 문제 없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는데 아들은 그렇지 못했다. 공부에 큰 관심이 없어 결국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자원해 입대했는데, 박씨와 부인의 마음은 너무 참담했다. 박씨가 입대 전날 아들과 맥주 한잔하면서 “아들아 2년간 건강하게 군 복무 마치고 와라. 엄마 아빠는 네가 제대 후에 다시 공부해서 대학을 갔으면 좋겠어”라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다행스럽게도 박씨의 아들은 군 생활에 잘 적응했고, 면회를 가거나 휴가를 나올 때마다 정신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제대할 때가 됐지만, 제대 후 거취에 대해 본인의 계획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답답한 박씨 부부는 나름대로 플랜을 짰다.

아들 위한 취업 플랜 A, B, C

박씨 부부는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입대한 27세 아들을 위해 세 가지 플랜을 제시했지만 '모두 싫다'는 답이 돌아왔다. [사진 pxhere]

박씨 부부는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입대한 27세 아들을 위해 세 가지 플랜을 제시했지만 '모두 싫다'는 답이 돌아왔다. [사진 pxhere]

플랜A는 박씨 부부가 원하는 대로 공부를 해 대학을 진학하는 것이고. 플랜B는 만일 22살 된 아들이 진학을 원하지 않는다면 강제로 공부시킬 수는 없는 일이니 진학은 포기하고 대신 어떤 것이든 본인이 원하는 기술을 배우게 하는 것이었다. 폴리텍대학에 개설된 관련 과정을 이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플랜C는 만일 아들이 문과였기 때문에 기술을 배우는 것이 싫다고 할 경우 몸이 고되긴 하지만 농수산시장에 일자리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박씨 아들이 마지막 휴가를 나왔을 때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확실한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준비한 플랜을 보여주니 ‘모두 싫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신 30세가 되기 전에 자기 음식점을 운영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그것을 염두에 두고 군에서도 취사병을 지원했던 것이다.

박씨는 순간 하늘이 노래졌다. 아니 대한민국 자영업자 절반이 3년 안에 망한다고 하는데, 젊은 녀석 꿈이 자영업자라니. 많은 고민을 했다. 우연히 창업 전문가인 지인을 만났다. 그에게 아들과 관련된 고민을 이야기하니 웃으면서 “진짜 위험한 사람은 퇴직한 중장년이 경험 없는 상태에서 준비되지 않은 창업을 하는 경우고, 아들은 밑바닥부터 배우는 것이니 창업에 대한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있을 테고, 음식점을 하려면 기본적인 요리를 배워야 할 것이니 이 또한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들을 이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 이후로 박씨는 아들에게 ‘잘했다’ ‘멋지다’라는 칭찬을 했다. 또 아들이 전문가들과 만날 기회도 만들었다. 다행스럽게도 박씨의 아들은 본인이 원하는 일을 배우면서, 또 현실에 맞게 계획도 수정하면서 아주 성실하게 생활하고 있고, 하루하루를 아주 만족스럽게 지내고 있다. 물론 아직 어리게 생각되는 아들을 보면 걱정도 되지만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박씨는 문제가 아들이 아닌 박씨 부부에게 있었다고 생각한다. 박씨가 이제까지 학교 졸업하고 급여생활자로 생활하면서 본 것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생각했고, 판단했다. 시야가 좁았다. 하지만 박씨의 아들은 다른 것을 원했고, 아들도 나름대로 준비를 했다. 박씨가 아들의 생각을 받아들인 순간 그동안 보지 못한 다른 모습이 눈에 띄었고 다른 대안도 보였다.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창업박람회에서 예비 창업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창업박람회에서 예비 창업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박씨가 답답해하는 것은 아들이 하는 일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아버지로서 또 인생 선배로서 크게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군 제대 후에 보여준 모습을 보면 앞으로 아들이 보여줄 미래가 기대된다.

퇴직자의 재취업은 이직과 전직으로 구분된다. 이직은 퇴직 전에 하던 일을 다른 회사에서 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이 가장 좋다. 왜냐하면 퇴직 전 경력을 모두 인정받을 수 있고, 이직하는 과정에서 협상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 든 퇴직자가 이직하기는 쉽지는 않다.

여기서 대안으로 나타나는 것은 새로운 일을 배워 취업하는 전직인데, 뒤늦게 배운 일이므로 그 일에 익숙하지 않다. 때문에 퇴직 전 경력을 인정받기가 어렵고, 또 새로운 일을 배우기 위해서는 훈련 기간이 필요하고, 비용이 든다. 만일 전에 하던 일에 한계를 느꼈거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전직하는 경우 이런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쉬운데, 원치 않게 전직을 한다면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재취업, 전직보단 이직이 유리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는 새로운 삶을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정말 좋아하는 일, 하면 즐거운 일,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자. [사진 pxhere]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는 새로운 삶을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정말 좋아하는 일, 하면 즐거운 일,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자. [사진 pxhere]

하지만 시각을 바꿔보자. 빠르게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100년 장수의 시대가 현실로 왔다. 은퇴 후 주어진 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건 ‘일’을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내가 원치 않게 전직을 하게 되더라도, 새롭게 배우는 일은 앞으로 내가 60세, 70세가 되었을 때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이때는 50대보다 몸의 컨디션이 많이 떨어져 있을 것이다. 몸의 상태가 나쁜 데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자는 것이 아니다. 평생 현역의 의미는 이런 것이 아니다. 새로운 일을 찾을 때 나의 새로운 삶을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 하면 즐거운 일,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그것과 관련된 일을 준비하게 된다면 나의 삶은 성공적이랄 수 있다.

퇴직자가 새로운 일을 찾는 프로세스는 놀랍게도 청년이 직업을 찾는 과정과 유사하다. 전문가들은 청년은 적성에 맞는 일,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위의 사례자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에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반퇴세대가 첫 직장생활을 가졌을 때 과연 정말 하고 싶은 일에 도전했는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흔하지는 않다. 이제 새롭게 인생 2막을 준비할 때는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자.

새로운 일을 찾을 때 주의할 점은 급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 일이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또 나에게 맞는 일인지 적어도 1년 이상 경험해보자. 사계절을 겪으면서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이 보일 것이다. 충분히 겪어보고 신중하게 판단하자. 물론 새로운 일을 찾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구직 계획을 세울 때 이를 반영하자.

박영재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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